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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담24

《IK DENK 생각한다》 잉그리드 고돈 그림, 톤 텔레헨 글, 안미란 번역, 롭(LOB) (2024년 7월) 나는 생각한다, 누구나 사랑하는 사람이 한 명쯤은 있을 거라고.자기 엄마나 아빠, 할머니, 옛날 선생님, 남자 친구나여자 친구 누구라도. 사랑하는 사람이 없다면 개나 비둘기,겨울에 창틀에서 빵 부스러기를 참을성 있게 기다리는박새라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가 아무도 찾지 않는 먼 초원에 살거나 아니면창에는 커튼이 쳐져 있고 문에는 이중 자물쇠가 잠긴 고층 건물의48층에 살기 때문에 어떤 인간도 동물도 사랑하지 않는다면,적어도 자기 자신을 사랑하리라. 만일 그 사람이 자기 자신도 사랑하지 않는다면,그럼 나도 모르겠다. "그럼 저라도 사랑해 보시지요!"라고그에게 외치거나 편지를 써 보내겠다.  나는 생각한다.그리고 한 생각은 거의 다바로 잊는다.그러니 나는 생각하는 거의 모든 것을생각할 필요도 없었다.그.. 2024. 8. 31.
《메피스토》 루리 글•그림, 비룡소 (2023년 4월) 그러던 어느 날, 네가 뒤를 돌아봐 준 그날처음으로 내 편이 생겼어.그래서 유난히 별이 많이 뜬 어느 저녁,넌 신에게 내기를 걸었어.악마 하나를 두고, 넌 나를 구원할 수 있다고 했고,신은 이무 말이 없었지.넌 내기에서 이기면 소원을 하나 들어 달라고 했고,신은 여전히 아무 말이 없었지."친구에 대한 기억이 아직 남아 있던 시절, 친구와 엄마는 옛날이야기를 자주 했습니다. 해가 지날수록 이야기는 점점 시간을 거슬러 갔고, 어느 날인가부터는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을 친구와 학교에 가고, 여행을 떠났던 기억들을 이야기하곤 했어요. 저는 그녀가 그랬던 것처럼, 두 사람의 이야기를 다시 써보았습니다. 다시 쓴 이야기 속에서 친구는 마법의 힘을 지닌 악마가 되었고, 친구의 엄마는 그곳에서도 부지런히 과거의 기억들을.. 2024. 8. 28.
《어린왕자의 귀환》 김태권 지음, 우석훈 해제, 돌베개 (2009년 7월) 은 2002년 부시 정부의 이라크 침공을 비판하며 중세 유럽과 이슬람 역사를 심도 있게 다룬 로 데뷔한 만화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 김태권 님이 1999년부터 10년 동안 대학 교지와 학술잡지 등에 연재했던 단편들을 모아 수정·보완한 작품입니다. 이 책은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와 정책들이 만연했던 시대를 날카롭게 풍자한 작품입니다.  책은 '비정규직 어린왕자', '장사꾼 손님의 강연: 자본주의 사회의 휴식과 일상', '여행을 떠나다: 자유무역의 허와 실', '자본가의 별과 실업자의 별: 경영합리화의 그늘', '임금님의 별: FTA와 시장실패', '가로등지기의 밤: 잉여가치는 어디로 가는가', '백 년 전의 지구: 민영화에 얽힌 거짓말', '상자에 갇힌 별: 비정규직과 노동자의 분할통제'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2024. 8. 20.
《봄이 들면》 김영화 봄이 들면, 고사리를 꺽으러 가요.풀숲 사이, 굵은 왕고사리를 찾아 보아요.어쩌면 뜻밖의 친구를 만날지도 몰라요.봄이 들면..... "엄마, 내년에도 갈 거지? 나도 꼭 데려가야 해.  고사리도 꺽고 꿩도 다시 만나게. 응?""그래. 다시 봄이 들면.""응. 다시 봄이 들면. 약속!" 김영화 작가님은 제주에서 태어나고 배우고 자랐습니다. 한라산이 내어 주는 것들과 마주하며 애정을 담아 그림을 그리고 바느질하고 실을 꼬는 작업을 합니다. 김영화 작가님의 '봄이 들면'에서 엄마와 소녀는 다음 해 봄이 들면 고사리를 꺽으러 갈 수 있었을까요? 마지막 쪽 그림을 꼭 보셔요. 2024. 6. 1.
《햇볕 쬐기》 조온윤, 창비시선 0470 묵시 내가창가에 앉아 있는 날씨의 하얀 털을한 손으로만 쓰다듬는 사람인가요?그렇지않습니다 다섯개의 손톱을 똑같은 모양으로 자르고다시다섯개의 손톱을 똑같은 모양으로 자르고 왼손과 오른손을 똑같이 사랑합니다 밥 먹는 법을 배운 건 오른손이 전부였으나밥을 먹는 동안 조용히무릎을 감싸고 있는 왼손에게도식전의 기도는 중요합니다 사교적인 사람들과 식사 자리에 둘러앉아뙤약볕 같은 외로움을 견디는 것도침묵의 몫입니다 혼자가 되어야 외롭지 않은 혼자가 있습니다 밥을 먹다가왜 그렇게 말이 없냐고말을 걸어오면말이 없는 이유를 생각해보다말이 없어집니다 다섯개의 손톱이 웃는 모양이어서다섯개의 손톱도 웃는 모양이라서나는 그저 가지런히 열을 세며 있고 싶습니다 말을 아끼기에는나는 말이 너무 없어서사랑받는 말을 배우고 싶다고말한 적.. 2024. 5. 15.
《그럴 때가 있다》 이정록, 창비시선 476 뱁새 시인   수컷은 보폭이 커야지. 뱁새가 황새를 따라가면 가랑이 찢어진다는 말 알잖여? 그게 나쁜 말이 아녀. 자꾸 찢어지다보면 겹겹 새살이 돋을 거 아닌감. 그 새살이 고살 거시기도 키우고 가슴팍 근육도 부풀리는 거여. 가랑이가 계속 찢어지다보면 다리는 어찌 되겄어. 당연히 황새 다리처럼 길쭉해지겄지. 다리 길어지고 근육 차오르면 날개는 자동으로 커지는 법이여. 뱁새가 황새 되는 거지. 구만리장천을 나는 붕새도 본디 뱁샛과여. 자네 고향이 황새울 아닌가? 그러니께 만해나 손곡 이달 선생 같은 큰 시인을 따르란 말이여. 뱁새들끼리 몰려댕기면 잘해야 때까치여. 그런데 수컷만 그렇겄어. 노래하는 것들은 다 본능적으루다 조류 감별사여. 시란 게 노래 아닌감? 이리 가까이 와봐. 사타구니 새살 좀 만져보게... 2024. 5.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