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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모를 땋으며: 향모 뽑기 - 받드는 거둠》 로빈 월 키머러 지음, 노승영 옮김, 에이도스 (2020년 1월) 생명과 생명을 주관하는 원칙과 실천에 대한 토착 계율을 뭉뚱그려 '받드는 거둠(Honorable Harvest)'이라 한다. 이것은 우리의 취함을 주관하고 우리와 자연과의 관계를 빚고 우리의 소비 욕구에 고삐를 죄는 규칙이다. "맨 처음 찾은 식물은 결코 캐지 마세요. 그게 마지막 식물일 수도 있으니까요. 첫 번째 식물이 나머지 식물들에게 당신 이야기를 잘 해줄 수도 있고요." "우리가 존중하는 마음으로 수확하면 식물이 우리를 도우리라는 사실을 제게 일깨웠어요," 자신을 보살피는 이들의 방식을 알라. 그러면  그들을 보살필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을 소개하라. 생명을 청하러 온 사람으로서 책임을 다하라. 취하기 전에 허락을 구하라. 대답을 받아들이라. 결코 처음 것을 취하지 말라. 결코 마지막 것을 취하지.. 2024. 9. 15.
《만나러 가는 길》 글/그림 안병현, 우리나비 (2014년 10월) 나는 벤치에서 쉬고 있는 한 슬픔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어요."안녕? 넌 왜 여기에 앉아 있니?"슬픔은 나를 쳐다보지 않고 천천히 말했죠."우리는 이곳에서 스스로를 조금씩 녹여 없애.""헤엄을 찰수록 몸이 줄어들고 그러다 어느 순간 완전히 사라지는 거야.""크지 않은 것들은 수차례, 아무리 몸집이 커도 십여 차례물길을 가르다 보면 사라질 수 있어." 친구를 만나게 되면 어떤 말을 먼제 해야 할까.분명 내가 알고 있던 그 모습 그대로는 아닐 거예요.나 역시 예전 그대로가 아닐 테지요.그러나 나는 알 수 있습니다.그는 내 친구이고 나는 언제든 설레는 마음으로그를 만나러 갈 준비가 되어 있음을.  "어른 안에 숨어 있는 모든 아이들에게" 안병현 님은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 '무슨'이라는 필명으로 활동 중입니다. .. 2024. 9. 14.
《레베카의 작은 극장》 레베카 도트르메르 지음, 최정수 옮김, 보림출판사 (2015년 10월) 레베카 도트르메르의 상상 속 작은 극장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여기에 나오는 모든 등장인물을 만나 보세요.사촌 여동생 록산을 사랑한 코가 큰 시인, 엄지 동자와 그 형제들, 양파 고기를 좋아하는 그 여동생,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노래하는 유명 가수, 잊혔거나 알려지지 않은 공주들, 연인들,이상한 나라의 소녀와 그 밖의 모든 등장인물을. 미리 계획하진 않았지만,이 한권의 책에서 이들이 처음으로 모두 모이게 되었답니다.이들의 예상치 못했던 만남을 함께해 보세요.  레베카 도트르메르는 1971년 프랑스 남부의 소도시에서 태어났고, 파리 국립고등장식미술학교에서 공부했습니다. 1996년 첫 책 을 출간했고, 과 등이 베스트셀러가 되었습니다. 2004년 프랑스에서 우수한 어린이 책에 수여하는 '소르시에르 상'을 .. 2024. 9. 14.
《고척동의 밤》 유종순, 창비시선 0071 (1988년 9월) 식구 생각 어머니정다운 목소리들이 들려옵니다통곡하듯 무너져내린 어둠속 정말 견디기 힘든100촉 백열전등 희뿌연 불면을 밀어내고아물지 않은 상처들 위로 포근하게 들려옵니다 누군가 손톱 빠지는 아픔으로 밤새도록 갉아대던 벽하얀 새 되어 날던 꿈마저 시름시름 앓아 누운 벽저 반역의 벽을 뚫고나지막이 따사롭게 들려옵니다 야단치는 형수님의 앙칼진 목소리야단맞는 조카놈의 울음소리허허거리는 형님의 웃음소리자식 그리운 어머니의 젖은 목소리어머니작은 우리들의 사랑이 이토록 큰 것이었읍니까 어머니정다운 목소리들이 들려옵니다벽 밖에도 벽 속에도 온통 벽뿐인 저 절망의 벽과 마주서서오늘도 이렇게 작은 사랑의 소리에 귀기울이며큰 사랑을 꿈꾸고 있읍니다  면회 한 달에 단 하루그것도 단 5분간의 만남을 위해허구헌날 이 생각 저 .. 2024. 9. 13.
《목숨을 걸고》 이광웅, 창비시선 0073 (1989년 3월) 이광웅(1940~1992)는 1967년 에 유치환의 추천으로, 1974년 에 신석정의 추천으로 등단하였습니다. 1982년,월북 시인의 작품을 읽었다는 이유로 전·현직 교사 9명이 구속된 '오송회' 사건에 연루되어 투옥됩니다. 이들은 20여 일간 모진 고문 끝에 '교사 간첩단'으로 조작되었습니다. 이광웅 시인은 주동 인물로 지목되어 7년 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던 중 1987년 특별 사면으로 풀려났습니다. 이후 군산 서흥중학교에 복직했으나, 1989년 전교조에 가입하면서 다시 교단에서 쫓겨납니다. 2008년이 되어서야 이광웅 시인은 명예를 회복했습니다.  '오송회' 사건의 재심에서 전원 무죄 판결을 받았고, 2011년 대법원은 국가 배상을 판결했습니다.  1985년 첫 시집 을 시작으로 둘째 시집 , 셋째 시.. 2024. 9. 8.
《정오에서 가장 먼 시간》 도종환, 창비시선 0501 (2024년 5월) 정오에서 가장 먼 시간 깊고 고요한 밤입니다고요함이 풀벌레 울음소리를물결무늬 한가운데로 빨아들이는 밤입니다적묵의 벌판을 만나게 하여주소서안으로 흘러 들어와 고인어둠을 성찰하게 하여주소서내가 그러하듯 온전하지 못한 이들이 모여세상을 이루어 살고 있습니다어제도 비슷한 잘못을 되풀이하였습니다그러니 도덕이 단두대가 되지 않게 하소서비수를 몸 곳곳에 품고 다니는 그림자들과적개심으로 무장한 유령들이 넘쳐나고 있습니다관용은 조롱당하고계율은 모두를 최고 형량으로 단죄해야 한다 외치고 있습니다시대는 점점 사나워져갑니다사람들이 저마다 내면의 사나운 짐승을 꺼내어거리로 내몰고 있기 때문입니다스스로 목숨을 끊어도 면죄는 없습니다지금은 정오에서 가장 먼 시간사방이 바닷속 같은 어둠입니다우리 안의 깊은 곳도환한 시간이 불빛처럼 .. 2024. 9.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