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book)194 《봄비를 맞다》 황동규, 문학과지성 시인선 0604 오색빛으로 몸 다 내주고 나서전복 껍데기는 오색빛 내뿜지.몸 없어진 곳에 가서도 노래하시게.더 낭비할 것이 사라진 순간몸 있던 자리 훤히 트이고뵈지 않던 삶의 속내도 드러나겠지.좋은 날 궃은 날 가리지 않고어디엔가 붙어 기고 떨어져서 기는기느라 몸 없어진 것도 모르고계속 기고 있는 몸 드러나겠지.마음먹고 다시 둘러보면주위의 모두가 기고 있다.저기 날개 새로 해 단 그도 기고 있다.뵈든 안 뵈든 묵묵히 기는 몸 하나하나가오색빛 새로 두르게 노래하시게. 팔순을 넘어 구순을 바라보는 황동규 시인의 시 "오색빛으로"는 삶과 죽음, 존재의 본질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고 있습니다. "주위의 모두가 기고 있다. 저기 날개 새로 해 단 그도 기고 있다"는 구절은 높은 위치에 있거나 특별해 보이는 존재들조차도 결국 같은.. 2024. 8. 4. 《사월 바다》 도종환, 창비시선 0403 (2016년 10월) 내소사 내소사 다녀왔으므로 내소사 안다고 해도 될까전나무 숲길 오래 걸었으므로삼층석탑 전신 속속들이 보았으므로백의관음보살좌상 눈부처로 있었으므로단청 지운 맨얼굴을 사랑하였으므로내소사도 나를 사랑한다고 믿어도 될까깊고 긴 숲 지나요사체 안쪽까지 드나들 수 있었으므로나는 특별히 사랑받고 있다고 믿었다그가 붉은 단풍으로 절정의 시간을 지날 때나능가산 품에 깃들여 고즈넉할 때는 나도그로 인해 깊어지고 있었으므로그의 배경이 되어주는 푸른 하늘까지다 안다고 말하곤 하였다정작 그의 적막을 모르면서종양이 자라는 것 같은 세월을 함께 보내지 않았으면서그의 오래된 내상(內傷)과 함께 있지 않았으면서그가 왜 직소폭포같은 걸 내면에 지니고 있는지그의 내면 곳곳이 왜 낭떠러지인지 알지 못하면서어찌 사랑이라 말할 수 있을까그의 .. 2024. 8. 4. 《요즘 우울하십니까?》 김언희, 문학동네시인선 004 해피 선데이 동물농장 사자들이코끼리 똥에온몸을문지르며 웃는 일요일 십일조를 받고하느님은내 죄를달게먹어주신다 자기!부르면동네 개가다돌아보는 일요일 애인 위에애인을눕히는 일요일애인이 애인 위에누적되는 일요일 김언희 시인의 "해피 선데이"는 일요일이라는 날에 대한 다양한 시각과 경험을 통해 현대인의 삶과 사회적 현상을 풍자적으로 묘사합니다. 시인은 일요일의 다양한 장면을 통해 인간의 욕망, 죄책감, 사회적 관계 등을 드러내며, 그 속에서 느끼는 허무함과 기이함을 표현합니다. 바셀린 심포니 내가 사랑하는 것은북두칠성의 여덟번째 별 내가 사랑하는 것은혓바닥에 구멍을 내고야 마는 추파춥스 내가 사랑하는 것은아침 새를 잡아서 발기발기 뜯고 있는 고양이 내가 사랑하는 것은발광하는 입술과 피를 빠는 우주 내가 사랑하는.. 2024. 8. 3. 《아흔아홉개의 빛을 가진》 이병일, 창비시선 0399 (2016년 5월) 물소리는 도반(刀瘢)을 낮은 곳으로 흘러가는 물줄기는 빠르고 평평하다묶어둘 수가 없으니 한사코 곡선을 버리지 못했다 밤새도록 저 물줄기가 예리하게 반짝이는 건모래가 되지 못한 별들이 죽어물빛이 되지 못한 나무들이 죽어밝음 쪽으로 기울어지는 사금이 되었던 거다 그러니까 앞앞이 흘러가는 것들이 날을 간다그 날에 찔리고 베인 물고기들이 가끔 죽는다고 했다 물고기들은 물줄기에 찔리지 않으려고제 몸속 가시로 물결을 먼저 찌르고 떠서 지느러미를 깎는다 물살 뒤집어질 때마다여러번 베이고 찔려도 죽지 않는 건 물소리다일찍이 수면 바깥으로는 벗어난 적 없었으니까물소리는 물소리로 도반을 숨기고 있으니까 이병일 시인의 "물소리는 도반을"은 자연의 흐름과 그 안에 숨겨진 고통, 생명의 순환을 통해 인간 존재와 고통을 은유적으.. 2024. 8. 3. 《뜻밖의 대답》 김언희, 민음의 시 125 (2005년 3월) 9분전 근무 중의 手淫(수음)책상다리 사이로 매독이 퍼진다 아침 열 시에 디지털 자지에서 디지털 정액이 흘러넘치고 빠는 기계 당신은빨아서 모든 것을말려죽이지 불길하고 더러운 새 소식과만 원짜리 몇 장 쥐고 흔드는 음탕한 미래 깜빡잠들었다가 나는백발이 된 채 깨어난다 미스 리천국에서 나가는 길 좀가르쳐줘 천국에서 나가는 길을애인보다 더 애인 같은 애인이 가로막고 있다肉重(육중)하고 무자비한, 내장의무게만백 킬로는 될 미치지 않았으면 맛볼 수 없었을 세상 9분 전이다 김언희 시인의 시 "9분 전"은 강렬한 이미지와 생생한 묘사를 통해 현대 사회의 불안, 고립감, 자아 상실을 표현합니다. 시는 디지털 시대의 인간 소외, 성적 혼란, 그리고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다룹니다. "디지털 자지에서 디지털 정액이 흘러.. 2024. 8. 3. 《금빛 은빛》 홍희표, 창비시선 0064 (1987년 9월) 금빛 은빛 - 씻김굿 16 오월이 가고 유월이 오면임진강변의 민들레하이얀 남으로 떠나가네. 한양으로 부산으로달리고 싶어도달리지 못하는 鐵馬(철마). 오월이 가고 유월이 오면임진강변의 민들레하이얀 낙한산 달고북으로 북으로 떠나가네. 평양으로 신의주로달리고 싶어도달리지 못하는 鐵馬(철마). 금빛 은빛 혼령만 오가고 ...... 홍희표 시인의 시 "금빛 은빛"은 한반도의 분단과 그로 인한 이산가족의 아픔, 그리고 자유롭게 이동할 수 없는 현실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이 시는 이산가족이 느끼는 그리움과 상실, 그리고 통일에 대한 간절한 염원을 담고 있습니다. 시인은 오월이 가고 유월이 오는 계절의 변화 속에서 임진강변의 민들레를 통해 분단의 현실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민들레는 자유롭게 날아가고 싶지만 .. 2024. 7. 31. 이전 1 ··· 6 7 8 9 10 11 12 ··· 3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