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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 도선사 계곡 도선사에서 용암문 올라가다 쉬어갑니다 2024. 5. 19.
《도화 아래 잠들다》 김선우, 창비시선 0229 오동나무의 웃음소리   서른 해 넘도록 연인들과 노닐 때마다 내가 조금쯤 부끄러웠던 순간은 오줌 눌 때였는데 문 밖까지 소리 들리면 어쩌나 힘 주어 졸졸 개울물 만들거나 성급하게 변기물을 폭포수로 내리며 일 보던 것인데   마흔 넘은 여자들과 시골 산보를 하다가 오동나무 아래에서 오줌을 누게 된 것이었다 뜨듯한 흙냄새와 시원한 바람 속에 엉덩이 내놓은 여자들 사이, 나도 편안히 바지를 벗어내린 것인데   소리 한번 좋구나! 그중 맏언니가 운을 뗀 것이었다 젊었을 땐 왜 그 소리 부끄러워했나 몰라, 나이 드니 졸졸 개울물 소리 되려 창피해지더라고 내 오줌 누는 소리 시원타고 좋아라 하는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 딸애들은 누구 오줌발이 더 힘이 좋은지, 더 넓게, 더 따뜻하게 번지는지 그런 놀이는 왜 못하고.. 2024. 5. 18.
정의고을 꿩 메밀칼국수 4년간의 제주 생활 마무리하고 서울로 올라가던 날, 공항으로 가기 직전에 친구가 '정의고을 꿩 메밀칼국수'에서 사준 꿩 메밀칼국수. 제주버스터미널 근처에 위치한 이 식당은 제주 로컬 맛집으로, 도민들에게 사랑받는 곳입니다. 제주는 전국에서 메밀을 가장 많이 생산하는  지역이며, 겨울철 꿩 사냥이 허용되어 제주의 별미로 자리 잡았습니다. 메밀은 척박한 제주 땅에서 일년내내 이모작이 가능하여 고마운 곡식입니다. 그러나 메밀이 한반도에 처음 전해진 사연은 몽골이 고려를 굴복시키기 위해 퍼뜨린 곡물로, 차가운 성질 때문에 배를 탈나게 해서 저항할 의지를 꺽으려고 했답니다. 그러나 우리 선조들은 무와 함께 먹어 문제없이 소화할 수 있는 음식을 만들어내는 지혜를 발휘했습니다. 이로 인해 지금처럼 메밀로 만든 냉면,.. 2024. 5. 18.
《바깥은 천국, 잃어버린 골목의 놀이의 기술》 메리 에번스 픽처 라이브러리, 로저 메인, 셜리 베이커, 폴 케이, 존 게이, 토니 복스올, 로빈 데일, 헨리 그랜트, 데이비드 루이스-호지슨, 마거릿 멍크, 마틴 오닐의 사진 모음 책.   20세기 중반에 성장한다는 것은 의미하는 바가 달랐다. 항상 더 나았던 건 아니지만 달랐다. 당시엔 차가 별로 없었다. 모두가 자가용을 소유하진 않았고, 특히 도심 지역이 그랬다. 얼마나 드물었냐면, 누가 주위를 살펴보다가 차를 보고 조심하라고 소리를 지르면 길에서  놀던 아이들이 안전한 인도로 서둘러 흩어졌다. 대부분 아이들이 그렇게 지냈다. 아이들은 밖에서 놀았다.  구세대들은 해가 뉘엿뉘엿 지거나 간식 먹으러 들어오라는 호출이 있을 때가지 바깥에서 놀며 지내던 여름의 긴 오후를 기분 좋게 기억한다. 그들은 야외.. 2024. 5. 18.
논장, 나의 첫 인문·사회과학 책방 저와 쌍둥이 여동생들은 두 살 터울었습니다. 제가 초등학교(국민학교)를 마치고  집문을 여는 순간 하루종일 집에만 있었던 여동생들은 저를 기다렸다는 듯 쏜살같이 밖으로 놀러나갔습니다.  여동생들 대신 제가 혼자 집을 지켜야 했답니다. 아직 한글을 완전히 깨치지 못했지만, 계몽사의 '한국전기전집'을 띄엄띄엄 읽으며 그 역사의 현장에 푹 빠져들었습니다. 책이 너덜너덜 해질 때까지 반복해서 읽고, 제법 한글을 깨친 뒤에는 학원사의 '대백과사전'을 친구 삼아 함께 놀았답니다. 책 출간 날짜가 단기로 표시되어 있었고 글씨가 정말 깨알같이 작았지만 종이 느낌과 냄새가 어찌나 좋았던지요.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자 매달 동네책방에 가서 '소년중앙'을 사서 보고 친구들의 '새소년'과 '어깨동무'를 바꿔가며 보았답니다.중학.. 2024. 5. 18.
《너는 소리》 신유미 철새들의 머나먼 여행수많은 소리와 몸짓으로 그려낸 그림책 바람보다 먼저 날아갈 거라며 재잘대는 소리,놀란 나뭇잎과 함께 반짝이는 소리.바스락바스락 춤추는 소리. 너는 소리.  제주종달리 책약방에서 만난 인연. 쓴약 대신 달콤한 그림책!!! 2024. 5.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