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book)194 《참깨를 털면서》 김준태, 창비시선 0014, 1977년 7월 참깨를 털면서 산그늘 내린 밭귀퉁이에서 할머니와 참깨를 턴다.보아하니 할머니는 슬슬 막대기질을 하지만어둬지기 전에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젊은 나는한번을 내리치는 데도 힘을 더한다.世上事(세상사)에는 흔히 맛보기가 어려운 쾌감이참깨를 털어대는 일엔 희한하게 있는 것 같다.한번을 내리쳐도 셀 수 없이솨아솨아 쏟아지는 무수한 흰 알맹이들都市에서 십년을 가차이 살아본 나로선기가막히게 신나는 일인지라휘파람을 불어가며 몇 다발이고 연이어 털어낸다.사람도 아무 곳에나 한번만 기분좋게 내리치면참깨처럼 솨아솨아 쏟아지는 것들이얼마든지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정신없이 털다가"아가, 모가지까지 털어져선 안되느니라"할머니의 가엾어하는 꾸중을 듣기도 했다. 젊은 시인은 더 많은 힘을 주어 빨리 일을 끝내려고 합니다. 힘껏 내리칠.. 2024. 6. 7. 《고사리 가방》 김성라 엄마는 봄이면 바람이 난다.4월의 일주일,나는 엄마의 바람길에 친구가 된다.아니, 그건 핑계일지도 몰라.나도 바람이 나는 건지도 모른다. 고사리 철이 지나면 텅 비었던 목욕탕과 미용실은조금 그을린 얼굴의 사람들로 다시 가득해집니다.새벽마다 시끌벅적했던 버스는 다시 한적하게 바닷가 길을 달립니다.햇볕과 바람과 꽃과 우리 모두 봄을 지나고 있습니다. 2019년 5월 1일 그 고사리 장마와 함께 봄이 가고 있는 날 만났던 인연.김성라 작가님은 일러스트레이터로 제주에서 나고 자랐습니다. 독립출판물 , 을 펴냈습니다. 2024. 6. 7. 《섬진강》 김용택, 창비시선0046, 1985년 1월 詩人(시인) 金龍澤(김용택)씨 수상. 6회 金洙映(김수영) 문학상 제 6회 金洙映(김수영) 문학상 수상자로 시인 金龍澤(김용택)씨 가 선정되었다. 수상작은 시집 「맑은 날」(창작사刊(간)). 전북 임실군 덕치면에서 국민학교 교사로 재직 중인 金(김)씨는 1982년 창작과 비평사의 「21인 신작시집」에 시 「섬진강1」 등을 발표하며 데뷔한 신예 시인이다. 작년 첫 시집 「섬진강」을 냈으며, 지난 8월 제 2시집 「맑은 날」을 출간했다. 그의 시는 『시대 착오적인 면이 없지 않으나 관념을 배제하고 체험에 뿌리내린 긍정적인 삶의 자세와 청정한 서정성이 돋보인다』는 評(평)을 받았다. 지난 81년 도서출판 民音社(민음사)와 유족들이 공동제정한 金洙映(김수영) 문학상은 그동안 鄭喜成(정희성), 李晟馥(이성복.. 2024. 6. 5. 《키스를 원하지 않는 입술》 김용택, 창비시선 0360, 2013년 4월 달콤한 입술 작은 물고기들이 등을 내놓고 헤엄을 친다보리밭에서는 보리가 자라고 밀밭에서는 밀이 자라는 동안산을 내려온 저 감미로운 바람의 발길들,달빛 아래 누운 여인의 몸을 지난다.달콤한 키스같이 전체가 물들어오는, 이 어지러운 유혹의 입술,오! 그랬어.스무살 무렵이었지.나는 날마다 저문 들길 끝에서 있었어.어둠에 파묻힌 내 발목을 강물이 파갔어.비가 오고, 내 몸을 허물어가는 빗줄기들이 강물을 건너갔어. 그 흰 발목들,바람이 불면 눈을 감고 바람의 끝을 찾았지.얼굴을 스쳐지나가는 단내 나는 바람!나는 울었어. 외로웠다니까. 너를 부르면 내 전부가 딸려갔어.까만 돌처럼 쭈그려앉아 눈물을 흘렸어.그리움을 누르면 피어나던 어둠 속에 뜨거운 꽃잎들,말이 되지 않는 말들이 나를 괴롭혔어. 집요했어.바위 뒤 순한.. 2024. 6. 2. 《나는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면, 좋겠어요》 김용택, 2019년 11월 는 김용택 시인이 72세(우리 나이)였던 해에 출간한 책입니다. 이 책은 시와 산문 사이에 다리를 놓고 있습니다. 대전 유성의 책방지기(주인장)가 시인을 만나러 간다고, 사인을 받아 올테니 그 때 책을 찾아가라고 했답니다. '해 져요 오늘 할 일은 다 하셨나요 나는 산 아래 있어요' 글 귀위 위에 제 이름과 날짜를 친필로 써주셨습니다. 옛날 시를 찾았다 아내가 맛있는 김치를 담갔다.돌나물과 물김치하고 국물이 찰박한 물김치를 담갔다.맛있다.병원에 갔다.밀려서 두 시간 동안 병원에 앉아 있었다.짜증이 여기저기에서 슬슬 기어나와내 얼굴로 몰려드는 것을 느꼈다.얼굴을 자꾸 고쳤다.오늘은 옛날 시를 몇 편 더 찾았다.알고 보니, 내가 환갑 무렵에 쓴 동네 이야기들이다.딸이 이 시는 영화 같다고 한다.「가을」과.. 2024. 6. 1. 《쓰레기통 요정》 안녕달 어느 날 아침, 골목에서 쓰레기통 요정이 태어났어요.소원을 들어드려요! 안녕달 작가님은 시멘트빛 언덕 마을에 살고 있습니다.그림책 , , , , , 을 쓰고 그렸습니다. 2024. 6. 1. 이전 1 ··· 12 13 14 15 16 17 18 ··· 3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