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과 생명을 주관하는 원칙과 실천에 대한 토착 계율을 뭉뚱그려 '받드는 거둠(Honorable Harvest)'이라 한다. 이것은 우리의 취함을 주관하고 우리와 자연과의 관계를 빚고 우리의 소비 욕구에 고삐를 죄는 규칙이다.
"맨 처음 찾은 식물은 결코 캐지 마세요. 그게 마지막 식물일 수도 있으니까요. 첫 번째 식물이 나머지 식물들에게 당신 이야기를 잘 해줄 수도 있고요."
"우리가 존중하는 마음으로 수확하면 식물이 우리를 도우리라는 사실을 제게 일깨웠어요,"
자신을 보살피는 이들의 방식을 알라. 그러면 그들을 보살필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을 소개하라. 생명을 청하러 온 사람으로서 책임을 다하라. 취하기 전에 허락을 구하라. 대답을 받아들이라. 결코 처음 것을 취하지 말라. 결코 마지막 것을 취하지 말라. 필요한 것만 취하라. 주어진 것만 취하라. 결코 절반 이상 취하지 말라. 남들을 위해 일부를 남겨두라.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수확하라. 존중하는 마음으로 이용하라. 취한 것을 결코 허비하지 말라. 나누라. 받은 것에 감사하라. 자신이 취한 것의 댓가로 선물을 주라. 자신을 떠받치는 이들을 떠받쳐라. 그러면 대지가 영원하리라.
"지속 가능한 발전이라는 말은 그저 '늘 그랬던 것처럼 취할 수 있기를 바란다'는 것처럼 들리는군요. 오로지 취하려는 생각뿐이지요. 거기 가서 그들에게 말하세요. 우리가 맨 처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을 취할 수 있을까?'가 아니라 '어머니 대지님에게 무엇을 줄 수 있을까?'라고요. 그래야 마땋해요."
받드는 거둠은 받았으면 그 대가를 돌려주라고 말한다. 호혜성은 우리를 먹여 살리는 이들을 먹여 살리는 어떤 가치를 대가로 내어줌으로써 생명을 취한다는 것의 도덕적 긴장을 해소하는 데 이바지한다. 인간으로서 우리의 책무 중 하나는 인간을 넘어서 세상과 호혜적 관계를 맺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우리는 감사를 통해, 제의를 통해, 땅을 돌보는 일을 통해, 과학과 예술을 통해, 일상적인 숭배 행위를 통해 그 방법을 찾을 수 있다. ......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복원의 행위다. 오염된 물과 메마른 땅뿐 아니라 세상과 우리의 관계를 복원해야 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에 대한 존경심을 복원해야 한다. 세상을 걸어가면서 부끄러움에 시선을 외면할 필요 없도록, 고개를 높이 쳐들고서 대지의 뭇 생명에게 감사받을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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