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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book)/김선우2

《내 따스한 유령들》 김선우, 창비시선 0461 (2021년 8월) 쉬잇! 조심조심 동심 앞에서는   강릉 바닷가에서 사는 아홉살 좌 서연이, 해먹에서 놀다가 갑자기 짖기 시작한다. 왕왕, 왈왈왈, 캉캉, 크앙크앙, 와릉와릉...... 산책길에 만난 이웃집 강아지 생각이 난 듯 너무 오래 짖길래 한마디 한다. "목 아프지 않아?" "쉬잇, 지금 중요한 이야길 하는 중이예요." 한참을 더 짖어대는 인간 아이가 눈부시다.    저런 때가 내게도 있었다. 아홉살 열살, 열한살, 어린 동생들과 바닷가에서 조가비를 줍던, 바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듣고 싶어서 한없이 귀를 낮추던 때, 이윽고 귀가 물거품처럼 부풀고 공기방울의 말이 내 몸으로 스르르 들어왔다 나가면서 바다와 대화하고 있다고 느껴지던 신비한 순간들이.   오전 내내 짖는 조카를 보며 잘 늙어가고 싶은 어른으로 딱 .. 2024. 6. 18.
《나의 무한한 혁명에게》 김선우, 창비시선 0344 (2012년 3월) 하이파이브 일년에 한번 자궁경부암 검사 받으러 산부인과에 갈 때커튼 뒤에서 다리가 벌려지고차고 섬뜩한 검사기계가 나를 밀고 들어올 때세계사가 남성의 역사임을 학습 없이도 알아채지 여자가 만들었다면 이 기계는 따뜻해졌을 텐데최소한의 예열 정도는 되게 만들었을 텐데그리 어려운 기술도 아닐 텐데개구리처럼 다리를 벌린 채차고 거만한 기계의 움직임을 꾹 참아주다가 커튼이 젖혀지고 살짝 피가 한 방울, 이 기계 말이죠 따뜻하게 만들면 좋지 않겠어요?처음 본 간호사에게 한마디 한 순간 손바닥이 짝 마주쳤다두마리 청개구리 손바닥을 짝 마주치듯 맞아요, 맞아!저도 가끔 그런 생각 한다니깐요, 자요, 어서요, 하이파이브! 김선우 시인의 시 '하이파이브'는 남자들이 상상하지 못할, 경험하지 못할 상황을 날카롭게 비판을 합니.. 2024. 6.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