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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책방72

《정오에서 가장 먼 시간》 도종환, 창비시선 0501 (2024년 5월) 정오에서 가장 먼 시간 깊고 고요한 밤입니다고요함이 풀벌레 울음소리를물결무늬 한가운데로 빨아들이는 밤입니다적묵의 벌판을 만나게 하여주소서안으로 흘러 들어와 고인어둠을 성찰하게 하여주소서내가 그러하듯 온전하지 못한 이들이 모여세상을 이루어 살고 있습니다어제도 비슷한 잘못을 되풀이하였습니다그러니 도덕이 단두대가 되지 않게 하소서비수를 몸 곳곳에 품고 다니는 그림자들과적개심으로 무장한 유령들이 넘쳐나고 있습니다관용은 조롱당하고계율은 모두를 최고 형량으로 단죄해야 한다 외치고 있습니다시대는 점점 사나워져갑니다사람들이 저마다 내면의 사나운 짐승을 꺼내어거리로 내몰고 있기 때문입니다스스로 목숨을 끊어도 면죄는 없습니다지금은 정오에서 가장 먼 시간사방이 바닷속 같은 어둠입니다우리 안의 깊은 곳도환한 시간이 불빛처럼 .. 2024. 9. 8.
《세계 귀신 지도책》 페더리카 마그랭 글, 로라 브렌다 그림, 김지연 옮김, 꿈터 (2019년 8월) 그린 레이디스코틀랜드 메이 성에 사는 유령 그린 레이디는 슬픔에 빠진 작은 소녀로, 비극적인 사랑 때문에 목숨을 잃고 유령이 되었어요. 그린 레이디를 만난다면 웃는 모습을 보이도록! 그런다고 그린 레이디의 떠도는 운명이 바꿔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힘이 될 거예요. 래핑 고스트체임비 쿰 저택의 침실에서 스멀스멀 나타나요. 이 여자 유령은 호기심이 많은 방문객을 보면 모습을 나타냅니다. 만나본 사람들은 이 유령이 무섭다기보다는 편안한 모습이리고해요. 오싹한 모습도 아니고, 겁먹게 만드는 소리를 내는 것도 아니에요. 가장 큰 특징은 항상 웃고 있다는 것! 물리칠 필요가 없어요. 착하고 친절한 유령으로, 무섭지 않아요. 그래서 이 유령을 만나보게 된다면, 운이 좋은 것일지도 몰라요. 래핑 고스트를 만나려면 공기.. 2024. 9. 7.
《태양은 가득히》 앙투엔 기요페 지음, 이세진 옮김, 보림 (2018년 6월) 맹수들이 사냥에 나설 때,사바나가 조용히 깨어납니다.이사는 정성스레특별한 하루를 준비합니다.  앙투안 기요페는 어린이 책을 몹시 좋아해서 그림을 그리고 글도 쓰지요. 뜨거운 햇살 아래 사색하고 달빛 아래 그림을 그립니다. 이 책은 흑백 레이저커팅북입니다. 감탄하고 감탄합니다. 한 쪽 한 쪽 아담한 전시를 해도 분명 갤러리들이 빛날 것입니다. 이세진은 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하고 대학원에서 불문학을 전공했습니다.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2024. 9. 7.
《IK DENK 생각한다》 잉그리드 고돈 그림, 톤 텔레헨 글, 안미란 번역, 롭(LOB) (2024년 7월) 나는 생각한다, 누구나 사랑하는 사람이 한 명쯤은 있을 거라고.자기 엄마나 아빠, 할머니, 옛날 선생님, 남자 친구나여자 친구 누구라도. 사랑하는 사람이 없다면 개나 비둘기,겨울에 창틀에서 빵 부스러기를 참을성 있게 기다리는박새라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가 아무도 찾지 않는 먼 초원에 살거나 아니면창에는 커튼이 쳐져 있고 문에는 이중 자물쇠가 잠긴 고층 건물의48층에 살기 때문에 어떤 인간도 동물도 사랑하지 않는다면,적어도 자기 자신을 사랑하리라. 만일 그 사람이 자기 자신도 사랑하지 않는다면,그럼 나도 모르겠다. "그럼 저라도 사랑해 보시지요!"라고그에게 외치거나 편지를 써 보내겠다.  나는 생각한다.그리고 한 생각은 거의 다바로 잊는다.그러니 나는 생각하는 거의 모든 것을생각할 필요도 없었다.그.. 2024. 8. 31.
《메피스토》 루리 글•그림, 비룡소 (2023년 4월) 그러던 어느 날, 네가 뒤를 돌아봐 준 그날처음으로 내 편이 생겼어.그래서 유난히 별이 많이 뜬 어느 저녁,넌 신에게 내기를 걸었어.악마 하나를 두고, 넌 나를 구원할 수 있다고 했고,신은 이무 말이 없었지.넌 내기에서 이기면 소원을 하나 들어 달라고 했고,신은 여전히 아무 말이 없었지."친구에 대한 기억이 아직 남아 있던 시절, 친구와 엄마는 옛날이야기를 자주 했습니다. 해가 지날수록 이야기는 점점 시간을 거슬러 갔고, 어느 날인가부터는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을 친구와 학교에 가고, 여행을 떠났던 기억들을 이야기하곤 했어요. 저는 그녀가 그랬던 것처럼, 두 사람의 이야기를 다시 써보았습니다. 다시 쓴 이야기 속에서 친구는 마법의 힘을 지닌 악마가 되었고, 친구의 엄마는 그곳에서도 부지런히 과거의 기억들을.. 2024. 8. 28.
《어린왕자의 귀환》 김태권 지음, 우석훈 해제, 돌베개 (2009년 7월) 은 2002년 부시 정부의 이라크 침공을 비판하며 중세 유럽과 이슬람 역사를 심도 있게 다룬 로 데뷔한 만화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 김태권 님이 1999년부터 10년 동안 대학 교지와 학술잡지 등에 연재했던 단편들을 모아 수정·보완한 작품입니다. 이 책은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와 정책들이 만연했던 시대를 날카롭게 풍자한 작품입니다.  책은 '비정규직 어린왕자', '장사꾼 손님의 강연: 자본주의 사회의 휴식과 일상', '여행을 떠나다: 자유무역의 허와 실', '자본가의 별과 실업자의 별: 경영합리화의 그늘', '임금님의 별: FTA와 시장실패', '가로등지기의 밤: 잉여가치는 어디로 가는가', '백 년 전의 지구: 민영화에 얽힌 거짓말', '상자에 갇힌 별: 비정규직과 노동자의 분할통제'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2024. 8.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