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328 《조국의 별》 고은, 창비시선 0041 (1984년 7월) 괴물 / 최영미 En선생 옆에 앉지 말라고 문단 초년생인 내게 K시인이 충고했다 젊은 여자만 보면 만지거든. K의 충고를 깜박 잊고 En선생 옆에 앉았다가 Me too 동생에게 빌린 실크 정장 상의가 구겨졌다. 몇 년 뒤, 어느 출판사 망년회에서 옆에 앉은 유부녀인 편집자를 주무르는 En을 보고, 내가 소리쳤다 "이 교활한 늙은이야!" 감히 삼십년 선배를 들이박고 나는 도망쳤다 En이 내게 맥주잔이로 던지면 새로 산 검정색 조끼가 더러워질까봐 코트자락 휘날리며 마포의 음식점을 나왔는데,. 100권의 시집을 펴낸 "En은 수도꼭지야. 틀면 나오거든 그런데 그 물은 똥물이지 뭐니" (우리끼리 있을 때) 그를 씹는 소설가 박 선생도 En의 몸집이 커져 괴물이 되자 입을 다물었다 자기들이 먹는 물이 똥물인지도 .. 2024. 7. 6. <나누는 사람들> 나눔문화 2024 여름호 함박꽃 미소로 맑은 산바람이 그리운 날.깊은 산중에 피어난 함박꽃 한 송이 띄워 보냅니다.답답한 정국과 어려운 살림의 나날이지만,고귀하고 아름다운 것은다 온몸으로 견디며 피어나는 거라고,함박꽃처럼 한 번 환히 웃으며여름날 보내시면 좋겠습니다. '최후의 피난처' 라파Rafah 학살을 멈춰라https://www.nanum.com/site/index.php?mid=nanusa&category=32219150&document_srl=32219153 [성명] 이스라엘은 라파Rafah 학살을 멈춰라 - 나누는 사람들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에 대한 이스라엘군의 공격을 지켜보는 아이들. ⓒAFP 지난 5월 7일, 이스라엘이 기어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최후의 피란처’인 최남단 도시 라파에 지www.nanu.. 2024. 7. 6. 《지금 그리운 사람은》 이동순, 창비시선 0057 (1986년 12월) 종다래끼 - 農具(농구) 노래 2 할 수만 있다면싸릿대로 이쁘게 엮은 종다리깨 하나멜빵 달아 어깨에 메거나배에 둘러차고 우리나라의 고운 씨앗을 한가득 담아남천지 북천지 숨가삐 오르내리며풀나무 없는 틈이란 틈마다 씨를 뿌리고철조망 많은 무장지대 비무장지대폭격 연습 한 뒤의 벌겋게 까뭉개진 산허리춤에다온통 종다래끼 거꾸로 쏟아 씨를 부어서저 무서운 마음들을 풀더미 속에 잠재우고도 싶고또 할 수만 있다면짚으로 기름히 엮은 종다래끼 하나어깨에 메거나 배에 둘러차고충청도 물고기 담아가서 황해도 시장에 갖다 주고함경도라 백두산 푸른 냄새를 그득그득 담아와서철없는 내 어린것에게 맛보이고 싶어라이남의 물고기 맛고 이북의 풋나물 맛이한가지라는 걸 보여주고 싶어라아, 할 수만 있다면 이렇게우리나라는 하나여라 하나여라하나여.. 2024. 7. 6. 《넋이야 넋이로다》 하종오, 창비시선 0058 (1986년 11월) 시인굿 가운데에서 어떻게 한 다리 걸치고, 어떤 놈들인지, 내 이승사람이 아니니 저승소리로 한번 훑어볼 테니 들어봐라! 내 문학이 모더니즘의 모범이라 치켜세우면서 제 글도 모더니즘에 한몫을 보려는 놈! 내 문학은 소시민적 갈등 속에서태어난 도덕적 진정성이라면서 거듭 되풀이 주장하는 놈! 내 문학은 도시적 감수성만 있기 때문에 농촌적 정서가 결여될 수밖에 없다고 운명적으로 말하는 놈! 내 문학을 싸움으로 여겨 그 싸움을 또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전부로 알고 기고만장해하는 놈! 모조리 눈 감고 코끼리 다리 애무하고 있으니 내가 저승에선들 편하겠느냐? 그놈들 찬물에 손 씻고 눈 비빌 땐데 찬물에 밥 말아먹는 놈들이 또 있으니 으음 황당하다 내 시에서 난해성만 쏙 빼 제 복잡성으로 버무려, 에에 .. 2024. 7. 4. 《前夜(전야)》 이성부, 창비시선 0030 (1981년 12월) 종이보다 더 큰 題目(제목)을 붙이자 - 한국일보 창간 25주년에 온 세싱 모두 잠들어도깨어 있는 눈,어둠의 결의로 어둠을 태워날마다 날마다우리들 가슴 벅찬 희망을 앞당기는스물다섯 살 한국의 젊은 신문이여강력한 신문이여. 모든 언어에우리들 허파의 더운 피가 흐르고볼펜 한 자루,깨알 같은 활자들 하나 하나,우리들 진실의 창끝으로 뒤바뀔 때젊은 신문이여강력한 신문이여빛나는 도약의 큰 날개를 펴자! 찬 새벽을 찢는 역사의 맥박 소리,힘찬 시동의 불길,골목마다 거리마다달리는 발자국 소리,깨끗한 손길들,세계의 이름모를 장소에도 다다르는스물다섯 살 한국의 젊은 신문이여강력한 신문이여. 한 사람의 평생이 가도햇볕 안 드는 半島(반도)의 구석구석을 찾아사랑의 밝은 빛살로 머물고,목마르며 숨가쁜 사람들의아픔 한복판에 이.. 2024. 7. 1. 《아도》 송수권, 창비시선 0052 (1985년 10월) 우리말 감자와 고구마와 같은 낱말을입안에서 요리조리 읽어보면아, 구수한 흙냄새초가집 감나무 고추잠자리 .....어쩌면 저마다의 모습에 꼭두 알맞는 이름들일까요.나무, 나무 천천히 읽어보면 묵직하고 커다란 느낌친구란 낱말은 어떨까요.깜깜한 압굴 속에서 조금씩 밝아오는 얼굴풀잎, 풀잎 하고 부르니까내 몸에선 온통 풀냄새가 납니다.또 잠, 잠 하고 부르니까 정말 잠이 옵니다. 망아지 토끼 참새 까치 하고 부르니까껑총거리며 잘도 뛰는 우리말강아지 하고 부르니까목을 흔들며 딸랑딸랑 방울소리가 나는 우리말미류나무에서 까치 울음소리가 들립니다.까작, 까작, 까작, 문을 열고 내다봅니다.닳고 닳은 문 돌쩌귀 우리네 문 돌쩌귀수톨쩌귀 암톨쩌귀 맞물고 돌아 매번 뒤틀리기만 하는 사랑기다림 끝에 환히 밝아오는 정말, 사랑이.. 2024. 7. 1. 이전 1 ··· 15 16 17 18 19 20 21 ··· 5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