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book)194 《걷다 보면》 이윤희 사르락 사르락 바람이 불어. 길을 따라 걸어 볼까?걷다 보면 만날 거예요. 사슴아. 나 기다렸구나. 오늘 내가 만난 친구들 이야기해 줄까? 동양화를 전공한 이윤희 작가님은 일상에서 관찰하기를 좋아하고 산책을 하면서 주변의 풀과 나무와 같은 작은 변화들을 느끼며 아쉬움과 기대를 가지곤 합니다. '걷다 보면'은 우리가 무심히 지나치던 그 길이 반갑고 기대되는 걸음으로 채워지길 바라며 쓰고 그린 첫 그림책입니니다. 길을 걸어가며 친구들을 만나는 소녀를 하늘 위에서 내려다 본 모습, 마치 드론으로 촬영한 것처럼 상상의 그림을 느껴보셔요. 2024. 6. 1. 《봄이 들면》 김영화 봄이 들면, 고사리를 꺽으러 가요.풀숲 사이, 굵은 왕고사리를 찾아 보아요.어쩌면 뜻밖의 친구를 만날지도 몰라요.봄이 들면..... "엄마, 내년에도 갈 거지? 나도 꼭 데려가야 해. 고사리도 꺽고 꿩도 다시 만나게. 응?""그래. 다시 봄이 들면.""응. 다시 봄이 들면. 약속!" 김영화 작가님은 제주에서 태어나고 배우고 자랐습니다. 한라산이 내어 주는 것들과 마주하며 애정을 담아 그림을 그리고 바느질하고 실을 꼬는 작업을 합니다. 김영화 작가님의 '봄이 들면'에서 엄마와 소녀는 다음 해 봄이 들면 고사리를 꺽으러 갈 수 있었을까요? 마지막 쪽 그림을 꼭 보셔요. 2024. 6. 1. 《깨끗한 희망》 김규동, 창비시선 0049 유모차를 끌며 그 신문사 사장은변변치 못한 사원을 보면집에서 아이나 보지 왜 나오느냐고 했다유모차를 끌며 생각하니아이 보는 일도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다기저귀를 갈고 우유 먹이는 일목욕 시켜 잠재우는 일은책 보고 원고 쓸 시간을군말 없이 바치면 되는 것이지만공연히 떼쓰거나마구 울어댈 때는 귀가 멍멍해서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이 되니이 경황에 무슨 노래를 부를 수 있겠느냐신기한 것은한마디 말도 할 줄 모르는 것이때로 햇덩이 같은 웃음을굴리는 일이로다거친 피부에 닿는 너의 비둘기 같은 체온어린것아 네개 있어선모든 게 새롭고 황홀한 것이구나남북의 아이들을 생각한다아무것도 모른 채 방실거리고 자랄미국도 일본도 소련도핵폭탄도 식민지도 모르고 자랄통일조선의 아이들을 생각한다이 아이들 내일을 위해선우리네 목숨쯤이야 .. 2024. 6. 1. 《이 가슴 북이 되어》 이윤룡, 창비시선 0035 까치밥 금방 떨어질 것 같은 빨간 홍시감나무 꼭대기에 한두 개 놀며 오가며 어린 시절목젓 떨어지게 바라보던 까치밥돌팔매를 쏘고 싶지만 참았던 까치밥쏘아도 쏘아도 맞지 않던 까치밥죽어도 안 떨어지는 까치밥 훈훈하고 고운 마음씨가지금도 감나무에 매달려 있다. 옛날부터 감 따는 법을 칼로써 선포해했거나가르친 바도 없이 자연법이 생겨어떤 욕심장이 가난한 백성이라도까치들의 겨울 양식을 남겼으니 법은 무서운 것이 아니라어질고 순한 것이며없으면 안될 법은 저절로 씨가 떨어져울타리 안에, 동네 고샅에, 멧갓에이렇게 큰 법이 되어 열리는구나! 까치 까치 까치야,기다리는 봄동산기다리는 감격을언제 물고 오려는 것이냐,까치 까치 까치 까치 .....* 고샅: (시골) 마을의 좁은 골목길, 골목 사이 멧갓: 나무를 함부로 베.. 2024. 5. 25. 《너에게 가려고 강을 만들었다》 안도현, 창비시선 0239 간격 숲을 멀리서 바라보고 있을 때는 몰랐다나무와 나무가 모여어깨를 어깨를 대고숲을 이루는 줄 알았다나무와 나무 사이넓거나 좁은 간격이 있다는 걸생각하지 못했다벌어질 대로 최대한 벌어진,한데 붙으면 도저히 안되는,기어이 떨어져 서 있어야 하는,나무와 나무 사이그 간격과 간격이 모여울울창창(鬱鬱蒼蒼) 숲을 이룬다는 것을산불이 휩쓸고 지나간숲에 들어가보소서야 알았다 는 20년 전 안도현 시인이 출간한 시집입니다. '간격'은 개별적인 나무가 자신의 공간을 유지하면서도 전체적인 숲을 이루는 방식을 통해, 인간 관계에서도 각자의 독립성과 개인성을 존중하는 것이 건강한 공동체를 유지하는데 중요하다는 사실을 강조합니다. 사람들은 서로 상대방에 대해서 편하게 느끼는 거리가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서로 편안해 하는 거리.. 2024. 5. 25. 《고대 그리스 서정시》 아르킬로코스, 사포 외, 김남우 옮김 어쩌 도리 없는 고초에 시달린 마음, 마음아!일어서라! 적의에 가득 찬 적들에 대항하여가슴을 펴고 너 자신을 지켜라! 적들의 매복 근처에굳건히 세워진 너, 이겼다고 떠벌려 우쭐하지 말며패했다고 집에 누워 슬퍼 마라! 기쁜 일에 기뻐하고슬픈 일에 슬퍼하되 지나치게 그러하지는 마라!어떠한 성쇠가 사람들을 장악하는가를 깨달아라. 그리스 귀족 아버지와 트라키아 출신 노예 어머니를 둔 지원전 7 ~ 6세기에 활동한 서정시인 아르킬로코스의 시에서 어떤 결과에도 지나치게 동요하지 말고 균형 잡힌 태도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이겼다고 떠벌려 우쭐하지 말며 패했다고 집에 누워 슬퍼 마라"는 성취와 실패 모두를 겸손하게 받아들이고, 극단적인 감정의 표현을 자제하라는 가르침을 주고 있습니다. "어떠한 성쇠가 사람들.. 2024. 5. 25. 이전 1 ··· 13 14 15 16 17 18 19 ··· 3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