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 에번스 픽처 라이브러리, 로저 메인, 셜리 베이커, 폴 케이, 존 게이, 토니 복스올, 로빈 데일, 헨리 그랜트, 데이비드 루이스-호지슨, 마거릿 멍크, 마틴 오닐의 사진 모음 책.
20세기 중반에 성장한다는 것은 의미하는 바가 달랐다. 항상 더 나았던 건 아니지만 달랐다. 당시엔 차가 별로 없었다. 모두가 자가용을 소유하진 않았고, 특히 도심 지역이 그랬다. 얼마나 드물었냐면, 누가 주위를 살펴보다가 차를 보고 조심하라고 소리를 지르면 길에서 놀던 아이들이 안전한 인도로 서둘러 흩어졌다. 대부분 아이들이 그렇게 지냈다. 아이들은 밖에서 놀았다.
구세대들은 해가 뉘엿뉘엿 지거나 간식 먹으러 들어오라는 호출이 있을 때가지 바깥에서 놀며 지내던 여름의 긴 오후를 기분 좋게 기억한다. 그들은 야외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1970년대 어린이들은 막다른 골목에서 자전거 경주를 하거나, 인도에서 달그락 소리를 내며 롤러스케이트를 탔다. 그들의 엄마 아빠 세대도 사방치기 놀이를 하려고 분피로 땅바닥에 사각형을 그리거나, 다른 친구들이 숨으려고 뛰어다니는 사이에 깡통으로 요란한 소리를 내던 과거를 기억한다. 인형, 축구공, 줄넘기 줄이 길거리로 나왔지만, 장난감이라면 정말 가까운 주변에서도 구할 수 있었다. 막대기, 물웅덩이, 아지트 만들기용 낡은 문, 버려진 자동차나 맽트리스, 엄청나게 쌓인 쇄석, 기어오르기엔 아찔해보이는 담장, 주인 잃은 벽돌공장 안의 축구장 등등. 아이들은 기회가 닿는 대로 놀잇거리를 찾아서 적응해 나갔다.
이 때의 아이들은 정말 잘 놀았을까? 아니면 향수에 깊이 젖다 보니 이런 기억이 남은 걸까? 21세기 세대는 핸드폰과 게임기에 빠져있고, 깨어 있는 시간에는 주로 실내에 있으며, 인스턴트 음식을 즐기면서 비만을 유행시키는 데 한몫한다고 하지 않는가. 아이들은 바깥에서 놀아도 놀이터나 운동장 같은 안전한 공간에서 놀고, 부모나 보호자가 지켜보고 있다. 길거리는 자동차로 꽉 차서 딱히 대안이 없다. 20세기에 성장한 많은 어린이에게 길거리는 곧 놀이터였다.
아이들은 자유롭게 돌아다니면서 달리고, 뛰고, 상상하고, 싸우고, 쫓아다니고, 귓속말을 하면서 음모도 꾸밀 수 있다. 그러면서 자신들만의 규칙과 네트워크를 만들었다. 어른들의 간섭 없이 게임을 통해 서로 어울리고 돕기 위한 규칙·원칙을 만들어 어른이 되었을 때 빛을 발하게 될 기술을 재웠다.
저 역시 20세기에 어린시절을 바깥에서 보낸 세대입니다. 바깥에서 놀이를 하면서 규칙을 만들고 원칙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21세기 어린이들도 핸드폰과 게임기를 통해 스스로 규칙과 원칙을 만들어 가며 건강한 사회인으로 성장할 그들의 언어를 만들어 내겠지요. 너무 걱정하지 마셔요. 그런데, 축구 같은 구기 운동을 떠나서 달리기도 줄넘기도 돈을 내고 강습을 받아야 하고, 놀이를 학원에서 배우는 21세기 한국의 어린이들, 유치원 다닐 때부터 몸보다 더 큰 가방을 메고 이 학원 저 학원으로 여행을 다니다가 성인이 되어서도 그런 생활을 벗어나지 못하는 21세기 한국의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그 짐을 내려놓게 하고 바깥에서 햇빛을 받고 바람을 맞으며 놀이를 할 수 있게 해주셔요. 아이들과 청소년들의 영과 마음과 몸이 훌쭉 성장할 거예요. 20세기에 바깥에서 놀았던 어른들이 욕심을 버려야 해요. 그러다 자식들 모두 그들의 영과 마음과 몸이 틀어지고 비뚤어지고 아프고 그러다 다 죽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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