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book)194

《꿈의 페달을 밟고》 최영미, 창비시선 175 그 여름의 어느 하루   오랜만에 장을 보았다. 한우 등심 반근, 양파, 송이버섯, 양상추, 깻잎, 도토리묵, 냉동 대구살, 달걀..... 종이쪽지에 적어간 목록대로 쇼핑 수레에 찬거리를 담노라면 꼭 한두개씩 별외로 추가되는 게 있게 마련이다. 아, 참기름이 떨어졌지. 저기 마요네즈도 있어야 샐러드를 만들겠군. 그렇게 소소한 생활의 품목들을 빠짐없이 챙기는 동안만은 만사를 잊고 단순해질 수 있다. 불고기를 재고 도토리묵을 무쳐야지, 대구가 적당히 녹았을 때 밀가루를 뿌려야 하니 중간에 어디 들르지 말고 빨리 집으로 가야지. 샐러드에 참치를 넣을까 말까. 적어도 이것과 저것 중에 하나를 택할 자유가 내 손에 달려 있을 때, 망설임이란 늘 즐거운 법이다.  행복이란 이런 잠깐 순간에 있는 게 아닐까? 양손에.. 2024. 5. 1.
《벽 속의 편지》 강은교, 창비시선 105 벽 속의 편지 - 그날 이 세상 모든 눈물이이 세상의 모든 흐린 눈들과 헤어지는 날 이 세상의 모든 상처가이 세상의 모든 곪는 살들과 헤어지는 날 별의 가슴이 어둠의 허리를 껴안는 날기쁨의 손바닥이 슬픔의 손등을 어루만지는 날 그날을 사랑이라고 하자사랑이야말로 혁명이라고 하자 그대, 아직길 위에서 길을 버리지 못하는 이여. 강은교 시인은 별이 어둠을 안아주고, 기쁨이 슬픔을 어루만져주는 날, 그런 날이 오리라고 믿습니다. 우리가 겪는 모든 어려움과 고통에도 끝없는 희망과 사랑이 있음을 노래합니다. "그날을 사랑이라고 하자, 사랑이야말로 혁명이라고 하자"에서 사랑이 세상을 바꾸는 힘이라고 강조합니다. 사랑이 우리를 위로하고 치유할 뿐만 아니라, 세상을 변화시키고 더 나은 곳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희망.. 2024. 5. 1.
《첫눈에 반한 사랑》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시, 베아트리체 가스카 퀘이라차 그림, 이지원 옮김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쉼보르스카가 우연과 운명 사이를 노래한 시에  베이트리체 가스카 쿼에라차가 그림을 그려 강렬한 장면을 연출한 책. 세계의 무심한 운행을 '우연의 오케스트라'로 연주하는 언어의 마에스트로, 쉼보르스카 월드의 초대장이 여기 도착했다(은유 작가). 2024. 4. 30.
《갑자기 비가 내렸어》 치축 그림책 "제목: 쌍무지개 아빠랑 동생이랑 캠핑을 가는 길에갑자기 비가 내렸다. 차가 많이 막혔다.비가 많이 와서 조금 걱정이 되었다.다행히 도착했을 때 비가 그쳤다.커다란 산에 쌍무지개가 두둥실 떠 있었다.너무 멋졌다. 아빠가 이건 정말보기 힘든 거라며 사진을 찍어 주셨다.맛 있는 고기를 구워 먹었다.엄마에게 사진을 보내고 자랑했다.그런데 엄마는 답장도 안했다. 엄마 뭐야?친구와 영화를 보았다며 모처럼 휴가가너무 좋다고 하셨다. 우리도 좋았다. 흥!" 그림도 아름다운 책!!! 2024. 4. 30.
《여행의 시간》 소연정 쓰고 그림 "여행을 떠날 때는 언제나 가슴이 두근거려새로운 세상을 만나는 일은 셀레지만,어떤 일이 벌어질지 몰라 두렵기도 해 그곳은 내가 상상하던 곳일까?거기서 나는 무엇을 만나게 될까?" 따뜻한 책, 그냥 가만히 있다가도 미소를 머금게 되는 책 2024. 4. 30.
《이별의 재구성》 안현미, 창비시선 306 와유(臥遊)   내가 만약 옛사람 되어 한지에 시를 적는다면 오늘밤 내리는 가을비를 정갈하게 받아두었다가 이듬해 황홀하게 국화가 피어나는 밤 해를 묵힌 가을비로 오래오래 먹먹토록 먹을 갈아 훗날의 그대에게 연서를 쓰리   '국화는 가을비를 이해하고 가을비는 지난해 다녀갔다'   허면, 훗날의 그대는 가을비 내리는 밤 국화 옆에서 옛날을 들여다보며  홀로 국화술에 취하리 봄비 내리는 밤 복숭아꽃(桃花, 도화) 옆에서  옛날을 들여다보며 도화주에 취하고 싶은 4월의 봄입니다. * 와유(臥遊): '누워서 노닌다'는 뜻으로, '臥遊山水(와유산수)는 옛 선비들이 방 안에 산수화를 걸어 놓고 누워서 상상 속의 절경 유람을 즐겼던 것을 뜻합니다. 이 별의 재규성 혹은 이별의 재구성     나하고 나 사이에 늙고 엉뚱.. 2024. 4.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