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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book)/김언희5

《 GG 》 김언희, 현대문학 핀 시리즈 PIN 025 (2020년 3월) 생 로랑 선물을 받는다장갑이네 세상에서 가장 보드라운 가죽, 물개 좆으로 만든생 로랑 장갑 장갑 속을 들여다본다 이것은屍姦(시간)같고이것은獸姦(수간)같고劫姦(겁간)같고뒤집혀질로둔갑한이것은모종의협잡같고손가락을찔러넣어서라도 세워라, 나를! 촉촉한 물개 가죽은 살에 착 감기고 장갑은손가락들을 흠씬 빨아들인다 입처럼항문처럼 너는, 죽은 물개의 입에손가락을 찔러 넣은 채 살게 될 거다 너는, 죽은 물개의 항문에손가락을 찔러 넣은 채 살게 될 거다 다시 죽을 수 없게 된 물개 열 마리가열 손가락을 쭉쭉 빨아댈 거다 너는  쭉쭉 빨릴 거다 골수가 녹아내리고 창자가 녹아내리고 뼈마디가 녹아내릴 거다 너는이 장갑을 영영 벗을 수 없을 거다 구멍 속의 손가락들은 이미 구멍의 것이미 질척거리고 산 채 벗겨져 더 질 좋은 생.. 2024. 8. 6.
《뜻밖의 대답》 김언희, 민음의 시 125 (2005년 3월) 9분전 근무 중의 手淫(수음)책상다리 사이로 매독이 퍼진다 아침 열 시에 디지털 자지에서 디지털 정액이 흘러넘치고 빠는 기계 당신은빨아서 모든 것을말려죽이지 불길하고 더러운 새 소식과만 원짜리 몇 장 쥐고 흔드는 음탕한 미래 깜빡잠들었다가 나는백발이 된 채 깨어난다 미스 리천국에서 나가는 길 좀가르쳐줘 천국에서 나가는 길을애인보다 더 애인 같은 애인이 가로막고 있다肉重(육중)하고 무자비한, 내장의무게만백 킬로는 될 미치지 않았으면 맛볼 수 없었을 세상 9분 전이다 김언희 시인의 시 "9분 전"은 강렬한 이미지와 생생한 묘사를 통해 현대 사회의 불안, 고립감, 자아 상실을 표현합니다. 시는 디지털 시대의 인간 소외, 성적 혼란, 그리고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다룹니다. "디지털 자지에서 디지털 정액이 흘러.. 2024. 8. 3.
《말라죽은 앵두나무 아래 잠자는 저 여자》 김언희, 민음의 시 0095 (2000년 3월) 햄버거가 있는 풍경 식빵 한 조각을 깔고 식빵 한 조각을 덮고다져진 살코기가 오한을참고 있다 짓무른 상추 혓바닥에검은 반점들이 번지고 엎어놓은 스텐 식기 아래 두 손을 사타구니에 찌른 채 도르르 몸을 말고 죽어 있는 괄태충 행운목은, 토막난 몸에서 돋아나오는 잎사귀를 증오한다 제 잎사귀가아닌 푸른 김언희 시인의 시 '햄버거가 있는 풍경'은 현대 사회의 소외와 부조리를 햄버거라는 일상적인 음식을 통해 묘사한 작품입니다. 시는 불편한 이미지와 강렬한 대조를 통해 독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햄버거라는 친숙한 음식 속에 숨겨진 고통과 파괴, 그리고 그로 인한 인간의 소외와 고립을 통해 자신이 소비하는 것들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합니다. * 괄태충: 민달팽이  그라베   그 여자의 몸속에는 그 남자의 시신.. 2024. 7. 24.
《트렁크》 김언희, 세계사 (1995년 9월) 아버지의 자장가 이리 온 내 딸아네 두 눈이 어여쁘구나먹음직스럽구나요리 중엔어린 양의 눈알요리가 일품이라더구나 잘 먹었다 착한 딸아후벼 먹힌 눈구멍엔 금작화를심어보고 싶구나 피고름이 질컥여물 줄 필요 없으니, 거좋잖니 ...... 어디 보자, 꽃핀 딸아콧구멍 귓구멍 숨구멍에도 꽃을꽃아주마 아기작 아기작 걸어다니는살아 있는 꽃다발사랑스럽구나 이리 온, 내 딸아아버지의 바다로 가자일렁거리는 저 거대한 물침대에너를 눕혀주마아버지의 바다에, 널잠재워주마 김언희 시인의 시 "아버지의 자장가"는 너무 강렬하고 섬뜩한 이미지를 보여줍니다. 이 시는 극단적인 이미지와 비유를 통해 왜곡된 사랑과 폭력의 문제를 드러냅니다. 이 시는 독자에게 가정 내에서 발생하는 은밀한 폭력과 학대, 그리고 그것이 어떻게 사랑이라는 이름으.. 2024. 7. 20.
《보고 싶은 오빠》 김언희, 창비시선 0396 (2016년 4월) 회전축 23도26분21초4119 지구의 기울기는발기한 음경의, 기울기 이 기울기를 회전축으로지구는 자전한다 창비시선을 하루에 한 권씩 읽으며 정리하고 하고 있습니다. 급성 충수염(맹장염) 수술을 하고 병원을 나와 집에 들어와 이번 주에 읽을 시집, 삼백번 뒤쪽의 시집 네 권을 집었습니다. 그 가운데 김언희 시인의 시집 . 2016년 출간되었을 때 사서 읽지도 않고 책장에 넣어두었었나 봅니다. 첫 시 '회전축'을 읽으며 처음인 것을 알았습니다, 김언희 시인의 많은 시들 가운데 제가 읽은 첫 시였습니다. "뭐지?  지구가 기울어서 회전하며 도는 것을 남자의 성기가 발기한채로기울어서 돌고있다고 표현하는 이렇게 강렬하고 도발적 이 시는 뭐지?" "도대체 이런 시를 쓰는 시인은 누구지?" 1953년 태어나 환갑을.. 2024. 7.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