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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book)/문학과지성 시인선3

《즐거운 日記(일기)》 최승자, 문학과지성 시인선 040 (1984년 12월) 언제가 다시 한번 언젠가 다시 한번너를 만나러 가마.언젠가 다시 한번내 몸이 무덤에 닿기 전에. 나는 언제나 너이고 싶었고너의 고통이고 싶었지만우리가 지나쳐온,아직도 어느 갈피에선가흔들리고 있을 아득한 그 거리들. 나는 언제나 너이고 싶었고너의 고통이고 싶었지만그러나 나는 단만 들이키고 들이키는흉내를 내었을 뿐이다.그 치욕의 잔끝없는 나날죽음 앞에서한 발 앞으로한 발 뒤로끝없는 그 삶의 舞蹈(무도)를다만 흉내내었을 뿐이다. 그리고 지금 나는, 너를 피해달아나고 달아나는흉내를 내고 있다.어디에도 없는 너를 피해. 언젠가 다시 한번너를 만나러 가마언젠가 다시 한번내 몸이 무덤에 닿기 전에. (이 세계의어는 낯선모퉁이에서네가 나를 기다리고 있기에) 최승자 시인의 시 '언젠가 다시 한번'은 깊은 상실감과 그리움.. 2024. 8. 6.
《봄비를 맞다》 황동규, 문학과지성 시인선 0604 오색빛으로 몸 다 내주고 나서전복 껍데기는 오색빛 내뿜지.몸 없어진 곳에 가서도 노래하시게.더 낭비할 것이 사라진 순간몸 있던 자리 훤히 트이고뵈지 않던 삶의 속내도 드러나겠지.좋은 날 궃은 날 가리지 않고어디엔가 붙어 기고 떨어져서 기는기느라 몸 없어진 것도 모르고계속 기고 있는 몸 드러나겠지.마음먹고 다시 둘러보면주위의 모두가 기고 있다.저기 날개 새로 해 단 그도 기고 있다.뵈든 안 뵈든 묵묵히 기는 몸 하나하나가오색빛 새로 두르게 노래하시게. 팔순을 넘어 구순을 바라보는 황동규 시인의 시 "오색빛으로"는 삶과 죽음, 존재의 본질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고 있습니다. "주위의 모두가 기고 있다. 저기 날개 새로 해 단 그도 기고 있다"는 구절은 높은 위치에 있거나 특별해 보이는 존재들조차도 결국 같은.. 2024. 8. 4.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는 법》 변혜지, 문학과지성 시인선 593 하늘과 땅 사이에 뭐가 있더라? 인부는 먼저 공사를 진행 중이다. 푸른 초원 위에 붉은 벽돌로 이루어진 집을 짓는 것은 나의 오래된 소망이었 다. 벽돌로만 집을 짓는 것은 매우 위험하지만, 나를 위 해 기꺼이 해주겠다고 인부는 내가 가진 것을 아주 조금 만 받겠다고 말해주었다. 땀을 흘리며 줄눈을 바르는 인 부의 목덜미가 아름답고, 부지런히 구름을 캐내는 희고 푸른 하늘이 아름답고, 이 모든 아름다움은 오후에 상장 했다가 저녁이 되면 폐지될 예정이다. 아름답다는 말을 그만두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그만두어야 한다는 생 각을, 생각을 그만두는 마음 한편에 앉혀두고서. 기다려. 얌전한 개가 된 생각애개 명령한다. 지급 대금을 공란으 로 남겨둔 인부의 의도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어쩌면 그 는 내게 첫눈에 반.. 2024. 4.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