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버거가 있는 풍경
식빵 한 조각을 깔고 식빵 한 조각을 덮고
다져진 살코기가 오한을
참고 있다
짓무른 상추 혓바닥에
검은 반점들이 번지고
엎어놓은 스텐 식기 아래
두 손을 사타구니에 찌른 채 도르르 몸을 말고 죽어 있는 괄태충
행운목은,
토막난 몸에서 돋아나오는 잎사귀를
증오한다 제 잎사귀가
아닌
푸른
김언희 시인의 시 '햄버거가 있는 풍경'은 현대 사회의 소외와 부조리를 햄버거라는 일상적인 음식을 통해 묘사한 작품입니다. 시는 불편한 이미지와 강렬한 대조를 통해 독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햄버거라는 친숙한 음식 속에 숨겨진 고통과 파괴, 그리고 그로 인한 인간의 소외와 고립을 통해 자신이 소비하는 것들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합니다.
* 괄태충: 민달팽이
그라베
그 여자의 몸속에는 그 남자의 시신(屍身)이 매장되어 있었다 그 남자의 몸속에는 그 여자의 시신(屍身)이 매장되어 있었다 서로의 알몸을 더듬을 때마다 살가죽 아래 분주한 벌레들의 움직임을 손끝으로 느꼈다 그 여자의 숨결에서 그는 그의 시취(屍臭)를 맡았다 그 남자의 정액에서 그녀는 그녀의 시즙(屍汁) 맛을 보았다 서로의 몸을 열고 들어가면 물이 줄줄 흐르는 자신의 성기가 물크레 기다리고 있었다 이건 시간(屍姦)이야 근친 상간이라구 묵계 아래 그들은 기어나오는 각자의 유골을 수습하였다 파헤쳐진 곳을 얼기설기 흙으로 덮었다 그는 그의 파묘(破墓) 자리를 떠도는 갈 데 없는 망령이 되었다 그녀는 그녀의 파묘 (破墓) 자리를 떠도는 음산한 귀곡성(鬼哭聲)이 되었다
40대 후반 김언희 시인의 시 '그라베'는 강렬하고 충격적인 이미지와 표현을 통해 인간 관계의 복잡성과 내면의 어두운 측면을 탐구하는 작품입니다. 시의 묘사는 현실을 초월한 공포와 비현실적인 느낌을 주며, 독자를 강렬한 상상 속으로 끌어들입니다. 인간 관계의 어두운 측면과 내면의 깊은 상처를 직시하게 하며, 이를 통해 우리 삶의 복잡성과 고통을 이해하려는 노력합니다. 시는 불편하고 충격적이지만, 이러한 감정을 통해 스스로의 내면을 더 깊이 탐구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 그라베: 아주 느리게
말라죽은 앵두나무 아래 잠자는 저 여자
말라죽은 앵두나무 아래 잠자는 저 여자는 아직도 죽지 않았다 양 한 마리가 무릎을 꿇은 채 여자의 잠속을 절룩절룩 걸어다닌다 도끼에 찍힌 자국들이 헐벗은 사타구니 처럼 드러나 있는 앵두나무 저 여자는 언제 죽을까 죽은 앵두나무 아래 죽을 줄 모르는 저 여자 미친 사내가 도까를 들고 다시 등뒤에 선다 미래의 상처가 여자의 두개골 속에서 시커멓게 벌어진다 앵두나무 죽은 앵두나무 말라죽은 앵두나무 도랑을 가득 채우고 흐르는 것은 검은 머리카락이다.
김언희 시인의 시 '말라죽은 앵두나무 아래 잠자는 저 여자'는 강렬하고 어두운 이미지를 통해 인간의 고통, 절망, 그리고 폭력의 주제를 탐구하는 작품입니다. 시는 죽음과 상처, 그리고 끊임없는 고통을 시각적으로 생생하게 묘사하며, 강한 인상을 남깁니다. 도끼를 든 미친 사내와 미래의 상처가 두개골 속에서 벌어지는 장면은 폭력과 공포를 강렬하게 전달합니다. 이는 인간이 겪는 극심한 고통과 공포를 상징합니다. 여자는 죽은 앵두나무 아래서도 죽지 않고 잠들어 있습니다. 이는 극심한 고통 속에서도 끝나지 않는 무기력과 절망을 나타냅니다. 시는 어두운 이미지를 통해 절망과 무기력을 표현하며, 이러한 감정과 상황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도록 유도합니다. 이를 통해 인간의 고통과 상처를 더 깊이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합니다.
벗겨내주소서
지긋지긋하다
똥구멍이빨간시도
씹다붙여둔껌같은섹스도
쓰고버린텍스같은생도
지긋지긋해지긋
지긋하옵니다아버지
풍선의대가리를 가르고돌을채우는일도
있지도않은구름다리를벌벌떨면서건너는연애도아버지
지긋지긋하옵니다뻐꾸기시계속에서
시간마다튀어나오는아버지의
면상도색다를털벌레도
지긋지긋하옵니다
가래처럼찐득거리는희망도
손가락이열개나달린이구멍도
저뱀자루도아버지지긋
지긋하옵니다
벗겨주소서
벗겨주소서아버지
나를아버지
콘돔처럼아버지
아버지의좆대가리에서아버지!
김언희 시인의 '벗겨내주소'는 강렬한 언어와 충격적인 이미지를 통해 현대인의 절망과 고통, 그리고 탈출에 대한 갈망을 표현한 작품입니다. 시는 반복적인 구조와 극단적인 표현을 통해 독자에게 강렬한 감정을 전달하며, 인간 존재의 복잡성과 불안감을 탐구합니다. 시의 마지막 부분에서 화자는 해방을 갈망하며 아버지에게 간청합니다. 이는 현재의 고통스러운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한 강한 욕구를 나타냅니다.
황혼이 질 때면
개같은
똥같은
갈보같은 구멍
천역에 찌들린 구멍, 피로로
썩어가는 구멍, 이미
끝장이 난 구멍
끝장이 난 다음에도 중얼거리는
크르륵거리는 구멍, 풍선껌을
씹는, 말랑말랑한 이빨로
내 머리를 씹는, 옴쭉
옴쭉 나를
삼키는 구멍
헐, 헐, 헐,
웃는
구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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