헌책49 《前夜(전야)》 이성부, 창비시선 0030 (1981년 12월) 종이보다 더 큰 題目(제목)을 붙이자 - 한국일보 창간 25주년에 온 세싱 모두 잠들어도깨어 있는 눈,어둠의 결의로 어둠을 태워날마다 날마다우리들 가슴 벅찬 희망을 앞당기는스물다섯 살 한국의 젊은 신문이여강력한 신문이여. 모든 언어에우리들 허파의 더운 피가 흐르고볼펜 한 자루,깨알 같은 활자들 하나 하나,우리들 진실의 창끝으로 뒤바뀔 때젊은 신문이여강력한 신문이여빛나는 도약의 큰 날개를 펴자! 찬 새벽을 찢는 역사의 맥박 소리,힘찬 시동의 불길,골목마다 거리마다달리는 발자국 소리,깨끗한 손길들,세계의 이름모를 장소에도 다다르는스물다섯 살 한국의 젊은 신문이여강력한 신문이여. 한 사람의 평생이 가도햇볕 안 드는 半島(반도)의 구석구석을 찾아사랑의 밝은 빛살로 머물고,목마르며 숨가쁜 사람들의아픔 한복판에 이.. 2024. 7. 1. 《아도》 송수권, 창비시선 0052 (1985년 10월) 우리말 감자와 고구마와 같은 낱말을입안에서 요리조리 읽어보면아, 구수한 흙냄새초가집 감나무 고추잠자리 .....어쩌면 저마다의 모습에 꼭두 알맞는 이름들일까요.나무, 나무 천천히 읽어보면 묵직하고 커다란 느낌친구란 낱말은 어떨까요.깜깜한 압굴 속에서 조금씩 밝아오는 얼굴풀잎, 풀잎 하고 부르니까내 몸에선 온통 풀냄새가 납니다.또 잠, 잠 하고 부르니까 정말 잠이 옵니다. 망아지 토끼 참새 까치 하고 부르니까껑총거리며 잘도 뛰는 우리말강아지 하고 부르니까목을 흔들며 딸랑딸랑 방울소리가 나는 우리말미류나무에서 까치 울음소리가 들립니다.까작, 까작, 까작, 문을 열고 내다봅니다.닳고 닳은 문 돌쩌귀 우리네 문 돌쩌귀수톨쩌귀 암톨쩌귀 맞물고 돌아 매번 뒤틀리기만 하는 사랑기다림 끝에 환히 밝아오는 정말, 사랑이.. 2024. 7. 1. 《자유가 시인더러》 조태일, 창비시선 0060 (1987년 3월) 깊은 잠 천년을 자야 깊은 잠이지한 시간쯤은 일보다가 그대로 천년을자야 그게 깊은 잠이지. 사람은 간사해서 겨우 7, 8시간 자고도깊은 잠이라고 고래고래 소리치면서온 세상천지를 활보하는구나. 불쌍한 것들,우리가 뭐 나뭇가지에 걸린 이파리냐아스라한 실 끝에 매달린 연이냐.술잔 끝에 걸린 입술이냐자동차들의 경적 끝에 매달린 운명이냐 참으로 불쌍한 것들.스스로를 다스리지 못하면서겁을 줘도 먹지 않고法을 줘도 길들지 못하는 우리는 참으로 잘난 것들이냐.우리의 말이 없었다면우리의 글자가 없었다면우리의 마음들이 없었다면이 볼펜 다 집어던지고한 천년쯤 자다가벌거숭이로 태어날 것인데. 인간의 허영심과 나약함. 진정한 평화와 안식을 찾기 위한 성찰과 겸손이 사피엔스에게 더 필요해진 시대. 겸손하고 성찰하는 자세로 진정한.. 2024. 6. 30. 《龍仁(용인) 지나는 길에》 민영, 창비시선 0011 (1977년 8월)ㅡ 이 時代는 이 시대는 불의 시대가 아니다.形體(형체)가 다 타고 남은 재에서덧없이 풀썩거리는 먼지의 시대다. 이 시대는詩의 시대가 아니다.짜고 남은 香油(향유)의 찌꺼기에서고름 썩는 냄새가 나는 시대다. 숲 이룬 굴뚝에서는 연기가 오르지만시든 肉身을 좀먹는 벌레,생존의 고삐가 영혼을 옥조이는飽滿(포만)으로 나빠진 斃死(폐사)의 시대다. 1977년 수출 100만불 시대를 달리고 있었을 무렵, 시인은 열정적인 시대도 아니고 문화적 예술적 가치가 퇴락한 시대라고합니다. 부패와 퇴락한 시대, 물질적 풍요와 외형적 번영 뒤에 숨겨진 정신적 공허함과 도덕적 영적 붕괴와 타락을 강하게 비판합니다. 龍仁(용인) 지나는 길에 저 산벗꽃 핀 등성이에지친 몸을 쉴까.두고 온 고향 생각에고개 젖는다. 到彼岸寺(도피안사)에.. 2024. 6. 30. 《고두미 마을에서》 도종환, 창비시선 0048 (1985년 3월) 각혈 다시는 절망하지 않기 위하여마지막 약속처럼 그대를 받아들일 때채 가시지 않았던 상한 피 남아이 신새벽 아내여, 당신이 내 대신울컥울컥 쏟아내고 있구나.삶의 그 깊은 어딘가가 이렇게 헐어서당신의 높던 꿈들을 내리 흔들고아득히 가라앉는 창 밖의 하늘은강아지풀처럼 나부끼며 나부끼며 낮아져맥박 속을 흐느끼며 깊어가는구나굳어지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당신의 살 속으로걸어 들어가는 이름도 알 수 없는 목숨을 따라내가 한없이 들어가고 있구나.그러나 아침 물빛 그대 이마에 손을 얹고건너야 할 저 숱한 강줄기를 바라보며아내여, 우리는 절망일 수 없구나. 접시꽃 당신은 삼십대 초반 위암으로 세상과 이별하였습니다. 도종환 시인의 시 '각혈'에서는 접시꽃 당신과 겪고 있는 고통과 절망, 그리고 그 속에서 희망과 인내를 노.. 2024. 6. 30. 《피뢰침과 심장》 김명수, 창비시선 0055 (1986년 8월) 돌고래를 위하여 - 분단된 이 땅의 철조망 아래, 안타까이 숨져간 미물들의 넋을 위해 1985년 1월 18일캄캄한 밤 11시 15분경에경상남도 삼천포시 해안초소 앞바다먹이를 찾았을까갈 길을 잃었을까코 둘레도 정이 가는 돌고래 한 마리가해안으로 물살쳐 헤쳐오고 있었다 어디에 살았던 포유류였는지지난 봄 대공원 수족관에서어린 딸이 손뼉 치고 환호하던 그 돌고래재롱을 부리던 또 다른 한 마리의형제였을까 동족이 총 겨누고 마주보는 이 땅에싸늘한 해안초소경비를 알 수 없던아직도 다 자라지도 못했다는그 돌고래 한 마리는두 사병에 의해무참하게 사살되어 떠올랐다 하는데 차라리 읽지 않아도 좋을 석간의 기사여 ...... 분단된 이 땅의 철조망 아래안타까이 죽어간 미물들의 넋들이어찌 너 한 마리뿐이랴마는 1985년 1월 .. 2024. 6. 27. 이전 1 2 3 4 5 6 7 8 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