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book)194 《남겨두고 싶은 순간들》 박성우, 창비시선 0507 (2024년 7월) 빈틈 그대에게 빈틈이 없었다면나는 그대와 먼 길 함께 가지 않았을 것이네내 그대에게 채워줄 게 없었을 것이므로물 한모금 나눠 마시면 싱겁게 웃을 일도 없었을 것이네그대에게 빈틈이 없었다면 박성우 시인의 시 "빈틈"은 인간관계에서의 결핍과 부족함이 오히려 관계를 깊고 의미 있게 만드는 요소임을 이야기 하며 인간관계의 본질을 따뜻하고 섬세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상대방의 결함이 서로를 채우고 돕는 기회를 주어, 관계를 더 깊고 의미 있게 만든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물 한 모금 나눠 마시면 싱겁게 웃을 일도 없었을 것이네"라는 표현은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며 함께하는 순간들이 작지만 소중한 추억이 됨을 나타냅니다. 시인은 "빈틈"이 관계를 더 가깝고 친밀하게 만드는 즁요한 요소임을 강조하며, 완벽하지 않.. 2024. 8. 13. 《바람과 물과 빛》 박인경 그림, 이호백 글, 재미마주 (2017년 6월) 은 '도서출판 재미마주'에서 어린이의 눈높이에서 예술을 아주 쉽게 풀어주어, 어른과 어린이가 함께 현대미술을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진 '재미마주 어린이 미술관' 연작으로 나온 책 가운데 하나입니다. 현대적인 수묵화로 자연을 해석하여 간결하면서도 힘 있는 그림을 보여준 1세대 여성 화가로 한국 근현대 미술의 선구자의 한 분인 박인경 화백의 그림에 이호백이 글을 넣어 만든 그림책입니다. 박인경 화가는 이응로 화백의 아내이며 대전 '이응노 미술관'의 명예관장입니다. 현재 프랑스 파리 근교에 살면서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 곳에는 한옥으로 지어진 고담서방과 고담아카데미가 있습니다. "나는 본래 ... 물이었다."의 여행 이야기를 박인경 화백의 그림고 함께 느껴봅니다. ※ 2019년 10월 5일 제주.. 2024. 8. 11. 《해청》 고형렬, 창비시선 0061 (1987년 3월) 바다 위의 덕장 아버지는 바다에 덕장을 세우셨다바람이 그 덕장 속으로 빠졌고 고기들도 그 덕장의기둥 사이로 지나갔다덕장은 가끔 바닷물에 밀려 기울기는 했지만결코 먼 곳으로 떠내려가지는 않았다아버지가 서른 살 때한번은 남수평선까지 내려간 적은 있다하지만 대부분의 세월은 이 바다에서 살았다덕장이 그곳에 있었던 것은 그러니까우연이 아니라 완전히 의지였다아버지는 가끔 그 덕장 밑에서 잠을 잤고나는 곤히 잠든 아버지를 보았다덕장은 출렁거리고 흔들거렸어도어느 한쪽 가라앉지 않고지금도 덕장은 그 바다에 남아 있다당신은 세상을 떠날 때 이 세상의 모든 것을 두고 떠나셨다그리고 덕장만 그 바다에 남겨서갈매기가 내리고 아이들이 올라가 놀게끔 했다내가 지금도 알 수 없는 것은이 바다에 덕을 맨 이 덕장자랑스럽고 풀고 싶지 .. 2024. 8. 10. 《즐거운 日記(일기)》 최승자, 문학과지성 시인선 040 (1984년 12월) 언제가 다시 한번 언젠가 다시 한번너를 만나러 가마.언젠가 다시 한번내 몸이 무덤에 닿기 전에. 나는 언제나 너이고 싶었고너의 고통이고 싶었지만우리가 지나쳐온,아직도 어느 갈피에선가흔들리고 있을 아득한 그 거리들. 나는 언제나 너이고 싶었고너의 고통이고 싶었지만그러나 나는 단만 들이키고 들이키는흉내를 내었을 뿐이다.그 치욕의 잔끝없는 나날죽음 앞에서한 발 앞으로한 발 뒤로끝없는 그 삶의 舞蹈(무도)를다만 흉내내었을 뿐이다. 그리고 지금 나는, 너를 피해달아나고 달아나는흉내를 내고 있다.어디에도 없는 너를 피해. 언젠가 다시 한번너를 만나러 가마언젠가 다시 한번내 몸이 무덤에 닿기 전에. (이 세계의어는 낯선모퉁이에서네가 나를 기다리고 있기에) 최승자 시인의 시 '언젠가 다시 한번'은 깊은 상실감과 그리움.. 2024. 8. 6. 《지리산 갈대꽃》 오봉옥, 창비시선 0069 (1988년 7월) 난 너의 남편이야 이웃나라 북한여자와 결혼을 했어굳이 누가 시키지 않아도우린 이 옷 저 옷 팽개치고 속살로 만났지아픈 허리 휘어감고 밤새 뒹굴었어무에 더 필요 있을까달덩이 같은 방뎅이 이렇게나 푸짐한데요건 분명 외국산이 아니었지한라에서 백두까지 몇천번 핥아도다시다시 엉기고 싶은데요건 분명 먼 사람이 아니었지무에 더 필요 있을까 난밤새 간 칼날보다 예리하게 세워다가온 오진 너에게 이몸 주고무에 더 필요 있을까 넌기다리다 지친 고운 몸 오늘사 활짝 여니굳이 누가 말하지 않아도 알 일----- 난 너의 남편이야해외토픽에서 떠들었어신문마다 특종감이라 지껄였어도망을 갔지세상에서 가장 원수라는 나라북한여자와의 결혼은매국노보다 더 반역이기에 염병할혼인신고는 두만강에 흘려보내놓고숨었지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뛰었지3.. 2024. 8. 6. 《 GG 》 김언희, 현대문학 핀 시리즈 PIN 025 (2020년 3월) 생 로랑 선물을 받는다장갑이네 세상에서 가장 보드라운 가죽, 물개 좆으로 만든생 로랑 장갑 장갑 속을 들여다본다 이것은屍姦(시간)같고이것은獸姦(수간)같고劫姦(겁간)같고뒤집혀질로둔갑한이것은모종의협잡같고손가락을찔러넣어서라도 세워라, 나를! 촉촉한 물개 가죽은 살에 착 감기고 장갑은손가락들을 흠씬 빨아들인다 입처럼항문처럼 너는, 죽은 물개의 입에손가락을 찔러 넣은 채 살게 될 거다 너는, 죽은 물개의 항문에손가락을 찔러 넣은 채 살게 될 거다 다시 죽을 수 없게 된 물개 열 마리가열 손가락을 쭉쭉 빨아댈 거다 너는 쭉쭉 빨릴 거다 골수가 녹아내리고 창자가 녹아내리고 뼈마디가 녹아내릴 거다 너는이 장갑을 영영 벗을 수 없을 거다 구멍 속의 손가락들은 이미 구멍의 것이미 질척거리고 산 채 벗겨져 더 질 좋은 생.. 2024. 8. 6. 이전 1 ··· 5 6 7 8 9 10 11 ··· 3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