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329 《그 모든 가장자리》 백무산, 창비시선 0345 레드카드 스포츠 뉴스에 잠깐 스쳐 지나간 그 심판을 똑똑히 기억할 순 없지만 그가 게임을 위기에서 구하는 것을 보았다. 열광하던 관중 가운데 존 레넌을 닮은 한 사내가 자지를 내놓고 축구장을 가로질렀다가 경기는 플러그 뽑히듯 중단되고 보다 못한 선수 한명이 달려가 온몸으로 태클을 걸어 그 벌거숭이를 자빠뜨렸을 때 난장판이 된 경기장은 정리가 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심판의 판단은 달랐다 심판은 태클을 건 선수에게 달려가 주저없이 레드카드를 내밀고 퇴장시켜버렸다 골을 얻어맞은 선수가 항의하자 심판은 손가락을 잔뜩 발기시키고 똑똑히 말했다 "당신은 관중을 모독했어!" 심판은 경기의 규칙이 아니라 경기장의 규칙을 지킨 것이다 경기장의 규칙은 관중이 구매한 것이다 조기회 축구가 아니면 관중 없이는 경기도 없다 선.. 2024. 5. 16. 라이킷, 빵집이 아닙니다 제주 동문시장 대각선 건너편 칠성로 골목 초입에 있었던 책방. 가끔 빵집인줄 알고 찾는 분들이 있어서 "빵잡이 아닙니다."라는 안내문을 내걸었던 책방이랍니다. 제주에서 처음으로 만났던 책방이라 더욱 기억에 남습니다. 제 기억이 맞다면, 책방지기분이 ‘젊은 베르태르의 고뇌(슬픔)’ 독일어 원서를 읽고 계셨던 것 같습니다. 책방지기가 앉아 있는 공간이 마치 전당포나 고전적인 매표소를 연상 시켰다고 하면 좀 과장이 지나치겠지요. 그림책, 독립출판물, 기념품 등등 영과 마음과 몸을 치유해주던 공간이었답니다. 젠트리피케이션 때문이었는지 지금은 문을닫았답니다. 책방지기 분은 여전히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으시고, 산지등대 '북카페 물결'도 운영하셨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마침 '북카페 물결'이 새로 문이 열 무렵.. 2024. 5. 16. 《함께》 루크 아담 호크 지음, 김지연 옮김 '언제 여기에 도찯할까? 얼마나 머물다 갈까?' 거대한 먹구름이 바꾼 세상과 일상,우리는 그 때를 기억할 수밖에 없습니다. 모두에게 주어진 시련 속에서사라지는 것과 살아 숨 쉬는 것의 의미를 찾아우리는 같은 시간을 함께 걷고 있었습니다. 나와 같은 사람들이 있었거든요.멀리 떨어진 시선을 맞추고, 헤어져 있지만 함께했습니다.말을건넸습니다.말을 들었습니다.한숨과 고통을 서로 뱉었습니다.각자의 이야기가 울려 퍼졌습니다. 나무가 버텨 낸 시간이 말을 건넸습니다.웅장하고 단단한 뿌리를 땅 속 깊이 숨겨둔 나무 아래 앉아조용히 그 소리를 들었습니다.놓쳐 버린 시간 속에도 계절이 오고 갔다고 합니다. 2024. 5. 15. 《내 눈 안의 너》 바스티앙 비베스 지음, 그레고리 림펜스 옮김 '아까 학교에서 봤을 때부터 키스하고 싶었어. 계속 계속 이야기만 했지. 나한테 키스 안 해주더라.' 도서관에서 공부하던 그녀, 그녀의 눈안의 너는 그녀를 계속 바라보고 있었지. 막그녀와 그녀 눈 안의 너, 너희 두 사람은 이제 막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는구나. 함께 공부를 하고, 함께 밥을 먹기도 했지. 어느 날 그녀는수업이 끝나는 시간에 맞춰 무작정 너의 강의실 앞으로 향했지. 그날 함께 갔던 영화관에 가서 첫 키스를 나누고 그녀와 너는 사랑하게 되었지. 프랑스 출신으로 유럽을 대표하는 그래픽 노블 작가인 바스티앙 비베스는 스물 두살 때 을 발표해 만화가로 정식 데뷔를 했습니다. , , 등 다양한 작품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그의 작품은 세밀한 묘사를 통해 미묘한 감정 변화를 보여준다. 특히, .. 2024. 5. 15. 《햇볕 쬐기》 조온윤, 창비시선 0470 묵시 내가창가에 앉아 있는 날씨의 하얀 털을한 손으로만 쓰다듬는 사람인가요?그렇지않습니다 다섯개의 손톱을 똑같은 모양으로 자르고다시다섯개의 손톱을 똑같은 모양으로 자르고 왼손과 오른손을 똑같이 사랑합니다 밥 먹는 법을 배운 건 오른손이 전부였으나밥을 먹는 동안 조용히무릎을 감싸고 있는 왼손에게도식전의 기도는 중요합니다 사교적인 사람들과 식사 자리에 둘러앉아뙤약볕 같은 외로움을 견디는 것도침묵의 몫입니다 혼자가 되어야 외롭지 않은 혼자가 있습니다 밥을 먹다가왜 그렇게 말이 없냐고말을 걸어오면말이 없는 이유를 생각해보다말이 없어집니다 다섯개의 손톱이 웃는 모양이어서다섯개의 손톱도 웃는 모양이라서나는 그저 가지런히 열을 세며 있고 싶습니다 말을 아끼기에는나는 말이 너무 없어서사랑받는 말을 배우고 싶다고말한 적.. 2024. 5. 15. 책방무사, 오늘도 무사 ~ 제주 수산리에 위치한 수산초등학교 맞은편 골목 초입의 아름상회, 자그마한 책방 무사. 제주공항이나 제주버스터미널에서 111번이나 112번 빠알간 급행버스를 타고 수산초등학교에서 내려서 이 마을 골목 여행을 하다가 처음으로 마주친 곳입니다. 제 시간을 감사히 빼앗긴, 감사히 나눈 자그마한 공간. '무사, 그 사무라이, 그 무사, 왜 하필 무사'하고 생각하고 들어갔다가 '무사'가 '武士'가 아니라 '無事하다'의 그 '무사'인 것을 알게되었지요. 이 책방은 '무사하고 싶다'는 '무사하라'는 소망을 담아 '책방 무사'라고 이름을 붙였다고 합니다. 가수 요조 님이 책방 주인장이라고 하는 데, 지금껏 주인장을 마주친 적은 없습니다. 출입문 동선도 바뀌었고 - 예전에는 길가에서 바로 들어갔었답니다 - 이제는 전시공.. 2024. 5. 13. 이전 1 ··· 29 30 31 32 33 34 35 ··· 5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