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빛 은빛 - 씻김굿 16
오월이 가고 유월이 오면
임진강변의 민들레
하이얀 남으로 떠나가네.
한양으로 부산으로
달리고 싶어도
달리지 못하는 鐵馬(철마).
오월이 가고 유월이 오면
임진강변의 민들레
하이얀 낙한산 달고
북으로 북으로 떠나가네.
평양으로 신의주로
달리고 싶어도
달리지 못하는 鐵馬(철마).
금빛 은빛 혼령만 오가고 ......
홍희표 시인의 시 "금빛 은빛"은 한반도의 분단과 그로 인한 이산가족의 아픔, 그리고 자유롭게 이동할 수 없는 현실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이 시는 이산가족이 느끼는 그리움과 상실, 그리고 통일에 대한 간절한 염원을 담고 있습니다. 시인은 오월이 가고 유월이 오는 계절의 변화 속에서 임진강변의 민들레를 통해 분단의 현실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민들레는 자유롭게 날아가고 싶지만 철마(鐵馬), 즉 기차는 그럴 수 없는 상황을 통해 이동의 자유가 제한된 현실을 보여줍니다.
산타클로스 - 씻김굿 35
1940년대, 매우 흐름
미국과 영국은 대일본 황국신민의 원수이며 도깨비, 짐승이올시다!
1950년대, 피바람침
미국은 우리의 해방은 은인이요, 산타클로스 할아버지올시다!
1960년대, 계속 흐림
민족적 민주주의란 우리 주위의 양키즘을 퇴치하자는 것이올시다!
1970년대, 조금 맑다가 흐림
아니, 미국이 중공하고 악수를 하다니? 그럼 미국은 도대체 누구 편이야?
1980년대, 날씨 예측 불허
산타클로스가 무역전쟁에서 우리에게 어금니를 문다니 그는 누구 편이야?
어여러차아 우여러차아
디여러차 열두자말이
쑥쑥내려간다 상사디여러.
1990년대, 대홍수 침몰
선진국이 되었다고 잔치 벌이는데 그 찬치집이 침몰했올시다!
2000년대, 날씨 예측 불허
님은 먼 곳에 리먼 가까이 한지붕 세가족 길거리 나앉아올시다!
2010년대, 비바람 몰아치다 점점 맑아짐
핵북풍, 유엔제재, 평창올림픽,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 다 같이 죽자 VS 다 같이 살자 어는 장단에 춤출까올시다!
2020년대, 지나친 더위로 빙하기 임박
대중국 봉쇄, 대러시아 봉쇄 내편 네편 줄세우기 새우등 터지고 가랑이 찢어지고 있는데 네 놈은 누구 편이야? 못 먹는 개사과 풍년이올시다!!!
발해바람 - 씻김굿 45
앞발로 칼바람 차며
뒷발로 등걸나무 차며
달리네 달리네
저 해모수의 북만주로
백두산 병사봉 천지의 못물가에서
기지개 켜면
묘향산 조선왕버들
구월산 돌단풍 졸다 깨듯
앞발로 대포효하며
뒷발로 모래톱 차며
달리네 달리네
저 블라디보스톡, 오호츠크해 연안으로
내설악 외설악 바위 위에서
콧수염 한번 추스리면
한라산 노랑꽁지새
지리산 멧돼지 움츠리듯
앞발로 하늘벌 차며
뒷발로 화산벌 차며
달리네 달리네
저 우랄산맥 너머로
삼천리 무궁화 강산 박차고
새해 아침 쩌렁쩌렁
발해바람 휘몰고
호랑이처럼 우리도 달리네.
홍희표 시인의 시 "발해바람"은 역동적이고 생동감 넘치는 이미지와 함께, 민족의 기상을 고양시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 시는 한반도의 자연과 역사, 그리고 민족의 기상을 결합하여 강렬한 인상을 주며, 민족의 자부심과 희망을 담아 통일의 염원을 소망하고 있습니다.
진달래 산천 - 씻김굿 55
진달래 산천에 그렇게
닭이 울지 못하도록
모가지 비틀어도
새벽이 오듯이
내 마음속 그렇게
통일의 종은 울고 있네.
저기가는 저구름은
임있는곳 가네마는
우리는 언제 평란되어
임계신곳 찾아갈꼬.
오동나뭇골에 그렇게
꽃샘추위가 발톱으로
장독을 깨뜨려도
새봄이 오듯이
당신 마음속 그렇게
통일의 문은 열리고 있네.
정자좋고 물좋은데
일간초당 집을짓자
초당짓기 싫지마는
임그리워 못살겠네.
명사십리에 그렇게
얼음물 부어도
타다 꺼진 횃불에
불씨가 살아나듯이
우리 마음속 그렇게
통일의 별은 빛나고 있네.
저달은 하나라도
팔도를 보건마는
요내눈은 둘이라도
임하나밖에 못보네.
홍희표 시인은 1967년 신석초 시인의 추천으로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했습니다. 모더니스트로 그 첫발을 내딛은 그는치밀한 기법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리얼리스트로서 충만한 세계관, 동양적 선적 인식을 바탕으로 작품을 씁니다. 그는 우리 주변의 하찮고 작은 존재들을 즐겨 다루며, 크고 힘센 존재들보다는 작고 여린 존재들에게 더 많은 관심과 애정을 보여줍니다. 언제나 약자의 편에 서서 그들에게 어둠보다는 밝음으로, 불행보다는 행복을 전하고 있습니다. 시집 <금빛 은빛>에서는 분단 현실과 남북통일의 염원을 담고 있습니다.
"우리의 지나간 삶과 오늘의 삶을 철저한 벗김과 씻김의 통과제의를 통해서 살펴보고, 그리하여 조국분단의 원인을 바르게 찾아보는 노래굿을 하고 싶었다. 먼저 우리가 해야 할 것은 아무런 탈도 안 쓴 한국사람으로 만나는 일일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서로간의 완전한 벗김과 씻김이 필요하다. 버릴 것은 버리고, 태울 것은 태우고, 지울 것은 지우고, 씻을 것은 씻는 자기정화의 작업말이다. 그래서 그동안 쌓인 앙금을 깨끗이 씻어내야 한다. 원한과 싸움의 노래가 아니라 서로 용서해주고 격려해주는 화해와 만남의 노래이어야 하지 않을까. 나의 이 '씻김굿' 연작시는 이런 지평선 위에서 출발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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