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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book)194

《상어인간》 글 박종진, 그림 양양 바닷속에서는 어느 누구도놀리지 않습니다몸이 작든, 크든, 별나게 생겼든모두가 당당합니다 2024. 4. 24.
《야생사과》 나희덕, 창비시선 301 두고온 집 오래 너에게 가지 못했어. 네가 춥겠다, 생각하니 나도 추워. 문풍지를 뜯지 말 걸 그랬어. 나의 여름은 너의 겨울을 헤아리지 못해 속수무책 너는 바람을 맞고 있겠지. 자아, 받아! 싸늘하게 식었을 아궁이에 땔감을 던져넣을 테니. 지금이라도 불을 지필테니. 아궁이에서 잠자던 나방이 놀라 날아오르고 눅눅한 땔감에선 연기가 피어올라. 그런데 왜 자꾸 불이 꺼지지? 아궁이 속처럼 네가 어둡겠다, 생각하니 나도 어두워져. 전깃불이라도 켜놓고 올 걸 그랬어. 그래도 이것만은 기억해. 불을 지펴도 녹지 않는 얼음조각처럼 나는 오늘 너를 품고 있어. 봄꿩이 밝은 곳으로 날아갈 때까지. 나희덕 시인의 두고온 집, 그 집은 무엇을 말하는지요? 집이 추우면 시인도 추워진다고, 시간과 거리에 의해 소원해진 존재,.. 2024. 4. 24.
《봄비 한 주머니》 유안진, 창비시선 195 자격 초가을 햇살웃음 잘 웃는 사람, 민들레 홑씨 바람 타듯이, 생활을 품앗이로 마지못해 이어져도, 날개옷을 훔치려 선녀를 기다리는 사람, 슬픔 익는 집ㅇ마다 흥건한 달빛 표정으로 열이레 밤하늘을 닮은 사람, 모든 것은 사라지고 만다는 것을 알고, 그것들을 사랑하기에 너무 작은 작은 자신을 슬퍼하는 사람, 모든 목숨은 아무리 하찮아도 제게 알맞은 이름과 사연을 지니게 마련인 줄 아는 사람, 세상사 모두는 순리 아닌 게 없다고 믿는 사람, 몇해 더 살아도 덜 살아도 결국에는잃는 것 얻는 것에 별차이 없는 줄을 아는 사람, 감동받지 못하는 시 한편도 희고 붉은 피를 섞인 눈물로 쓰인 줄 아는 사람, 커다란 갓의 근원일수록 작다고 믿어 작은 것을 아끼는 사람, 인생에 대한 모든 질문도 해답도 자기 자신에게 던.. 2024. 4. 23.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신동엽, 창비시선 020 阿斯女 모질게 높은 성돌 모질게도 악랄한 채찍 모질게도 음흉한 술책으로 죄없는 월급쟁이 가난한 백성 평화한 마음을 뒤보채어쌓더니 산에서 바다 읍에서 읍 학원에서 도시, 도시 너머 궁궐 아래, 봄따라 왁자히 피어나는 꽃보래 돌팔매. 젊은 가슴 물결에 헐려 잔재주 부려쌓던 해늙은 아귀들은 그혀 도망쳐 갔구나. - 애인의 가슴을 뚫었지? 아니면 조국의 기폭을 쏘았나? 그것도 아니라면, 너의 아들의 학교 가는 눈동자 속에 총알을 박아보았나? - 죽지 않고 살아 있었구나 우리들의 피는 대지와 함께 숨쉬고 우리들의 눈동자는 강물과 함께 빛나 있었구나. 사월 십구일, 그것은 우리들의 조상이 우랄고원에서 풀을 뜯으며 양달진 동남아 하늘 고흔 반도에 이주 오던 그날부터 삼한으로 백제로 고려로 흐르던 강물, 아름다운 치맛.. 2024. 4. 20.
《 사이 》 이시영, 창비시선 142 어린 동화 아랫도리를 홀랑 벗은 아이가 젊은 엄마의 손을 이끌고 대낮의 쭈쭈바집으로 들어서고 있다 하느님이 뒤에서 방긋 웃다가 그 아이의 고추를 탱탱히 곧추세우자 젊은 엄마의 얼굴이 채양 사이로 빨갛게 달아 오른다 구례장에서 아침부터 검푸른 장대비가 줄기차게 오신다 천막 속에서 값싼 메리야스전을 걷다가 온 땅과 하늘을 장엄한 두 팔로 들었다 놓는 빗줄기를 하염없는 표정으로 바라보고 서 있는 한 중년여인의 옆 얼굴이 빨갛다 오늘 같은 날 일요일 낮 신촌역 앞 마을버스 1번 안 등산복 차림의 화사한 할머니 두 분이 젊은 운전기사에게 다가서며 말했다 "여보시우 젊은 양반! 오늘같이 젊은 날은 마음껏 사랑하시구려. 그래야 산천도 다 환해진다우" 오늘같이 젊은 날, 마음껏 사랑하지요. 생업 통태 싸유..... 물.. 2024. 4. 19.
《담요(Blankets)》 크레이크 톰슨 지음, 박미영 옮김 크레이그는 엄격한 기독교 가정에서 자라면서 종교적 신념과 개인적 욕구 사이의 갈등을 경험합니다. 청소년기 크레이크는 크리스천 캠프에서 레이나라는 소녀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되고, 이 관계는 그의 자아 발견과 자신의 신념에 대한 재평가로 이어집니다. 둘의 관계는 겨울 방학 동안 레이나의 집에서 함께 보낸 시간과 감정의 교류를 통해 깊어집니다. '크레이크: 하하, 정말 재미있었겠다. 레이나: 그럼 오늘 밤엔 뭘 할까? 식탁 놀이 할까? 아님 뱃놀이를 할까? 레이나의 뜻밖의 질문에 무장 해제 당하고 말았다. 둘 다. 레이나: 비가 내리기 시작하네. 그 애의 입술이 내 입가를 맴돌았다. 우리는 더운 입김으로 서로를 유혹했다. 스치듯 맞대었다가 우회하고 다시 연결하면서. 나는 발기한 걸 숨기려고 그 애에게서 몸을.. 2024. 4.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