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상자》 한강 글, 봄로야 그림, 문학동네 어른을 위한 동화 (2008년 5월)
옛날, 아주 오랜 옛날은 아닌 옛날, 어느 마을에 한 아이가 살고 있었다. 아이가 다섯 살, 여섯 살, 일곱 살 ...... 나이를 먹어가면서, 사람들은 차츰 아이에게 특별한 데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바로 아이의 눈물이었다. 물론 아이는 다른 아이들처럼 누군가가 자신의 장난감을 빼앗거나, 달리다 넘어져 무릎을 다치거나, 엄마가 큰 소리로 꾸지람을 할 때 울음을 터뜨렸다. 다만 이상한 점은, 보통의 사람들이 결코 예측하거나 이해할 수 없는 일에 눈물을 흘린다는 것이었다. 이른 봄날, 갓 돋아난 연두빛 잎사귀들이 햇빛에 반짝이는 걸 보고아이는 눈물을 흘렸다. 거미줄에 날개가 감긴 잠자리 한 마리를 보고는 오후가 다 가도록 눈물을 흘렸고, 잠들 무렵 언덕 너머에서 흘러든 조용한 피리 소리를 듣고는 ..
2024. 10.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