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328 CHOI .(dot) 쵸이닷, 최원석 셰프가 운영하는 분자요리를 맛볼 수 있는 곳 2024. 6. 9. 《맑은 날》 김용택, 창비시선 0056, 1986년 8월 섬진강 22 - 누님의 손끝 누님. 누님 같은 가을입니다. 아침마다 안개가 떠나며 강물이 드러나고 어느 먼 곳에서 돌아온 듯 풀꽃들이 내 앞에 내 뒤에 깜짝깜짝 반가움으로 핍니다. 누님 같은 가을 강가에 서서 강 깊이 하늘거려 비치는 풀꽃들을 찬찬히 들여다보며 누님을 떠올립니다. 물동이를 옆에 끼고 강으로 가는 길을 따라 강물에 이르르면 누님은 동이 가득 남실남실 물을 길어 바가지물 물동이에 엎어 띄워놓고 언제나 그 징검다리 하나를 차지하고 머리를, 그 치렁치렁한 머리채를 흘러가는 강물에 풀었었지요. 누님이 동이 가득 강물을 긷고 머리를 감는 동안 나는 물장난을 치며 징검다리를 두어 간씩 힘껏힘껏 뛰어다니거나 피라미들을 손으로 떠서 손사래로 살려주고 다시 떠서 살려주며 놀다가 문득 누님을 쳐다보면 노을은.. 2024. 6. 8. 젊은 날, 나의 동무들, 그리운 동무들...... 젊은 날, 저와 함께 소중한 시간을 나누고 놀아준 동무들. 지금은 문을 닫고 세월이란 시간 속에 들어가 버린 동무들. 보고 싶어도 만날 수 없는 동무들. 그 동무들 덕분에 제가 이만큼 자라서 이제는 오십대 중반 꼰대가 되어 하루하루 일상을 나누며 살고 있습니다. 초등학교 시절 새로운 달이 오면 어머니께 조르르 달려가 돈을 받곤 바로 '소년중앙'을 사러 갔었답니다. 그 잡지를 사러 다녔던 책방이 어디였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군요. 중학교에 진학하여 등하교길에 있던 책방. 갈현초등학교 후문을 나오면 인근 여학교 학생들의 아지터였던 '미전'이란 분식집이 나오고, 그 '미전'을 지나면 책방이 나왔답니다. '일미성우육'이 분식집 '미전'이 있었던 자리 같은데, 제가 대학에 다닐 때였던가 건물이 새롭게 지어지고 .. 2024. 6. 8. 《참깨를 털면서》 김준태, 창비시선 0014, 1977년 7월 참깨를 털면서 산그늘 내린 밭귀퉁이에서 할머니와 참깨를 턴다.보아하니 할머니는 슬슬 막대기질을 하지만어둬지기 전에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젊은 나는한번을 내리치는 데도 힘을 더한다.世上事(세상사)에는 흔히 맛보기가 어려운 쾌감이참깨를 털어대는 일엔 희한하게 있는 것 같다.한번을 내리쳐도 셀 수 없이솨아솨아 쏟아지는 무수한 흰 알맹이들都市에서 십년을 가차이 살아본 나로선기가막히게 신나는 일인지라휘파람을 불어가며 몇 다발이고 연이어 털어낸다.사람도 아무 곳에나 한번만 기분좋게 내리치면참깨처럼 솨아솨아 쏟아지는 것들이얼마든지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정신없이 털다가"아가, 모가지까지 털어져선 안되느니라"할머니의 가엾어하는 꾸중을 듣기도 했다. 젊은 시인은 더 많은 힘을 주어 빨리 일을 끝내려고 합니다. 힘껏 내리칠.. 2024. 6. 7. 《고사리 가방》 김성라 엄마는 봄이면 바람이 난다.4월의 일주일,나는 엄마의 바람길에 친구가 된다.아니, 그건 핑계일지도 몰라.나도 바람이 나는 건지도 모른다. 고사리 철이 지나면 텅 비었던 목욕탕과 미용실은조금 그을린 얼굴의 사람들로 다시 가득해집니다.새벽마다 시끌벅적했던 버스는 다시 한적하게 바닷가 길을 달립니다.햇볕과 바람과 꽃과 우리 모두 봄을 지나고 있습니다. 2019년 5월 1일 그 고사리 장마와 함께 봄이 가고 있는 날 만났던 인연.김성라 작가님은 일러스트레이터로 제주에서 나고 자랐습니다. 독립출판물 , 을 펴냈습니다. 2024. 6. 7. Voice Philppe Parreno 너의 목소리가 들리는 거니? 소음과 소리, 잡음과 신호의 경계와 차이는 무엇일까요? 2024. 6. 7. 이전 1 ··· 19 20 21 22 23 24 25 ··· 5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