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 로랑
선물을 받는다
장갑이네
세상에서 가장 보드라운 가죽, 물개 좆으로 만든
생 로랑 장갑
장갑 속을 들여다본다
이것은屍姦(시간)같고이것은獸姦(수간)같고劫姦(겁간)같고뒤집혀
질로둔갑한이것은모종의협잡같고
손가락을찔러넣어서라도
세워라, 나를!
촉촉한 물개 가죽은 살에 착 감기고 장갑은
손가락들을 흠씬 빨아들인다 입처럼
항문처럼
너는,
죽은 물개의 입에
손가락을 찔러 넣은 채 살게 될 거다
너는,
죽은 물개의 항문에
손가락을 찔러 넣은 채 살게 될 거다
다시 죽을 수 없게 된 물개 열 마리가
열 손가락을 쭉쭉 빨아댈 거다
너는
쭉쭉 빨릴 거다 골수가 녹아내리고 창자가 녹아
내리고 뼈마디가 녹아내릴 거다 너는
이 장갑을 영영
벗을 수 없을 거다
구멍 속의 손가락들은 이미 구멍의 것
이미 질척거리고
산 채 벗겨져 더 질 좋은 생각죽 장갑이
말씬말씬 꺾어본다
열 손가락
'마디, 마디를'
김언희 시인의 시 "생 로랑"은 선물로 받은 고급 장갑을 통해 인간의 내면, 본능, 그리고 억압된 욕망을 강렬하고도 충격적으로 표현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보드라운 가죽, 물개 좆으로 만든 생 로랑 장갑"이라는 구절은 물질적 사치와 고급스러움을 상징하지만, 그 속에 내재된 공허함과 내면의 불안감을 드러냅니다. 장갑이 "屍姦(시간)같고...獸姦(수간)같고...劫姦(겁간)같고"라는 표현은 장갑이 단순한 사치품이 아닌 인간의 어두운 본능과 억압된 욕망을 상징합니다. "촉촉한 물개 가죽은 살에 착 감기고 장갑은 손가락들을 흠씬 빨아들인다 입처럼 항문처럼"이라는 구절은 장갑이 주는 촉감을 통해 인간의 성적 욕망과 본능을 강하게 자극하는 이미지를 그립니다. 시에서 장갑은 인간의 손가락을 "쭉쭉 빨아댄다"는 이미지로 억압적인 힘을 상징합니다. 이는 물질적 사치와 그로 인해 억압된 욕망이 인간을 구속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너는... 이 장갑을 영영 벗을 수 없을 거다"라는 구절은 물질적 욕망에 사로잡힌 인간이 그 욕망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의미합니다. 이는 영원한 억압과 구속을 상징합니다. "구멍 속의 손가락들은 이미 구멍의 것"이라는 표현은 한 번 욕망에 빠진 인간은 더 이상 자신의 주인이 아니며, 그 욕망의 소유물이 되었음을 나타냅니다. "산 채 벗겨져 더 질 좋은 생각죽 장갑이"라는 구절은 인간이 끊임없이 더 나은 것을 추구하면서도 결국에는 자신의 본질을 잃어버리고 마는 비극을 나타냅니다. 이 시는 인간의 욕망과 그 이면에 숨겨진 억압과 고통을 탐구하며, 그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인간의 비극적인 모습을 강렬한 이미지로 그려냅니다.
사랑하는 나의 하나님
사랑하는 나의 하나님
당신은 나의 늙은 양, 나의 늙은 암캐
시들어빠진 좆을 달고 엉거추춤 서 있는 암캐
사랑하는 나의 하나님
당신은 나의 벼룩
내 피를 빨러가며 키우는 대롱 속의 벼룩, 이 밤도
길길이길길이 뛰노는 하나님
그러나 언젠가는 손톱으로 눌러 죽여야 할 나의 하나님
사랑하는 나의 하나님
잘못 이식된 장기 같은 하나님
보지조차 없으면서 젖통이가 시려워 우는 하나님
사랑하는 나의 하나님
나보다 단 1초도 먼저 죽지 않을* 나의 하나님
사랑하는 나의 하나님
사라지는 순간까지 영원할 하나님
그러나 시체조차 없이 죽을
나의 하나님
* 지그문트 바우만
시인은 하나님을 사랑하는 대상으로 표현하지만, 동시에 비난하고 조롱합니다. 이는 인간이 신에게 가지는 복잡한 감정, 즉 경외와 사랑, 그리고 불만과 분노를 나타냅니다. 시에서 하나님은 늙고, 시들어가며, 불완전한 존재로 그려집니다. 이는 전통적인 전지전능한 신의 이미지와 대비되며, 신에 대한 회의와 비판을 반영합니다. 시인은 하나님을 벼룩에 비유하여 자신의 피를 빨아가는 존재로 묘사합니다. 이는 신에 대한 의존성에 그로 인한 고통을 나타냅니다. 인간이 신을 필요로 하면서도 그 관계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는 모순적인 감정을 드러냅니다. "사라지는 순간까지 영원할 하나님"이라는 구절은 신의 영원성과 인간의 유한성을 동시에 표현합니다. 신은 영원하지만, 인간의 관점에서 신도 결국 사라질 수 있는 존재로 인식됩니다. 시인은 신을 손톱으로 눌러 죽여야 할 존재로 표현하며, 신앙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드러냅니다. 이는 맹목적인 신앙이 아니라, 신과의 관계에서 느끼는 갈등과 회의, 그리고 저항을 상징합니다. 시인은 하나님을 "잘못 이식된 장기"와 같이 느끼며, 보지도 않고 젖통이 시려워 우는 존재로 묘사합니다. 이는 신이 인간의 고통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무관심하게 대하는 모습을 비판합니다. '사랑하는 나의 하나님'은 인간과 신의 관계를 심도 있게 탐구하며, 그 관계 속에서 느끼는 복잡한 감정과 갈등을 표현합니다. 시인은 신에 대한 사랑과 경외, 그리고 혐오와 비판을 동시에 드러내며, 전통적인 신앙의 개념을 도전하고 있습니다.
Happy Sad
고독이 아니라
성욕을
앗기자, 난
물을 앗긴 물고기처럼 됩디다, 동지
돼지를 인물 보고 잡아먹냐
잉잉거리던 사내들을
앗기자, 동지
그래도 난
구멍이 나도록 살았소
뼛속에 엿 구멍이 나도록, 동지
비위생적인 혀로 비
위생적인
연애들을 관찰해가며, 시커먼
터럭들이 묘판처럼 길어 나오는 백지 위에서, 동지
失明(실명)한 낭심들을, 입안에서
새파랗게
얼어붙는 것들을 어르고 달래며
이 세상 맛이 아닌 맛을 보여주곤 했소, 동지
진심을 다한 거짓말들을
거짓말을
할 때마다 길어 나오던 것들을
사랑했소, 달아오를 때마다 길어 나오던
송곳니들을, 난 사람도 아닐 때가
많았소, 동지, 짐승만도
못 할 때가, 그랟ㅎ
난 그런 때가
좋았소, 목맨 자들의
발 박수를 받으며 예수보다 더
쪽팔리는 것이 될 때가, 걸레에서 벌레까지
見者(견자)에서 犬者(견자)까지 양다리를
늘어 걸치고
이제는
죽을 수가
있을 것 같던 그때가, 동지
김언희 시인의 시 'Happy Sad'는 인간 존재의 본능과 욕망, 그리고 그로 인한 고통과 모순된 감정을 강렬하게 표현합니다. 시인은 성욕을 빼앗긴 자신을 물을 잃은 물고기에 비유하며, 인간의 본능적 욕망이 삶의 중요한 부분임을 강조합니다. 성욕을 비롯한 본능적 욕망이 억압될 때 인간은 존재의 의미를 상실한다고 말합니다. 시인은 비위생적인 혀로 비위생적인 연애를 관찰하며, 사회적 규범과 개인적 욕망 사이의 갈등을 표현합니다. 진심을 다한 거짓말을 사랑했다고 말은 거짓과 진실의 경계에서 혼란스러워하는 인간의 내면을 드러냅니다. 인간이 진실을 추구하면서도 때로는 거짓 속에서 위안을 찾는 모순된 모습을 보여줍니다. 시인은 자신이 사람도 아닌 때가 많았다고 고백하며, 짐승만도 못한 순간들을 떠올립니다. 이는 인간이 본능에 충실할 때, 사회적 규범에서 벗어나 비인간적인 존재로 전락할 수 있음을 나타냅니다. 시인은 목맨 자들의 발 박수를 받으며 예수보다 더 쪽팔리는 존재가 되었던 때를 회상합니다. 이는 극한의 고통 속에서 느낀 해방감을 표현하며, 인간이 고통을 통해 자신을 초월할 수 있음을 암시합니다. 시의 마지막 부분에서 시인은 이제 죽을 수 있을 것 같던 때를 회상합니다. 이는 삶의 끝자락에서 느끼는 평온함과 해방감을 표현하며, 인간 존재의 유한성과 그로 인한 해방을 상징합니다.
여느 날, 여느 아침을
여느 날 여느 때의 아침을, 죽어서 맞는다는 거, 죽은 여자로서 맞는다는 거, 섹스와 끼니에서 해방된 여자로서, 모욕과 배신에서 해방된 여자로서, 지저분한 농담에서 해방ㄷ힌 여자로서 낮는다는 거, 어처구니없는 삶으로부터, 어처구니없는 죽음으로부터 해방된 여자로서 맞는다는 거, 사랑하지 않아도 된다는 거, 사랑하기 위하여 이를 갈아 부치지 않아도 된다는 거, 칼을 삼키듯 말을 삼키지 않아도 된다는 거, 여느 날 여느 때의 아침을, 죽은 여자로서 맞는 다는 거, 매 순간 머리끝이 쭈뼛하지 않아도 된다는 거, 소스라치고 소스라치고 소스라치지 않아도 된다는 거, 밤이면 끝없이 끝도 없이 미끌미끌한 눈동자들을 게우지 않아도 된다는 거,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은 아침을, 죽어서 맞는다는 거, 알람 없이 맞는다는 거, 이 기막힌 잠, 형언할 수 없는 잠, 말도 안 되게 진짜인 잠, 내일 없는 잠, 오오, 내일 없는 이 잠을 음미한다는 거, 이 순간보다 길지 않은 아침을, 목을 지그시 밟아 누르는 발목 없이 맞는다는 거, 혐오 없이 증오 없이 맞는다는 거, 같잖은 생, 같잖은 죽음, 같잖은 하나님, 희미한 경멸을 띠고서 맞는다는 거, 내가 신인 줄을 몰랐다가 신이 되어 맞는다는 거,
김언희 시인의 시 '여느 날, 여느 아침을'은 죽음을 통해 삶의 고통과 억압에서 해방된 여성을 묘사합니다. 시인은 죽음을 맞이한 여성을 통해 섹스와 끼니, 모욕과 배신, 지저분한 농담 등 일상적인 억압과 고통에서 해방된 상태를 표현합니다. 이는 여성으로서 겪는 사회적 억압과 고통으로부터 벗어난 해방감을 강조합니다. 시인은 매 순간 두려움과 고통에서 벗어나 평온한 상태를 묘사합니다. 이는 죽음을 통해 고통이 끝나고 평온이 찾아온다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시의 마지막 부분에서 "내가 신인 줄을 몰랐다가 신이 되어 맞는다는 거"라는 구절은, 죽음을 통해 자신의 존재가 신성한 경지에 이르렀음을 깨닫는 순간을 나타냅니다. 이는 인간이 죽음을 통해 신성한 존재로 변모하는 과정을 상징합니다. 시인은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어 느끼는 자유와 해방, 그리고 신성한 자각을 노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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