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한 주머니》 유안진, 창비시선 195
자격 초가을 햇살웃음 잘 웃는 사람, 민들레 홑씨 바람 타듯이, 생활을 품앗이로 마지못해 이어져도, 날개옷을 훔치려 선녀를 기다리는 사람, 슬픔 익는 집ㅇ마다 흥건한 달빛 표정으로 열이레 밤하늘을 닮은 사람, 모든 것은 사라지고 만다는 것을 알고, 그것들을 사랑하기에 너무 작은 작은 자신을 슬퍼하는 사람, 모든 목숨은 아무리 하찮아도 제게 알맞은 이름과 사연을 지니게 마련인 줄 아는 사람, 세상사 모두는 순리 아닌 게 없다고 믿는 사람, 몇해 더 살아도 덜 살아도 결국에는잃는 것 얻는 것에 별차이 없는 줄을 아는 사람, 감동받지 못하는 시 한편도 희고 붉은 피를 섞인 눈물로 쓰인 줄 아는 사람, 커다란 갓의 근원일수록 작다고 믿어 작은 것을 아끼는 사람, 인생에 대한 모든 질문도 해답도 자기 자신에게 던..
2024. 4.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