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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하늘 한 하늘》 문익환, 창비시선 0075 (1989년 6월) 잠꼬대 아닌 잠꼬대 난 올해 안으로 평양으로 갈 거야기어코 가고 말 거야 이건잠꼬대가 아니라고 농담이 아니라고이건 진담이라고 누가 시인이 아니랄까봐서터무니없는 상상력을 또 펼치는 거야천만에 그게 아니라구 나는이 1989년이 가기 전에 진짜 갈 거라고가기로 결심했다구시작이 반이라는 속담 있지 않아모란봉에 올라 대동강 흐르는 물에가슴 적실 생각을 해보라고거리 거리를 거닐면서 오라는 사람 손을 잡고손바닥 온기로 회포를 푸는 거지얼어붙었던 마음 풀어버리는 거지난 그들을 괴뢰라고 부르지 않을 거야그렇다고 인민이라고 부를 생각도 없어동무라는 좋은 우리말 있지 않아동무라고 부르면서 열살 스무살 때로돌아가는 거지 아 얼마나 좋을까그땐 일본 제국주의 사슬에서 벗어나려고이천만이 한마음이었거든한마음그래 그 한마음으로우리 선.. 2024. 9. 8.
《조금은 쓸쓸하고 싶다》 임강빈, 창비시선 0076 (1989년 9월) 혼자 마시기 목로에 혼자 앉아마시기까지는꽤나 긴 연습이 필요하다.독작이 제일이라던어느 작가의 생각이 떠오른다.외로워서 마시고반가워서 마시고섭섭해서사랑해서그 이유야 가지가지겠지만혼자 마시는 술이제일 맛이 있단다.빗소리 간간히 뿌리면더욱 간절하다 한다.생각하며 마실 수 있고인생론과 대할 수 있고아무튼 혼자서 마시는 맛그것에 젖기까지는상당한 연습이 필요한 모양이다.  들깨꽃 돌멩이 골라내어두어 평 밭을 일구다들깨 모종을 하다아기 손바닥만하게건강하게 자라서잎 사이사이꽃자루에 다닥 피어보일 듯 말 듯 부는 바람에안간힘쓰다작아서 부끄러운가더러는 일찍 그늘에 숨다이 꽃보다우리는 얼마나 작아 보이나아직은 따가운 햇볕공터 언저리하얀 들깨꽃잔잔한 외로움.  무지재 둠벙에서긴 대나무 끝에 매달은 낚시로붕어새끼 몇 마리 잡다.. 2024. 9. 8.
《저 무덤 위에 푸른 잔디》 고정희, 창비시선 0077 (1989년 9월) 첫째거리 - 축원마당여자 해방염원 반만년 사람의 본이 어디인고 하니 어머니여마음이 어질기가 황하 같고그 마음 넓기가 우주천체 같고그 기품 높기가 천상천하 같은어머니여사람의 본이 어디인고 하니인간세계 본은 어머니의 자궁이요살고 죽는 뜻은 팔만사천 사바세계어머니 품어주신 사랑을 나눔이라 그 품이 어떤 품이던가산 넘어 산이요 강 건너 강인 세월홍수 같은 피땀도 마다하지 않으시고조석으로 이어지는 피눈물도 마다하지 않으시고열 손가락 앞앞이 걸린 자녀들쭉날쭉 오랑방탕 인지상정 거스르는오만불손도 마다하지 않으시고문전옥답 뼈빠지게 일구시느라밥인지 국인지 절절끓는 모진 새월도마다하지 않으시고거두신 것 가진 것 다 탕진하는오만방자 거드름도 마다하지 않으시고밤인가 낮이런가 칠흙 깜깜절벽인제 가면 언제 오나 원통세월인생무상 .. 2024. 9. 7.
《세계 귀신 지도책》 페더리카 마그랭 글, 로라 브렌다 그림, 김지연 옮김, 꿈터 (2019년 8월) 그린 레이디스코틀랜드 메이 성에 사는 유령 그린 레이디는 슬픔에 빠진 작은 소녀로, 비극적인 사랑 때문에 목숨을 잃고 유령이 되었어요. 그린 레이디를 만난다면 웃는 모습을 보이도록! 그런다고 그린 레이디의 떠도는 운명이 바꿔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힘이 될 거예요. 래핑 고스트체임비 쿰 저택의 침실에서 스멀스멀 나타나요. 이 여자 유령은 호기심이 많은 방문객을 보면 모습을 나타냅니다. 만나본 사람들은 이 유령이 무섭다기보다는 편안한 모습이리고해요. 오싹한 모습도 아니고, 겁먹게 만드는 소리를 내는 것도 아니에요. 가장 큰 특징은 항상 웃고 있다는 것! 물리칠 필요가 없어요. 착하고 친절한 유령으로, 무섭지 않아요. 그래서 이 유령을 만나보게 된다면, 운이 좋은 것일지도 몰라요. 래핑 고스트를 만나려면 공기.. 2024. 9. 7.
《태양은 가득히》 앙투엔 기요페 지음, 이세진 옮김, 보림 (2018년 6월) 맹수들이 사냥에 나설 때,사바나가 조용히 깨어납니다.이사는 정성스레특별한 하루를 준비합니다.  앙투안 기요페는 어린이 책을 몹시 좋아해서 그림을 그리고 글도 쓰지요. 뜨거운 햇살 아래 사색하고 달빛 아래 그림을 그립니다. 이 책은 흑백 레이저커팅북입니다. 감탄하고 감탄합니다. 한 쪽 한 쪽 아담한 전시를 해도 분명 갤러리들이 빛날 것입니다. 이세진은 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하고 대학원에서 불문학을 전공했습니다.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2024. 9. 7.
《IK DENK 생각한다》 잉그리드 고돈 그림, 톤 텔레헨 글, 안미란 번역, 롭(LOB) (2024년 7월) 나는 생각한다, 누구나 사랑하는 사람이 한 명쯤은 있을 거라고.자기 엄마나 아빠, 할머니, 옛날 선생님, 남자 친구나여자 친구 누구라도. 사랑하는 사람이 없다면 개나 비둘기,겨울에 창틀에서 빵 부스러기를 참을성 있게 기다리는박새라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가 아무도 찾지 않는 먼 초원에 살거나 아니면창에는 커튼이 쳐져 있고 문에는 이중 자물쇠가 잠긴 고층 건물의48층에 살기 때문에 어떤 인간도 동물도 사랑하지 않는다면,적어도 자기 자신을 사랑하리라. 만일 그 사람이 자기 자신도 사랑하지 않는다면,그럼 나도 모르겠다. "그럼 저라도 사랑해 보시지요!"라고그에게 외치거나 편지를 써 보내겠다.  나는 생각한다.그리고 한 생각은 거의 다바로 잊는다.그러니 나는 생각하는 거의 모든 것을생각할 필요도 없었다.그.. 2024. 8.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