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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49

《목숨을 걸고》 이광웅, 창비시선 0073 (1989년 3월) 이광웅(1940~1992)는 1967년 에 유치환의 추천으로, 1974년 에 신석정의 추천으로 등단하였습니다. 1982년,월북 시인의 작품을 읽었다는 이유로 전·현직 교사 9명이 구속된 '오송회' 사건에 연루되어 투옥됩니다. 이들은 20여 일간 모진 고문 끝에 '교사 간첩단'으로 조작되었습니다. 이광웅 시인은 주동 인물로 지목되어 7년 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던 중 1987년 특별 사면으로 풀려났습니다. 이후 군산 서흥중학교에 복직했으나, 1989년 전교조에 가입하면서 다시 교단에서 쫓겨납니다. 2008년이 되어서야 이광웅 시인은 명예를 회복했습니다.  '오송회' 사건의 재심에서 전원 무죄 판결을 받았고, 2011년 대법원은 국가 배상을 판결했습니다.  1985년 첫 시집 을 시작으로 둘째 시집 , 셋째 시.. 2024. 9. 8.
《조금은 쓸쓸하고 싶다》 임강빈, 창비시선 0076 (1989년 9월) 혼자 마시기 목로에 혼자 앉아마시기까지는꽤나 긴 연습이 필요하다.독작이 제일이라던어느 작가의 생각이 떠오른다.외로워서 마시고반가워서 마시고섭섭해서사랑해서그 이유야 가지가지겠지만혼자 마시는 술이제일 맛이 있단다.빗소리 간간히 뿌리면더욱 간절하다 한다.생각하며 마실 수 있고인생론과 대할 수 있고아무튼 혼자서 마시는 맛그것에 젖기까지는상당한 연습이 필요한 모양이다.  들깨꽃 돌멩이 골라내어두어 평 밭을 일구다들깨 모종을 하다아기 손바닥만하게건강하게 자라서잎 사이사이꽃자루에 다닥 피어보일 듯 말 듯 부는 바람에안간힘쓰다작아서 부끄러운가더러는 일찍 그늘에 숨다이 꽃보다우리는 얼마나 작아 보이나아직은 따가운 햇볕공터 언저리하얀 들깨꽃잔잔한 외로움.  무지재 둠벙에서긴 대나무 끝에 매달은 낚시로붕어새끼 몇 마리 잡다.. 2024. 9. 8.
《저 무덤 위에 푸른 잔디》 고정희, 창비시선 0077 (1989년 9월) 첫째거리 - 축원마당여자 해방염원 반만년 사람의 본이 어디인고 하니 어머니여마음이 어질기가 황하 같고그 마음 넓기가 우주천체 같고그 기품 높기가 천상천하 같은어머니여사람의 본이 어디인고 하니인간세계 본은 어머니의 자궁이요살고 죽는 뜻은 팔만사천 사바세계어머니 품어주신 사랑을 나눔이라 그 품이 어떤 품이던가산 넘어 산이요 강 건너 강인 세월홍수 같은 피땀도 마다하지 않으시고조석으로 이어지는 피눈물도 마다하지 않으시고열 손가락 앞앞이 걸린 자녀들쭉날쭉 오랑방탕 인지상정 거스르는오만불손도 마다하지 않으시고문전옥답 뼈빠지게 일구시느라밥인지 국인지 절절끓는 모진 새월도마다하지 않으시고거두신 것 가진 것 다 탕진하는오만방자 거드름도 마다하지 않으시고밤인가 낮이런가 칠흙 깜깜절벽인제 가면 언제 오나 원통세월인생무상 .. 2024. 9. 7.
《어여쁜 꽃씨 하나》 서홍관, 창비시선 0080 (1989년 9월) 그리움 때로는 왈칵 쏟아질 듯 그리운 것들이 있습니다.그것은 어린 시절나를 감싸주던 밝은 가을 햇살과뻐꾸기 소리에 대한 것이기도 하고 젊은 날분노로 외치던 광화문 네거리와목놓아 울던 막걸리집과온몸을 말리우듯 태워대던하숙방의 담배연기에 대한 것이기도 하고 조그만 인간의 진실들이 모여커다란 사회와 역사를 이룬다는 것을 가르쳐주고인간이 때로는 끝없이 아름답고뜨거울 수 있음을 보여준 수많은사람들에 대한 것이기도 합니다. 하루내 나를 붙들고눅진눅진 짓이기던 것들이썰물처럼 빠져나간어느 날 석양길에그리운 것들이 나를 찾아와따스한 불길을 활활 지피어옵니다. 서홍관 시인의 시 "그리움'"은 인간이 경험하는 다양한 '그리움'의 감정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시는 어린 시절의 따뜻한 햇살과 자연의 소리, 그리고 젊은 시절의 격.. 2024. 8. 24.
《엉겅퀴꽃》 민영, 창비시선 0059 (1987년 3월) 수유리 - 하나 한 늙은이의더러운 욕망이저토록 많은 꽃봉오리를짓밟은 줄은 몰랐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입니다. 민주공화국의 가치를 훼손한 사람들을 추앙한는 것은 민주공화국을 부정하는 행위입니다.  링컨 대통령 말한 '인민의, 인민에 의한, 인민을 위한 정부'의 가치를 바탕으로,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불을 넘는 나라에서 무엇보다도 인권과 지구별 공동체를 지키며 민주공화국의 가치를 수호해야합니다. 독재자들과 그러한 사상은 민주공화국에서 추앙되고 지켜져야 할 가치가 아닙니다.  다시 붓을 들고 蘭(난)을 치지 않는다.蘭(난)이 놓일 자리에모질고 억센엉겅퀴 한 포기를 그려 넣는다.   (내 생애의 기운 한나절에   쑥대머리 치켜 들고 우뚝 일어설 ...... ) 일찌기 우리들의 것이었던꽃피는 大地여! 그 능욕당.. 2024. 8. 17.
《해청》 고형렬, 창비시선 0061 (1987년 3월) 바다 위의 덕장 아버지는 바다에 덕장을 세우셨다바람이 그 덕장 속으로 빠졌고 고기들도 그 덕장의기둥 사이로 지나갔다덕장은 가끔 바닷물에 밀려 기울기는 했지만결코 먼 곳으로 떠내려가지는 않았다아버지가 서른 살 때한번은 남수평선까지 내려간 적은 있다하지만 대부분의 세월은 이 바다에서 살았다덕장이 그곳에 있었던 것은 그러니까우연이 아니라 완전히 의지였다아버지는 가끔 그 덕장 밑에서 잠을 잤고나는 곤히 잠든 아버지를 보았다덕장은 출렁거리고 흔들거렸어도어느 한쪽 가라앉지 않고지금도 덕장은 그 바다에 남아 있다당신은 세상을 떠날 때 이 세상의 모든 것을 두고 떠나셨다그리고 덕장만 그 바다에 남겨서갈매기가 내리고 아이들이 올라가 놀게끔 했다내가 지금도 알 수 없는 것은이 바다에 덕을 맨 이 덕장자랑스럽고 풀고 싶지 .. 2024. 8.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