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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카페63

《남의 말을 듣는 건 어려워》 마수드 가레비기 글·그림, 이정은 옮김 어린 물총새는 잠시도 가만있지 않았어요. 아빠가 말할 틈을 주지 않고 재잘재잘 쉴 새 없이 떠들었지요. 떠들고 또 떠들고....... 어찌나 시끄럽게 떠들었던지, 물고기들이 모두 도망칠 정도였어요. 아빠는 조용히 말했어요. "네가 말을 하면, 남의 말을 들을 수 없어. 남의 말을 듣지 못하면, 배울 수도 없단다." 그렇지만 어린 물총새는 조용히 듣고만 있기는 싫었어요. 너무 지루했거든요! 최재천 선생님은 에서 '익을 악물고 들어야 한다'고 하셨지요. 살다보면 그리고 어릴 때는 어릴 때대로, 나이를 먹으면 먹은 대로 입이 열리고 말이 많아지는지. 마음속으로는 잘 듣자고 다짐하지만, 말을 참으려 하면서 때로는 말의 차례를 빼앗길가 숨이 넘어갈 듯한 느낌을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고등학생 때 친구들과 새장에 .. 2024. 3. 16.
《내가 생각한 인생이 아니야》류시화 당신과 마찬자기로, 이 인생은 내가 생각한 인생이 아니다. 내가 생각한 세상이 절대 아니며, 내가 상상한 사랑이 아니다(아픔이 너무 크다). 신도 내가 생각한 신이 아니다(때로 인간에게 가혹하다). 지구별은 단순히 나의 기대와 거리가 먼 정도가 아니라, 좌표 계산이 어긋나 엉뚱한 행성에 불시착한 기분이 들 정도이다.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모든 일들이 나의 제한된 상상을 벗어나 훨씬 큰 그림 속에서 펼쳐지고 있으니. 삶에서 불행한 일을 겪은 후, 그 불행 감정을 오랫동안 껴안고 있는 사람들의 결론을 압축하면 '이번 생은 틀렸어. 내가 생각한 인생이 아니야.'라는 것이다. '행복해지려면 다시 태어나는 수밖에 없어.'라고 그들은 말한다. 그 감정은 확증 편향으로 이어진다. 자신의 믿음과 일치하는 정보는 받아.. 2024. 3. 6.
《눈물꽃 소년》, 박노해 사람은 누구나 자기 안에 소년 소녀가 살아있다. 돌아보면, 인간에게 있어 평생을 지속되는 '결정적 시기'가 있다. 그 첫 번째는 소년 소녀 시절이다. 인생 전체를 비추는 가치관과 인생관과 세계관의 틀이 짜여지고, 신생(新生)의 땅에 무언가 비밀스레 새겨지며 길이 나버리는 때, 단 한 번뿐이고 단 하나뿐인 자기만의 길을 번쩍, 예감하고 저 광대한 세상으로 걸어나갈 근원의 힘을 기르는 때. 그때 내 안에 새겨진 내면의 느낌이, 결정적 사건과 불꽃의 만남이, 일생에 걸쳐 나를 밀어간다. 내가 커 나온 시대는 어두웠고 가난했고 슬픔이 많았다. 다행이 자연과 인정(人情)과 시간은 충분했다. 그때 우리는 혼자가 아니었다. 가난과 결여는 서로를 부르고 서로를 필요로 하게 했다. 쓸모 없는 존재는 한 명도 없었다. 노.. 2024. 3.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