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유리 - 하나
한 늙은이의
더러운 욕망이
저토록 많은 꽃봉오리를
짓밟은 줄은 몰랐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입니다. 민주공화국의 가치를 훼손한 사람들을 추앙한는 것은 민주공화국을 부정하는 행위입니다. 링컨 대통령 말한 '인민의, 인민에 의한, 인민을 위한 정부'의 가치를 바탕으로,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불을 넘는 나라에서 무엇보다도 인권과 지구별 공동체를 지키며 민주공화국의 가치를 수호해야합니다. 독재자들과 그러한 사상은 민주공화국에서 추앙되고 지켜져야 할 가치가 아닙니다.
다시 붓을 들고
蘭(난)을 치지 않는다.
蘭(난)이 놓일 자리에
모질고 억센
엉겅퀴 한 포기를 그려 넣는다.
(내 생애의 기운 한나절에
쑥대머리 치켜 들고 우뚝 일어설 ...... )
일찌기 우리들의 것이었던
꽃피는 大地여!
그 능욕당한 젖무덤에
새파랗게 날선 곡괭이를 박고,
살 속 깊이 잠든
피를 깨우리라.
때는 12.12와 5.18로 민중의 피를 딛고 들어선 전두환 군부독재 철권통치시대.민영 시인의 시 "다시 붓을 들고"는 억압과 고통 속에서 다시 일어서는 의지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작품입니다. 시인이 '난을 치지 않는다'는 것은 단순히 아름다움이나 고상함에 머무리지 않겠다는 결의를 보여줍니다. 엉겅퀴는 거칠고 억센 생명력과 저항의 상징으로, '엉겅퀴 한 포기를 그려 넣는다.'는 구절에는 현실의 고통과 억압을 직시하고 그것에 맞서는 강인한 정신이 담겨 있습니다. ' 내 생애의 기운 한나절에 쑥대머리 치켜 들고 우뚝 일어설 ......'에서도 억압을 견디며 강인하게 일어설 것을 다짐하는 의지를 드러냅니다. '쑥대머리'는 전통적인 저항의 상징으로, 시인은 이를 통해 억압에 굴하지 않고 다시 일어설 강한 의지를 표현합니다. '일찌기 우리들의 것이었던 꽃피는 大地여!'라는 구절에서는 민주주의와 민주공화국을 되찾고자 하는 염원을 나타내며, '그 능욕당한 젖무덤에 새파랗게 날선 곡괭이를 박고, 살 속 깊이 잠든 피를 깨우리라.'는 독재 시절의 고통을 고통을 깨우고 치유할 강력한 의지를 상징합니다. 이 시는 억압과 시련을 겪은 사람들이 고통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다시 일어설 힘과 의지를 강조하며, 시인은 붓을 통해 이러한 민주주의와 민주공화국의 회복을 염원합니다. 21세기 대한민국은 민주주의와 민주공화국입니까? 아니면 민주주의와 민주공화국을 되찾아야 할 대한민국입니까?
가을 제비의 노래
어느 늦가을 아침, 전기줄에 앉아 재잘거리는 제비들의 노랫소리를 들으며 나는 올 겨울 추위가 혹독하리란 예감이 들었읍니다.
제비들은 이 땅을 떠나기에 앞서 찐득거리는 밤안개와 숨막히는 불꽃, 겨울 다음에 올 삭막한 봄 풍경을 읊조리고 있는 거나 아닐까요?
제비들의 노래를 들어라!
이제는 떠나야겠어요
흥부는 잡혀가고 놀부만 남은 땅
이제 가면 다시 오지 않겠어요
박씨도 호박씨도 안 물어오고
꽃피는 새봄도 데려오지 않겠어요
바람아 불어라 돌개바람아!
황량한 들판에 풀잎 시들고
독약 같은 연기 속에 눈먼 사람들 ......
이 시는 군부독재 아래에서 희망이 사라진 시대를 배경으로, 그 억압 속에서 더 이상 희망을 품을 수 없다는 절망적을 담고 있습니다. 제비의 노래는 이러한 시대적 현실에 대한 비판이자, 떠나고자 하는 절박함을 표현하며, 당시의 정치적, 사회적 상황의 비극성을 고발합니다.
굴다리 근처
대낮에도 불을 켠
굴다리 위로는 기차가 지나가고
굴다리 밑으로는 자동차가 달려간다.
경동시장에서 무우와
간절이 고등어를 산 노파가
그 밑을 지나가고,
니야까에 짐 실은 젊은이가
아픈 허리를 굽혔다 펴며
그 밑을 지나간다.
굴다리 저켠 오팔팔에는
꽃같이 예쁜 아가씨들도 많건만
서른이 넘은 그 젊은이는
아직 장가를 못 갔단다.
전농동 고갯마루
산동네 판자집,
산동네 판자집,
늙은 어머니가 저녁밥 지어 놓고
배추잎같이 시들어 돌아오는
아들을 기다리는 곳.
굴다리 위에 뜨는 해는
선진 조국을 모른다.
민영 시인의 시 '굴다리 근처'는 1980년대 한국 사회의 경제적 발전 속에서 소외된 사람들의 삶을 조명합니다. 시는 도시화와 산업화의 상징인 기차와 자동차가 지나가는 굴다리 아래에서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묘사하며, 그 속에 숨겨진 고통과 소외를 드러냅니다. 도시화와 경제적 발전 속에서 소외된 사람들의 고단한 삶과 사회적 불평등을 고발하고 있으며, 시인은 이들의 일상을 통해 경제적 성장의 이면에 남겨진 고통과 소외를 조명하며 그들의 목소리를 대변합니다.
내가 너만한 아이였을 때 - 아들에게
내가 너만한 아이였을 때
늘 약골이라 놀림받았다.
큰 아이한테는 떼밀려 쓰러지고
힘센 아이한테는 얻어맞았다.
어떤 아이는 나에게
아버지 담배를 가져오라 시키고,
어떤 아이는 나에게
엄마 돈을 훔쳐오라고 시켰다.
그럴 때마다 약골인 나는
나쁜 짓인 줄 알면서도 갖다 주었다.
떼밀리는 게 싫었기 때문이다.
얻어맞는 게 두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생각했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나?
떼밀리고 얻아맞으며 지내야 하나?
그래서 나는 약골들을 모았다.
모두 가랑잎 같은 친구들이었다.
우리는 더 이산 비굴할 수 없다.
얻어맞고 떼밀리며 살 수는 없다.
어깨를 겨누고 힘을 모으자.
처음에 친구들은 추춤거렸다.
비실대며 꽁무니빼는 아이도 있었다.
일곱이 가고 셋이 남았다.
모두 가랑잎 같은 친구들이었다.
우리는 약골이다.
떼밀리고 얻어맞는 약골들이다.
그러나, 약골도 뭉치면 힘이 커진다.
가랑잎도 모이면 산이 된다.
한 마리의 개는 짓밟히지만,
열 마리가 모이면 지렁이도 움직이고
십만 마리가 덤벼들면 쥐도 잡는다.
백만 마리가 달려들면 어떻게 될까?
코끼리도 그 앞에서는 뼈만 남는다.
떼밀리면 다시 일어나자!
맞더라도 울지 말자!
약골의 송곳 같은 가시를 보여주자!
내가 너만한 아이였을 때
우리 나라도 약골이라 불렸다.
왜놈들은 우리 겨레를 채찍질하고
나라 없는 노예라고 업신여겼다.
민영 시인의 시 "내가 너만한 아이였을 때 - 아들에게"는 약자들이 뭉쳐서 힘을 키우고, 더 이상 억압과 불의를 참지 않겠다는 결의를 다지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 시는 개인적 경험을 통해, 약자의 연대와 저항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이 시는 약자가 강자에게 맞서 싸우기 위해서는 연대와 단결이 필요함을 강조합니다. 시인은 개인적인 경험과 민족의 역사를 통해, 억압을 극복하고 강해지는 방법을 아들에게 가르치며, 약자들도 뭉치면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희망과 결의를 심어줍니다.
엉겅퀴꽃
엉겅퀴야 엉겅퀴야
철원평야 엉겅퀴야
난리통에 서방잃고
홀로사는 엉겅퀴야
갈퀴손에 호미잡고
머리위에 수건쓰고
콩밭머리 주저앉아
부르느니 님의 이름
엉겅퀴야 엉겅퀴야
한탄강변 엉겅퀴야
나를두고 어디갔소
쑥국소리 목이메네
"돌이켜 생각하면 시 쓰는 일은 부끄러운 일이기도 하다. 비록 자기가 쓴 시가 시대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고 눈에 띄는 것 마음에 비치는 것을 온전히 노래하려 했다 할지라도, 수많은 젊은이들이 죽음을 맞바라보며 민주주의와 자유 등불을 지키기 위해 안간힘 쓰고 있을 때, 책상 앞에 앉아서 시나 쓰고 있어야 하는 무려함, 시 쓰는 일의 부끄러움이 여기에 있다..... 모든 이들이 다 거리로 나가 막강한 힘을 지닌 압제의 무리와 몸으로 부딪칠 수도 없는 것이라면, 힘겨운 겨룸터에 뛰어든 사람들에게 마음을 보태주고, 그들을 위해 기쁨과 슬픔의 노래라도 불러줄 사람이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 자위해보기도 한다."
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611479.html
※ 시집을 펼치면 '97.8.3 OOO 친필이 맞아줍니다. 97년의 OOO이 이 지구별 어디에서 작은 인간으로 숨 쉬며 평범한 일상을 즐기고 있기를 소망합니다.
엉겅퀴꽃은 국화과에 속해는 여러해살이풀로, 들이나 산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식물입니다. 6월에서 8월까지 자주색 꽃이 피고 지고를 반복합니다. 연한 식물체와 어린순을 나물로 먹고 성숙한 뿌리를 약으로 씁니다. 엉겅퀴는 지혈 효과가 뛰어나 소변출혈·대변출혈·코피·자궁출혈·외상출혈에 좋습니다. 폐결핵에는 진해·거담·흉통을 완화에 효과적이며, 급성 전염성간염에는 항균 작용이 있고, 혈압을 낮추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민간에서는 뿌리로 술을 담가 신경통·요통의 치료제로 활용하며, 꽃과 생뿌리를 술이나 청으로 담가 100일 후 걸러 음용하면 위를 튼튼하게 하고 해독 효과가 있습니다. 또한 꽃과 어린 잎을 튀김으로 먹거나 어린 잎을 장국에 넣어 끓여도 좋습니다.
'책(book) > 창비시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저 무덤 위에 푸른 잔디》 고정희, 창비시선 0077 (1989년 9월) (7) | 2024.09.07 |
---|---|
《어여쁜 꽃씨 하나》 서홍관, 창비시선 0080 (1989년 9월) (0) | 2024.08.24 |
《까치독사》 이병초, 창비시선 0397 (2016년 4월) (8) | 2024.08.16 |
《달은 아직 그 달이다》 이상국, 창비시선 0398 (2016년 5월) (0) | 2024.08.13 |
《남겨두고 싶은 순간들》 박성우, 창비시선 0507 (2024년 7월) (2) | 2024.08.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