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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book)/창비시선74

《엉겅퀴꽃》 민영, 창비시선 0059 (1987년 3월) 수유리 - 하나 한 늙은이의더러운 욕망이저토록 많은 꽃봉오리를짓밟은 줄은 몰랐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입니다. 민주공화국의 가치를 훼손한 사람들을 추앙한는 것은 민주공화국을 부정하는 행위입니다.  링컨 대통령 말한 '인민의, 인민에 의한, 인민을 위한 정부'의 가치를 바탕으로,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불을 넘는 나라에서 무엇보다도 인권과 지구별 공동체를 지키며 민주공화국의 가치를 수호해야합니다. 독재자들과 그러한 사상은 민주공화국에서 추앙되고 지켜져야 할 가치가 아닙니다.  다시 붓을 들고 蘭(난)을 치지 않는다.蘭(난)이 놓일 자리에모질고 억센엉겅퀴 한 포기를 그려 넣는다.   (내 생애의 기운 한나절에   쑥대머리 치켜 들고 우뚝 일어설 ...... ) 일찌기 우리들의 것이었던꽃피는 大地여! 그 능욕당.. 2024. 8. 17.
《까치독사》 이병초, 창비시선 0397 (2016년 4월) 그 허구헌 날 방구석에 처박혀뭘 하는지 알 수 없었다보험회사를 다녔다는 말도 있고중고차 매매센터를 했다는 말도 있지만어떤 말도 그의 말 뒤를 다 캐지는 못했다 태풍 볼라벤이 과실을 싹 쓸어간 뒤풀밭인지 콩밭인지가늠이 안 가는 신발에 그가 나타났다시키잖은 풀을 뽑기 시작했다밭고랑에 무릎 잇대고 뽑은 풀들뿌리째 뽑혀서 시들시들해진 것들을푹 썩어서 거름 되라는 듯콩대 밑에 깔고는 했다그래도 콩밭인지 풀밭인지가늠 안되기는 매일반이었다풀을 뽑다가 뽑다가 그야말로흙좆이 된 그도 지쳤는지허리를 쭉 펴며 한 말씀 내놓는다 “풀 말고도 뽑아버려야 할 것들이이 세상에는 꼭 있는 것 같당게” 이 세상에 "풀 말고도 뽑아버려야 할 것들이" 딱 있으니 호미로 파내든 낫으로 싹둑 자르든 재초제를 확 뿌려 씨를 말리고 싶은 시절입.. 2024. 8. 16.
《달은 아직 그 달이다》 이상국, 창비시선 0398 (2016년 5월) 못을 메우다 마당에 손바닥만 한 못을 파고 연(蓮) 두어 뿌리를 넣었다그 그늘에 개구리가 알을 슬어놓고 봄밤 꽈리를 씹듯 울었다가끔 참새가 와 멱을 감았다소금쟁이와 물방개도 집을 지었다밤으로 달이나 별이 손님처럼 며칠씩 묵어가기도 했다날이 더워지자 개구리를 사랑하는 뱀도슬그머니 산에서 내려왔는데그와 마주친 아내가 기겁을 한 뒤로장에 나가 개 한마리를 구해다 밤낮없이 보초를 서게 했다그사이 연은 막무가내 피고 졌다마당이 더는 불미(不美)하지 않았으나마을에 젊은 암캐가 왔다는 소문이 나자수컷들이 몰려들어 껄떡대는 바람에 삼이웃이 불편해했고어쩌다 사날씩 집을 비울 때면 그의 밥걱정을 해야 했다이런저런 생각 끝에 모슬 메워버렸다마당에 평화가 왔다 시는 집 마당에 작은 못을 파고 연을 심으며 시작됩니다. 이 작은.. 2024. 8. 13.
《남겨두고 싶은 순간들》 박성우, 창비시선 0507 (2024년 7월) 빈틈 그대에게 빈틈이 없었다면나는 그대와 먼 길 함께 가지 않았을 것이네내 그대에게 채워줄 게 없었을 것이므로물 한모금 나눠 마시면 싱겁게 웃을 일도 없었을 것이네그대에게 빈틈이 없었다면 박성우 시인의 시 "빈틈"은 인간관계에서의 결핍과 부족함이 오히려 관계를 깊고 의미 있게 만드는 요소임을 이야기 하며 인간관계의 본질을 따뜻하고 섬세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상대방의 결함이 서로를 채우고 돕는 기회를 주어, 관계를 더 깊고 의미 있게 만든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물 한 모금 나눠 마시면 싱겁게 웃을 일도 없었을 것이네"라는 표현은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며 함께하는 순간들이 작지만 소중한 추억이 됨을 나타냅니다. 시인은 "빈틈"이 관계를 더 가깝고 친밀하게 만드는 즁요한 요소임을 강조하며, 완벽하지 않.. 2024. 8. 13.
《해청》 고형렬, 창비시선 0061 (1987년 3월) 바다 위의 덕장 아버지는 바다에 덕장을 세우셨다바람이 그 덕장 속으로 빠졌고 고기들도 그 덕장의기둥 사이로 지나갔다덕장은 가끔 바닷물에 밀려 기울기는 했지만결코 먼 곳으로 떠내려가지는 않았다아버지가 서른 살 때한번은 남수평선까지 내려간 적은 있다하지만 대부분의 세월은 이 바다에서 살았다덕장이 그곳에 있었던 것은 그러니까우연이 아니라 완전히 의지였다아버지는 가끔 그 덕장 밑에서 잠을 잤고나는 곤히 잠든 아버지를 보았다덕장은 출렁거리고 흔들거렸어도어느 한쪽 가라앉지 않고지금도 덕장은 그 바다에 남아 있다당신은 세상을 떠날 때 이 세상의 모든 것을 두고 떠나셨다그리고 덕장만 그 바다에 남겨서갈매기가 내리고 아이들이 올라가 놀게끔 했다내가 지금도 알 수 없는 것은이 바다에 덕을 맨 이 덕장자랑스럽고 풀고 싶지 .. 2024. 8. 10.
《지리산 갈대꽃》 오봉옥, 창비시선 0069 (1988년 7월) 난 너의 남편이야 이웃나라 북한여자와 결혼을 했어굳이 누가 시키지 않아도우린 이 옷 저 옷 팽개치고 속살로 만났지아픈 허리 휘어감고 밤새 뒹굴었어무에 더 필요 있을까달덩이 같은 방뎅이 이렇게나 푸짐한데요건 분명 외국산이 아니었지한라에서 백두까지 몇천번 핥아도다시다시 엉기고 싶은데요건 분명 먼 사람이 아니었지무에 더 필요 있을까 난밤새 간 칼날보다 예리하게 세워다가온 오진 너에게 이몸 주고무에 더 필요 있을까 넌기다리다 지친 고운 몸 오늘사 활짝 여니굳이 누가 말하지 않아도 알 일----- 난 너의 남편이야해외토픽에서 떠들었어신문마다 특종감이라 지껄였어도망을 갔지세상에서 가장 원수라는 나라북한여자와의 결혼은매국노보다 더 반역이기에 염병할혼인신고는 두만강에 흘려보내놓고숨었지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뛰었지3.. 2024. 8.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