阿斯女
모질게 높은 성돌
모질게도 악랄한 채찍
모질게도 음흉한 술책으로
죄없는 월급쟁이
가난한 백성
평화한 마음을 뒤보채어쌓더니
산에서 바다
읍에서 읍
학원에서 도시, 도시 너머 궁궐 아래,
봄따라 왁자히 피어나는
꽃보래
돌팔매.
젊은 가슴
물결에 헐려
잔재주 부려쌓던 해늙은 아귀들은
그혀 도망쳐 갔구나.
- 애인의 가슴을 뚫었지?
아니면 조국의 기폭을 쏘았나?
그것도 아니라면, 너의 아들의 학교 가는 눈동자 속에 총알을 박아보았나? -
죽지 않고 살아 있었구나
우리들의 피는 대지와 함께 숨쉬고
우리들의 눈동자는 강물과 함께 빛나 있었구나.
사월 십구일, 그것은 우리들의 조상이 우랄고원에서 풀을 뜯으며 양달진 동남아 하늘 고흔 반도에 이주 오던 그날부터 삼한으로 백제로 고려로 흐르던 강물, 아름다운 치맛자락 매듭 고흔 흰 허리들의 줄기가 3·1의 하늘로 솟았다가 또 다시 오늘 우리들의 눈앞에 솟구쳐오른 아사달 아사녀의 몸부림, 빛나는 앙가슴과 물굽이의 찬란한 방항이었다.
물러가라, 그렇게
쥐구멍을 찾으며
검불처럼 흩어져 역사의 하수구 진창 속으로
흘러가버리렴아, 너는.
오욕된 권세 저주받을 이름 함께.
어느 누가 막을 것인가
태백줄기 고을고을마다 봄이 오면 피어나는
진달래, 개나리, 복사
알레지라 흑인촌에서
카스피해 바닷가의 촌아가씨 마음에서
아침 맑은 나라 거리와 거리
광화문 앞마당, 효자동 종점에서
노도처럼 일어난 이 새피 뿜는 불기둥의
항거.....
충천하는 자유에의 의지.....
길어도 길어도 다함없는 샘물처럼
정의와 울분의 행렬은
억겁을 두고 젊음 쳐 뒤를 이을지어니
온갖 영광은 햇빛과 함께,
소리치다 쓰러져간 어린 전사의
아름다운 손등 위에 퍼부어지어라.
<학생혁명시집·1960년 7월>
분단의 아픔을 극복하고 통일을 염원한 신동엽 시인은 한용운, 심훈, 김수영, 신동문 등과 함께 한국의 대표적인 저항시인으로 꼽힙니다. 그의 작품은 한국 전후 세대의 아픔과 상처를 깊이 있게 표현하면사더 인간 내면의 복잡한 심리를 섬세하게 그려냅니다. 강렬한 이미지와 리듬감, 그리고 서정적인 분위기를 담고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과 인간 존재의 고뇌를 노래합니다. 초기 작품에서 민족의 아픔과 전쟁의 참상을 다루면서 풍자를 가미해, 사실주의적 접근을 통한 현실 비판과 통찰을 담아냈습니다.후기 작품에서는 생의 본질에 대한 성찰과 내면의 깊게 탐구하며, 현실에 대한 절망고 허무주의를 표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삶의 의미와 가치를 탐구하는 시를 창조해냈습니다.
4.19 혁명 64주년을 맞이한 지금, 광화문 효자동 건너편 송현동 광장에 자유와 민주주의를 부정한 위대한 독재자를 위한 기념 공간을 세우겠다는 엄혹한 시절, 백제의 고도 부여에 묻혀 있는 시인이 무덤을 박차고 광화문 송현동으로 용산으로 횃불을 들고 달려오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껍데기는 가라
껍데기는 가라.
사월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껍데기는 가라.
동학년 곰나루의, 그 아우성만 살고
껍데기는 가라.
그리하여, 다시
껍데기는 가라.
이곳에선, 두 가슴과 그곳까지 내논
아사달 아사녀가
중립의 초례청 앞에 서서
부끄럼 빛내며
맞절할지니
껍데기는 가라.
한라에서 백두까지
향그러운 흙가슴만 남고
그, 모오든 쇠붙이는 가라.
<52人詩集·1967년>
백두에서 한라까지 껍데기는 가라!!!
아사녀와 아사달이 평화로이 사랑을 나누며 영원히 살아가야지요.
달이 뜨거든 - 아사달·아사녀의 노래
<아사녀>
달이 뜨거든 제 얼굴 보셔요.
꽃이 피거든 제 입술을 느끼셔요.
바람 불거든 제 속삭임 들으셔요.
냇물 맑거든 제 눈물 만지셔요.
높은 산 울창커든 제 앞가슴 생각하셔요.
<아사달>
당신은 귀여운 나의 꽃송이
당신은 드높은 내 영원의 꿈
울다 돌아간 가여운 내 마음
당신은 내 예술 만발케 사랑 준 영감의 근원.
<2중창>
우리들은 헤어진 게 아녜요.
우리들은 나뉘인 게 아녜요.
우리들은 딴 세상 본 게 아녜요.
우리들은 한 우주 한 천지 한 바람 속에
같은 시간 먹으며 영원을 살아요.
잠시 눈 깜박 사아 모습은 다르지만
나중은 같은 공간 속에 살아요.
꼭같은 노래 부르며
한가지 허무 속에 영원을 살아요.
<1968·오페레타 「석가탑」 제5경에>
https://www.hani.co.kr/arti/culture/religion/1029988.html
https://www.hani.co.kr/arti/culture/book/1135601.html
'책(book) > 창비시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야생사과》 나희덕, 창비시선 301 (0) | 2024.04.24 |
---|---|
《봄비 한 주머니》 유안진, 창비시선 195 (2) | 2024.04.23 |
《 사이 》 이시영, 창비시선 142 (2) | 2024.04.19 |
《荒地(황지)의 풀잎》 박봉우, 창비시선, 창비시선 005 (2) | 2024.04.18 |
《니들의 시간》 김해자, 창비시선 494 (2) | 2024.04.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