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팅게일이 한숨 섞어 중얼거린다.
2만 가지 이야기를 지닌 그 집은 어디로 갔니?
나는 새 주소를 받아들일 수 없다.
새 것이 꼭 좋은 건 아니라는 옛말은 어디로 갔을까?
하지만 나는 언제까지나, 변함없이 나를 찾는 햇살과 빗물을
온몸으로 느끼며 살아갈 것이다."
소년이 살았던 집은 포항 오천의 마당 넓은 주택, 서울 역촌동집 그리고 역촌동 또 다른 그 언덕 위에 있던 집, 그리고 갈현동집. 대학생 때 포항 외가를 간 길에 오천을 지나다보니 예저 그 집이 그대로 있었다. 14~5년 흘렀는데, 지워져 가는 기억들의 조각을 하나하나 되새기며 그 소년을 만났다. 역촌동집들도 오래동안 그 모습을 그대로 가지고 있었으나 이젠 다른 모습들. 삶이 고단하고 힘들 때, 멍하니 아무 생각없이 그 동네 골목골목 그 소년을 만나고 오곤했다. 갈현동집은 그대로다. 그 낡은 집에서 그 소년은 세상을 향한 꿈들을 키웠는데. 부모님을 좀 더 좋은 환경의 집으로 모시지 못하니 안타까움이 앞서는 집. 어머니는 역촌동 언덕위의 집의 축대가 무너질까 항상 걱정이어서 갈현동집으로 이사를 했다고, 그리고 4남매 모두 대학을 보낼 수 있었던 복이 많은 집이라고 하셨다. 그러나 이제는 좀 더 좋은 환경의 집으로 옮겼으면 한다. 부모님을 나은 환경의 집으로 모시지 못하니 미안하고 죄송하고 안타깝다. 그런 기회를 만들고 싶다.
" 내 현관 위쪽 상방 돌에는 1656이라는 숫자가 세겨져 있다. 페스트가 창궐한 해이고, 내가 세워진 해다. 나는 돌과 나무로 지어졌으나, 세월이 흐르면서 내 창들은 볼 수 있게 되었고 내 처마는 들을 수 있게 되었다. 나는 가족이 번성하고 나무가 쓰러지는 것을 보았다. 웃음소리를 들었고 총소리도 들었다. 나는 폭풍우를 겪었으며, 망치와 톱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나는 버려졌다. 그런데 어느 날 모험을 나온 아이들이 나를 찾아와, 내 그늘 아래서 버섯을 따고 밤을 주었다. 그리고 새로운 시대가 시작될 무렵, 나는 새로운 삶을 얻었다."
1656년 조선은 인조가 죽고 효종이 임금이던 시절, 유럽에 패스트가 창궐했었나 봅니다. 사람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사람이 왔다가 가고, 갔다가 오고.....이 지구별 이야기가 그런가 봅니다.
2020년 1월, 아직 제주에서 일할 때 아니었나, 그러면 탑동 미래책방에서 아니면 종달리 책약방에서....제주 어느 책방에서 만났던 인연일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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