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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둥 꼬마 선녀 번개 꼬마 선녀》 한강 글, 진태람 그림, 문학동네 (2007년 2월) 그런데 따분해하는 두 꼬마 선녀가 있었어."아이 심심해.""말아 올린 머리는 무겁고 불편해.""발목에 자꾸 감기는 치마는 어떻고?""뭔가 신나는 일이 없을까?"한 꼬마 선녀의 눈이 반짝였어."몰래 세상 구경 하러 갈까?""좋은 생각이야!"두 꼬마 선녀는 거추장스러운 날개옷을 벗어 던지고 구름 속에 쏙하고 숨었어.천둥 번개를 무서워하는 아이들에게천둥 번개를 무서워하지 않는 아이들에게..... 그리고새벽이에게- 한강 2000년 8월 비가 무척 내리던 날 엄마가 되었고,어린이책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되어 이 이야기를 썼습니다.  책을 읽는 것도 독자의 취향이니, 작품을 해석하고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은 결국 독자의 몫이 있겠지요. 한강 작가님의 여러 책들 가운데 제게는 좀 아쉬운 글이었습니다. 제가 어린이가 아.. 2024. 11. 2.
《세네갈의 눈》 아르투르 스크리아빈 글, 요안나 콘세이요 그림, 최혜진 옮김, 사계절 (2021년 8월) 거기, 눈 한가운데서, 엄마는 노래를 부르고 있었아울고 있었어 엄마 목소리는 창백한 불꽃이었어용감했어사랑과 차가움으로 떨렸고 하늘의 가장자리가 흔들리게 했어  이 그림책엔 작은 책갈피 같이 생긴 '감상을 위한 편지'가 꽂혀 있습니다.'「세네갈의 눈」은 한 편의 시처럼 다가옵니다. 이미지, 온도, 촉감, 소리, 움직임 등의 감각을 자극해 독자 내면 저편의 기억을 불러냅니다. 이 작품은 엄마에 대해 이야기하는 자녀의 목소리로 쓰였습니다. 책 속 화자는 '팔월에 내리는 눈'의 이미지로 엄마의 기억을 풀어냅니다. 여러분의 어머니는 몇 월의 느낌에 가까운 분인가요?' 2024. 10. 26.
《빛이 사라지기 전에》 박혜미, 오후의 소묘 (2021년 7월) 는 글이 없이 그림으로만 이야기를 전하는 책입니다. 박혜미 작가님은 마음에 기우는 것들을 고요하게 담아내며, 작고 적은 것들에 의미를 부여해 그리고 만듭니다. 을 비롯해, 독립출판물인 , , 등 작가님이 일상에서 발견한 감정과 순간을 차분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바다가 좋다. 그렇게 말하고 싶어 해가 질 때까지 하염없이 바다를 보고 돌아오곤 했다. 아름다운 것들이 그곳에 있어 나는 감상만으로도 충분했다. .....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읽고 있는 지금 당신의 손가락 끝에서 햇볕 냄새가 나기를 소망하면서, 이 책이 당신의 손가락이 닿아 반짝이기를 바라본다.2021년 7월 2024. 10. 26.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이수지, 비룡소(2015년 8월) 이수지 작가가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영감을 받아 글 없는 그림책을 만들었습니다. 마치 한 편의 공연을 보는 듯한 느낌입니다. 무언극이라고 할까요, 아니면 흑백 무성 영화라고 할까요? 무언극이나 무성영화를 보아도 말이 없어도 그 내용을 느끼고 알 수 있잖아요. 이 책을 보고 나니,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다시 읽고 싶어집니다. 2024. 10. 25.
《눈물상자》 한강 글, 봄로야 그림, 문학동네 어른을 위한 동화 (2008년 5월) 옛날, 아주 오랜 옛날은 아닌 옛날, 어느 마을에 한 아이가 살고 있었다.  아이가 다섯 살, 여섯 살, 일곱 살 ...... 나이를 먹어가면서, 사람들은 차츰 아이에게 특별한 데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바로 아이의 눈물이었다. 물론 아이는 다른 아이들처럼 누군가가 자신의 장난감을 빼앗거나, 달리다 넘어져 무릎을 다치거나, 엄마가 큰 소리로 꾸지람을 할 때 울음을 터뜨렸다. 다만 이상한 점은, 보통의 사람들이 결코 예측하거나 이해할 수 없는 일에 눈물을 흘린다는 것이었다.  이른 봄날, 갓 돋아난 연두빛 잎사귀들이 햇빛에 반짝이는 걸 보고아이는 눈물을 흘렸다. 거미줄에 날개가 감긴 잠자리 한 마리를 보고는 오후가 다 가도록 눈물을 흘렸고, 잠들 무렵 언덕 너머에서 흘러든 조용한 피리 소리를 듣고는 .. 2024. 10. 25.
《내 이름은 태양꽃》 한강 동화, 김세현 그림, 문학동네 어른을 위한 동화 016 (2002년 3월) "이게 있으니까, 난 너처럼 실망 같은 건 안 해. 힘차게 자라나기만 하면 여길 벗어날 수 있거든. 저 담장을 타고 넘어서 밝은 곳으로 갈 거야."그렇다면 ......활짝 웃음을 베어문 담쟁이를 바라보며 나는 생각했습니다.나도 열심히 자라나야지. 저 친구와 함께 담장을 넘어가야지.흙 속에서 지쳐 쉬고 있던 뿌리에 문득 힘을 주며 나는 웃었습니다.  "상상할 수 있겠니? 땅속에서 눈을 뜨면, 잠깐 동안 보았던 세상의 기억이 얼마나 눈부신지 몰라. 세상에는 바람이 있거, 바람이 실어오는 숱한 냄새들이 있고, 온갖 벌레들이 내는 소리들이 있고, 별과 달이 있고, 검고 깊은 밤하늘이 있잖아. 그것들이 견딜 수 없게 보고 싶어지곤 해. 영원히 다시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때면, 보고 싶은 마음이 더 .. 2024. 10.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