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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카페63

《정오에서 가장 먼 시간》 도종환, 창비시선 0501 (2024년 5월) 정오에서 가장 먼 시간 깊고 고요한 밤입니다고요함이 풀벌레 울음소리를물결무늬 한가운데로 빨아들이는 밤입니다적묵의 벌판을 만나게 하여주소서안으로 흘러 들어와 고인어둠을 성찰하게 하여주소서내가 그러하듯 온전하지 못한 이들이 모여세상을 이루어 살고 있습니다어제도 비슷한 잘못을 되풀이하였습니다그러니 도덕이 단두대가 되지 않게 하소서비수를 몸 곳곳에 품고 다니는 그림자들과적개심으로 무장한 유령들이 넘쳐나고 있습니다관용은 조롱당하고계율은 모두를 최고 형량으로 단죄해야 한다 외치고 있습니다시대는 점점 사나워져갑니다사람들이 저마다 내면의 사나운 짐승을 꺼내어거리로 내몰고 있기 때문입니다스스로 목숨을 끊어도 면죄는 없습니다지금은 정오에서 가장 먼 시간사방이 바닷속 같은 어둠입니다우리 안의 깊은 곳도환한 시간이 불빛처럼 .. 2024. 9. 8.
《메피스토》 루리 글•그림, 비룡소 (2023년 4월) 그러던 어느 날, 네가 뒤를 돌아봐 준 그날처음으로 내 편이 생겼어.그래서 유난히 별이 많이 뜬 어느 저녁,넌 신에게 내기를 걸었어.악마 하나를 두고, 넌 나를 구원할 수 있다고 했고,신은 이무 말이 없었지.넌 내기에서 이기면 소원을 하나 들어 달라고 했고,신은 여전히 아무 말이 없었지."친구에 대한 기억이 아직 남아 있던 시절, 친구와 엄마는 옛날이야기를 자주 했습니다. 해가 지날수록 이야기는 점점 시간을 거슬러 갔고, 어느 날인가부터는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을 친구와 학교에 가고, 여행을 떠났던 기억들을 이야기하곤 했어요. 저는 그녀가 그랬던 것처럼, 두 사람의 이야기를 다시 써보았습니다. 다시 쓴 이야기 속에서 친구는 마법의 힘을 지닌 악마가 되었고, 친구의 엄마는 그곳에서도 부지런히 과거의 기억들을.. 2024. 8. 28.
《어린왕자의 귀환》 김태권 지음, 우석훈 해제, 돌베개 (2009년 7월) 은 2002년 부시 정부의 이라크 침공을 비판하며 중세 유럽과 이슬람 역사를 심도 있게 다룬 로 데뷔한 만화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 김태권 님이 1999년부터 10년 동안 대학 교지와 학술잡지 등에 연재했던 단편들을 모아 수정·보완한 작품입니다. 이 책은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와 정책들이 만연했던 시대를 날카롭게 풍자한 작품입니다.  책은 '비정규직 어린왕자', '장사꾼 손님의 강연: 자본주의 사회의 휴식과 일상', '여행을 떠나다: 자유무역의 허와 실', '자본가의 별과 실업자의 별: 경영합리화의 그늘', '임금님의 별: FTA와 시장실패', '가로등지기의 밤: 잉여가치는 어디로 가는가', '백 년 전의 지구: 민영화에 얽힌 거짓말', '상자에 갇힌 별: 비정규직과 노동자의 분할통제'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2024. 8. 20.
<나누는 사람들> 나눔문화 2024 여름호 함박꽃 미소로 맑은 산바람이 그리운 날.깊은 산중에 피어난 함박꽃 한 송이 띄워 보냅니다.답답한 정국과 어려운 살림의 나날이지만,고귀하고 아름다운 것은다 온몸으로 견디며 피어나는 거라고,함박꽃처럼 한 번 환히 웃으며여름날 보내시면 좋겠습니다. '최후의 피난처' 라파Rafah 학살을 멈춰라https://www.nanum.com/site/index.php?mid=nanusa&category=32219150&document_srl=32219153 [성명] 이스라엘은 라파Rafah 학살을 멈춰라 - 나누는 사람들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에 대한 이스라엘군의 공격을 지켜보는 아이들. ⓒAFP 지난 5월 7일, 이스라엘이 기어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최후의 피란처’인 최남단 도시 라파에 지www.nanu.. 2024. 7. 6.
《노동의 새벽》 박노해, 풀빛판화시선5 (1984년 9월) 노동의 새벽 전쟁 같은 밤일을 마치고 난새벽 쓰린 가슴으로차가운 소주를 붓는다아이러다간 오래 못가지이러다간 끝내 못가지 설은 세 그릇 짬밥으로기름투성이 체력전을전력을 다 짜내어 바둥치는이 전쟁 같은 노동일을오래 못가도끝내 못가도어쩔 수 없지 탈출할 수만 있다면,진이 빠져, 허깨비 같은스물아홉 내 운명을 날아 빠질 수만 있다면아 그러나어쩔 수 없지 어쩔 수 없지죽음이 아니라면 어쩔 수 없지이 질긴 목숨을,가난의 멍에를,이 운명을 어쩔 수 없지 늘어쳐진 육신에또다시 다가올 내일의 노동을 위하여새벽 쓰린 가슴 위로차가운 소주를 붓는다소주보다 독한 깡다구를 오기를분노와 슬픔을 붓는다 어쩔 수 없는 이 절망의 벽을기어코 깨뜨려 솟구칠거치른 땀방울, 피눈물 속에세근세근 숨쉬며 자라는우리들의 사랑우리들의 분노우리들의.. 2024. 6. 22.
《나는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면, 좋겠어요》 김용택, 2019년 11월 는 김용택 시인이 72세(우리 나이)였던 해에 출간한 책입니다. 이 책은 시와 산문 사이에 다리를 놓고 있습니다. 대전 유성의  책방지기(주인장)가 시인을 만나러 간다고, 사인을 받아 올테니 그 때 책을 찾아가라고 했답니다. '해 져요 오늘 할 일은 다 하셨나요 나는 산 아래 있어요' 글 귀위 위에 제 이름과 날짜를 친필로 써주셨습니다. 옛날 시를 찾았다 아내가 맛있는 김치를 담갔다.돌나물과 물김치하고 국물이 찰박한 물김치를 담갔다.맛있다.병원에 갔다.밀려서 두 시간 동안 병원에 앉아 있었다.짜증이 여기저기에서 슬슬 기어나와내 얼굴로 몰려드는 것을 느꼈다.얼굴을 자꾸 고쳤다.오늘은 옛날 시를 몇 편 더 찾았다.알고 보니, 내가 환갑 무렵에 쓴 동네 이야기들이다.딸이 이 시는 영화 같다고 한다.「가을」과.. 2024. 6.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