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328 《담요(Blankets)》 크레이크 톰슨 지음, 박미영 옮김 크레이그는 엄격한 기독교 가정에서 자라면서 종교적 신념과 개인적 욕구 사이의 갈등을 경험합니다. 청소년기 크레이크는 크리스천 캠프에서 레이나라는 소녀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되고, 이 관계는 그의 자아 발견과 자신의 신념에 대한 재평가로 이어집니다. 둘의 관계는 겨울 방학 동안 레이나의 집에서 함께 보낸 시간과 감정의 교류를 통해 깊어집니다. '크레이크: 하하, 정말 재미있었겠다. 레이나: 그럼 오늘 밤엔 뭘 할까? 식탁 놀이 할까? 아님 뱃놀이를 할까? 레이나의 뜻밖의 질문에 무장 해제 당하고 말았다. 둘 다. 레이나: 비가 내리기 시작하네. 그 애의 입술이 내 입가를 맴돌았다. 우리는 더운 입김으로 서로를 유혹했다. 스치듯 맞대었다가 우회하고 다시 연결하면서. 나는 발기한 걸 숨기려고 그 애에게서 몸을.. 2024. 4. 19. 《荒地(황지)의 풀잎》 박봉우, 창비시선, 창비시선 005 素描(소묘) 33 우리의 숨막힌 푸른 4월은 자유의 깃발을 올린 날. 멍들어버린 주변의 것들이 화산이 되어 온 하늘을 높이 흔들은 날. 쓰러지는 푸른 시체 위에서 해와 별들이 울었던 날. 詩人(시인)도 미치고, 민중도 미치고, 푸른 전차도 미치고, 학생도 미치고, 참으로 오랜만에, 우리의 얼굴과 눈물을 찾았던 날. 시인 박봉우는 분단의 비극과 아픔을 온몸으로 절규하던 시인이며 그 엄혹했던 시대에 통일을 지향했던 시인입니다. 그러나, 시대에 대한 울불과 격정을 삵이지 못하고 폭음과 방랑과 가난으로 점철된 '아웃사이더의 삶'을 살았습니다. 심한 좌절의 시대에 갈등고 고통을 이겨내지 못하고 알코올 중독과 정신질환에 시달리면서 암울안 말년을 맞이한 비운의 시인이었습니다. 김관식, 천상병과 함께 한국 시단의 3대.. 2024. 4. 18. 《니들의 시간》 김해자, 창비시선 494 당신의 말이 떨어질 때마다 나는 웃었다 참 곱다 고와, 봉고차 장수가 부려놓은 몸빼와 꽃무늬 스웨터 가만히 쓰다듬어보는 말 먹어봐 괜찮아, 복지에서 갖다주었다는 두부 두모 꼬옥 쥐여주는 구부려진 열 손가락처럼 뉘엿뉘엿 노을 지는 묵정밭 같은 말 고놈 참 야물기도 하지, 도리깨 밑에서 뜅 올라오는 알콩 같은 말 좋아 그럭하면 좋아, 익어가는 청국장 속 짚풀처럼 진득한 말 아아 해봐, 아 벌린 입에 살짝 벌어진 연시 넣어주는 단내 나는 말 잔불에 묻어둔 군고구마 향기가 나는 고마워라 참 맛있네, 고들빼기와 민들레 씀바퀴도 어루만지는 잘 자랐네 이쁘네, 구부려 앉아야 얼굴이 보이는 코딱지풀 같은 말 흰 부추꽃이나 무논 잠시 비껴가는 백로 그림자 같은 벼 벤 논바닥 위로 쌓여가는 눈 위에 눈 학교도 회사도 모르.. 2024. 4. 17.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는 법》 변혜지, 문학과지성 시인선 593 하늘과 땅 사이에 뭐가 있더라? 인부는 먼저 공사를 진행 중이다. 푸른 초원 위에 붉은 벽돌로 이루어진 집을 짓는 것은 나의 오래된 소망이었 다. 벽돌로만 집을 짓는 것은 매우 위험하지만, 나를 위 해 기꺼이 해주겠다고 인부는 내가 가진 것을 아주 조금 만 받겠다고 말해주었다. 땀을 흘리며 줄눈을 바르는 인 부의 목덜미가 아름답고, 부지런히 구름을 캐내는 희고 푸른 하늘이 아름답고, 이 모든 아름다움은 오후에 상장 했다가 저녁이 되면 폐지될 예정이다. 아름답다는 말을 그만두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그만두어야 한다는 생 각을, 생각을 그만두는 마음 한편에 앉혀두고서. 기다려. 얌전한 개가 된 생각애개 명령한다. 지급 대금을 공란으 로 남겨둔 인부의 의도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어쩌면 그 는 내게 첫눈에 반.. 2024. 4. 17. 《흑발 소녀의 누드 속에는》 김윤이, 창비시선 328 어른의 맛 결코 경험만이 아니고 아니고요 그걸 그냥 연애라 말할까봐요 1.5볼트짜리 건전지. 양극 바로 옆에 음극이네요. 시가지 걷다 시그널 음악 멎었을 때 한 걸음 반에서 한사코 숙여 발끝 보던 내게서 가장 먼 날 환히 상상할 수 있어요. 키스처럼 혀끝 대봐요. 찌릿찌릿하고 야릇한 씁씁한 맛 전류가 남았는지 알 수 있다네요. 그렇게 내가 흘러온 방향과 흘러가는 방향을 아는 거래요. 하지만 별로 권하진 말아요. 불 켤 수 있는 남은 양 알면 예기치 않게 놀랄 수 있겠네요. 기묘한 동작으로 형언키 어려운 청춘의 불빛들 충전할 수 없는, 날들은 눈부신 거죠 시침 땐 표정으로 눈 감아도 느껴지는 이상한 맛 몸뚱어리에 퍼지고 비로소 어른이 되어버렸죠 사랑이렀나요? 우리 아둔한 질문에 쓴웃음 지으며 몸만 남아 수.. 2024. 4. 16. 《리얼 제주인 !!!n 2023 겨울호 40호》 '리얼 제주인(!!!n, iiin)'은 제주탑동 칠성시장 끝자락(앞자락)에 있던 '라이킷'에서 만난 인연입니다. '라이킷'이 문을 닫은 날이면 제주관아 맞으편 제주원도심 골목에 자리 잡고 있던 '미래책방'에서 인연을 맺었지요. iiin은 제주를 기반으로 한 문화 콘텐츠 전문 크리에이터 집단인 '콘텐츠그룹 재주상회'가 발행하는 제주 이야기를 담은 계간 잡지, 매거진입니다. "살아보는 여행"이라는 모토 아래 제주 섬의 자연, 문화, 라이프 스타일을 다양한 콘텐츠를 소개하며 제주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섬의 매력을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처음 '라이킷'에서 만난 다음 2권씩 사서 한 권은 제가 나누고 나머지 한 권은 호텔 로비에 제주 여행 안내를 하기 위해 비치해두었는데 호텔 명판을 찍어 두어도 고객.. 2024. 4. 14. 이전 1 ··· 41 42 43 44 45 46 47 ··· 5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