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따스한 유령들》 김선우, 창비시선 0461 (2021년 8월)
쉬잇! 조심조심 동심 앞에서는 강릉 바닷가에서 사는 아홉살 좌 서연이, 해먹에서 놀다가 갑자기 짖기 시작한다. 왕왕, 왈왈왈, 캉캉, 크앙크앙, 와릉와릉...... 산책길에 만난 이웃집 강아지 생각이 난 듯 너무 오래 짖길래 한마디 한다. "목 아프지 않아?" "쉬잇, 지금 중요한 이야길 하는 중이예요." 한참을 더 짖어대는 인간 아이가 눈부시다. 저런 때가 내게도 있었다. 아홉살 열살, 열한살, 어린 동생들과 바닷가에서 조가비를 줍던, 바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듣고 싶어서 한없이 귀를 낮추던 때, 이윽고 귀가 물거품처럼 부풀고 공기방울의 말이 내 몸으로 스르르 들어왔다 나가면서 바다와 대화하고 있다고 느껴지던 신비한 순간들이. 오전 내내 짖는 조카를 보며 잘 늙어가고 싶은 어른으로 딱 ..
2024. 6. 18.
《無等(무등)에 올라》 나해철, 창비시선 0044 (1984년 6월)
그건 아야해 풀을 꺾는 내 아이에게풀은 아프다고 알려줬다.아이는 꺾인 것을 보면언제나 아야해그건 아야해어떻게 설명해주어야 하나바보와 같은 이 행성.이쪽과 저쪽에서 끊임없이버려지는귀한 그 누구의 아버지, 누군가의자식과 아내, 그 행복,불도저에 밀리는 가족과족속, 그들의 평화와 기도,이대로 간다면사랑과 따뜻함을 다 익히기도 전에증오와 파괴의 추문은해일처럼 밀어닥칠 것이고너는 지극한 슬픔, 우리는 아무것도 말할 수 없는 답답함과 부끄러움에 울 것이다.아이야 너는 오늘도꽃을 꺾는 한 어른에게아야해, 그건 아야해작은 풀밭의 나라를 떠나며풀꽃들에게 손을 흔들며안녕 안녕 아이들에게 어른이 되라고 합니다. 어떠 어른이냐면 경쟁에서 이기고, 출세하고, 돈을 많이 벌고, 이름을 날리고, 뭐 그런가요, 다른 사람을 밟고 우..
2024. 6.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