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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순2

《개밥풀》 이동순, 창비시선 0024 (1980년 4월) 序詩(서시) 이 땅에 먼저 살던 것들은 모두 죽어서남아 있는 어린 것들을 제대로 살아 있게 한다달리던 노루는 찬 기슭에 무릎을 꺾고날새는 떨어져 그의 잠을 햇살에 말리운다지렁이도 물 속에 녹아 떠내려가고사람은 죽어서 바람 끝에 흩어지나니아 얼마나 기다림에 설레이던  푸른 날들을노루 날새 지렁이 사람들은 저 혼자 살다 가고그의 꿈은 지금쯤 어느 풀잎에 가까이 닿아가쁜 숨 가만히 쉬어가고 있을까이 아침에 지어먹는 한 그릇 미음죽도허공에 떠돌던 넋이 모여 이루어진 것이리라이 땅에 먼저 살던 것들은 모두 죽어서날아 있는 어린 것들을 제대로 살아 있게 한다성난 목소리도 나직이 불러보던 이름들도언젠가는 죽어서 땅위엣것을 더욱 번성하게 한다대자연에 두 발 딛고 밝은 지구를 걸어가며죽음 곧 새로 태어남이란 귀한 진리를.. 2024. 7. 21.
《지금 그리운 사람은》 이동순, 창비시선 0057 (1986년 12월) 종다래끼 - 農具(농구) 노래 2 할 수만 있다면싸릿대로 이쁘게 엮은 종다리깨 하나멜빵 달아 어깨에 메거나배에 둘러차고 우리나라의 고운 씨앗을 한가득 담아남천지 북천지 숨가삐 오르내리며풀나무 없는 틈이란 틈마다 씨를 뿌리고철조망 많은 무장지대 비무장지대폭격 연습 한 뒤의 벌겋게 까뭉개진 산허리춤에다온통 종다래끼 거꾸로 쏟아 씨를 부어서저 무서운 마음들을 풀더미 속에 잠재우고도 싶고또 할 수만 있다면짚으로 기름히 엮은 종다래끼 하나어깨에 메거나 배에 둘러차고충청도 물고기 담아가서 황해도 시장에 갖다 주고함경도라 백두산 푸른 냄새를 그득그득 담아와서철없는 내 어린것에게 맛보이고 싶어라이남의 물고기 맛고 이북의 풋나물 맛이한가지라는 걸 보여주고 싶어라아, 할 수만 있다면 이렇게우리나라는 하나여라 하나여라하나여.. 2024. 7.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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