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자장가
이리 온 내 딸아
네 두 눈이 어여쁘구나
먹음직스럽구나
요리 중엔
어린 양의 눈알요리가 일품이라더구나
잘 먹었다 착한 딸아
후벼 먹힌 눈구멍엔 금작화를
심어보고 싶구나 피고름이 질컥여
물 줄 필요 없으니, 거
좋잖니 ......
어디 보자, 꽃핀 딸아
콧구멍 귓구멍 숨구멍에도 꽃을
꽃아주마 아기작 아기작 걸어다니는
살아 있는 꽃다발
사랑스럽구나
이리 온, 내 딸아
아버지의 바다로 가자
일렁거리는 저 거대한 물침대에
너를 눕혀주마
아버지의 바다에, 널
잠재워주마
김언희 시인의 시 "아버지의 자장가"는 너무 강렬하고 섬뜩한 이미지를 보여줍니다. 이 시는 극단적인 이미지와 비유를 통해 왜곡된 사랑과 폭력의 문제를 드러냅니다. 이 시는 독자에게 가정 내에서 발생하는 은밀한 폭력과 학대, 그리고 그것이 어떻게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위장될 수 있는지를 경고합니다. 또한, 인간의 존엄성을 강조하며, 이러한 비인간적 행위에 대한 깊은 성찰을 요구합니다. 시에서 '아버지'는 가부장적인 권위를 상징하며, 이는 여성을 억압하는 불평등한 권력 구조와 사회를 싱징합니다. 여성의 성적 자유와 자기 결정권을 주장하는 것과 대조적으로, 개인의 성적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를 보여줍니다. 딸의 신체를 마음대로 다루고 변형하는 아버지의 행위는 여성을 성적으로 대상화 하고 통제하는 것을 상징합니다. 이는 여성이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존재로서가 아닌, 남성의 욕망과 통제의 대상으로 간주되는 문제를 부각시킵니다. 이 시는 불평등한 권력 구조를 비판하며, 성평등과 성해방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딸의 신체와 삶을 마음대로 조작하는 아버지의 행위는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하는 행위입니다. 성평등은 모든 개인의 존엄성과 권리를 존중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시는 이러한 존엄성의 침해가 얼마나 잔혹한지를 강조합니다.
못에게
박혀 있는 게
못의 힘인 줄 아는
바보
먹통
못 느끼겠니 ......?
못의
엉덩이를 두드려가며 깊이
깊이 못과 교접하는
상처의
질
의
탄력?
김언희 시인은 1989년 『현대시학』에 '고요한 바다' 외 9편의 시를 발표하면서 문단에 데뷔했습니다. 40대 초반 여성의 시가 끈쩍근쩍하고 질퍽질퍽 하다고 할까요? 매우 파격적이고 강렬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에는 역설과 반전이 숨어 있겠지요.
HOTEL ON HORIZON
지평선
호텔
꼭대기층
마지막 방
낡아빠진 침대 스프링이
저 혼자 삐걱이며 자위를 하고
당겨올리면
착착 맞물려 올라오는 세기말의
크리넥스, 아버지, 나는
환생한
티슈에요
바르면
그 자리서 짐승이 되는 연고
작다고 느끼세요?
더 시간을 원하세요, 해면체 아버지?
'황폐한 욕망, 황홀한 세기말의 풍경, 앙티 오이디푸스 세계에서 만나는 떠도는 욕망' 이런 것을 느낄 수 있을까요? 저는 그런 부분까지 느끼지는 못하겠습니다만.
미륵
발가락 사이사이 티눈까지 황금빛이다
무르익은
미륵
뇌설적이다. 농염한
천년 묵은
엉덩이
색마
순간순간 찢어지는
시간의
처녀막
미륵은 불교에서 미래에 등장하여 세상을 구원할 것으로 예언된 부처입니다. 미륵은 고단한 삶을 살아야 했던 우리 선조들, 민중, 민초, 인민들에게 널리 사랑받아 왔습니다. 그런 미륵이 '발가락 사이사이 티눈까지 황금빛'으로 덮여 있으니, 이는 고귀함과 신성함일까요? 아니면 퇴폐적이고 세속적이며 타락함일까요? 시의 농염한 표현들은 생명의 에너지를 느낄 수도 있습니다. 이는 인간의 육체적 존재와 그 관능성,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원초적 에너지를 나타냅니다. '시간의 처녀막이 찢어진다'는 표현은 시간의 흐름과 그에 따른 변화를 시각적으로 드러냅니다. 이는 인간이 경험하는 시간의 비가역성과 그 안에 담긴 고통과 희열을 상징합니다.
떨켜
스타킹을 벗으니
넓적다리가
머리를 빗으니
머릿가죽이
훌러덩
벗겨져 버린다
깔깔깔 웃다가
웃던 입이 영영 안 다물어지고
덜커덕
턱뼈 내려앉는 소리
횡단보도로 내려서다가
모가지가, 툭
떨어져
두구르를 굴러간다
행인들의 발치에
이리저리
체이면서
...... 가을이다
2024년 여름 장마가 길어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장마라기보다 우기라고해야 할 듯 합니다. 우기가 지나고 잠시 폭염이 내리고 나면 가을이 오겠지요. 2024년 가을..... 그녀의 1995년 가을과 어떻게 다를까요?
* 떨켜: 나무나 풀의 줄기와 가지에서 떨어져 나가는 잎의 자리를 말합니다. 더 구체적으로는, 식물이 겨울철이나 건조한 시기에 잎을 떨구기 위해 만들어지는 특수한 조직입니다. 이 조직은 잎과 줄기 사이에 형성되어, 잎이 떨어질 준비가 되었을 때 자연스럽게 떨어질 수 있도록 돕습니다. 떨켜는 식물의 생리적 과정을 나타내며, 식물이 계절적 변화나 스트레스에 적응하는 중요한 메커니즘 중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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