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물총새는 잠시도 가만있지 않았어요.
아빠가 말할 틈을 주지 않고
재잘재잘 쉴 새 없이 떠들었지요.
떠들고 또 떠들고.......
어찌나 시끄럽게 떠들었던지,
물고기들이 모두 도망칠 정도였어요.
아빠는 조용히 말했어요.
"네가 말을 하면, 남의 말을 들을 수 없어.
남의 말을 듣지 못하면, 배울 수도 없단다."
그렇지만 어린 물총새는 조용히 듣고만 있기는 싫었어요.
너무 지루했거든요!
최재천 선생님은 <숲에서 경영을 가꾼다>에서 '익을 악물고 들어야 한다'고 하셨지요. 살다보면 그리고 어릴 때는 어릴 때대로, 나이를 먹으면 먹은 대로 입이 열리고 말이 많아지는지. 마음속으로는 잘 듣자고 다짐하지만, 말을 참으려 하면서 때로는 말의 차례를 빼앗길가 숨이 넘어갈 듯한 느낌을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고등학생 때 친구들과 새장에 갖힌 새들이 새장 문이 열려도 날아가지 않는다는 이야기로 열띤 토론을 나눈적이 있습니다. 그 새들은 스스로 길들여져 자유를 포기한, 어쩌면 자유를 잊어버린 새들일 거라고, 저 넓고 높은 미지의 세상으로 나갈 불안과 걱정 그리고 공포가 그 자그마한 공간의 불편함을 스스로 안식처로 삼아버린 건 아닐까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런데, 마수드 가레비기는 제 어깨를 똑똑하며 "보셔요,그런 심오한 생각하지 말아요. 저 새들을 자기 이야기를 하느라고 문이 열렸는지 닫혔는지 새장을 탈출할 수 있는지 없는지 아무 생각이 없어요." 하는군요.
그 때 그 때, 그리고 하루 하루 주의 깊게 듣고 이를 악물고 듣고 또 듣고 말은 부드럽고 리듬을 타고 그러나 입을 여는 것은 무겁게...듣고 보고 맡고 느끼고 그리고 왜 그랬을까, 그럴 수도 있겠구나, 정제해서 말하며 살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책(book) > 그림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게으를 때 보이는 세상》우르슐라 팔루신스카 글·그림, 이지원 옮김 (0) | 2024.03.17 |
---|---|
《세상 끝에 있는 너에게》고티에 다비드 글, 마리 꼬드리 그림, 이경혜 옮김 (2) | 2024.03.17 |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너에게》 에이미 크루즈 로젠탈 글, 탐 리히텐헬드 그림, 이승숙 옮김 (0) | 2024.03.16 |
《그 집 이야기》 로베르토 인노첸티 그림, 존 퍄트릭 루이스 글, 백계문 옮김 (2) | 2024.03.16 |
《내 안에 나무》 코리나 루켄 지음, 김세실 옮김 (0) | 2024.03.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