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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레베카 도트르메르_Rebbeca Dautremer

《바이블 une bible, 신과 인간이 만들어온 이야기》, 필리프 르세르메이에르 지음, 레베카 도트르메르 그림, 전경훈 옮김, 니케북스 (2023년 1월)

by Sisnaajinii(씨스나지니) 2024. 10.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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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 nouveau testament 신약 새 약속

 

경이

"가진 것이라곤 암양 한 마리밖에 없는 목동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암양이 하필 안식일에 구덩이에 빠졌습니다. 그러면 목동은 암양을 포기해야 할까요? 바리사이들이 안식일에는 아무 일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정해놓았으니, 목동은 암양이 고통스러워하도록 내버려두고 자신도 양젖을 영영 먹지 못하게 되도록 있어야 할까요?"

"물론 아닙니다." 요한이 답했다. "그러면 목동은 전 재산을 잃게 될 테니까요."

다른 이들도 고개를 끄떡이며 동의했다.

예수가 이어서 말했다.

"그럼, 여러분의 말을 따르자면, 그리고 바리사이들의 말을 따르자면, 사람보다 암양이 더 중요하다는 게 되지 않을까요? 하지만 사람 한 명이 천 마리의 암양보다 더 소중하지 않은가요? 하느님께서 계약을 맺은 것은 사람과 맺은 것이 아니겠습니까? 하느님이 사람의 조상 아브라함과 모세와 계약을 맺지 않으셨나요?"

아무도 대꾸하지 않았으므로 예수가 계속 말했다.

"나는 안식일에 좋은 일을 하지 말라고 금하는 율법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신음하는 사람의 고통을 덜어주지 말라고 하는 율법도 나는 필요하지 않습니다. 나는 인간의 율법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내게는 오직 하나의 율법, 곧 하느님의 율법마이 중요합니다."

 

 

요한의 기록

행복하여라 가난한 사람들, 하느님 나라가 그들의 것입니다

행복하여라 고통을 견디는 사람들, 그들은 즐거워질 것입니다

행복하여라 정의를 꿈꾸는 사람들, 그들은 충족될 것입니다

여러분은 세상의 소금

세상의 빛입니다

 

물 위에서

"왜 의심했나요?" 담요를 두르고 있는 베드로에게 예수가 물었다. 그는 호수를 가리키면서 말을 이었다.

"의심하지 않았다면 여전히 물 위에서 뛰어다니고 있을 텐데."

 

"희망이야말로 여러분의 유일한 재산입니다." 그가 말했다. "절대 포기해서는 안 되는 단 하나, 그것이 바로 희망입니다."

 

 

다른 남자를 사랑한 여자

"아내가 자기 남편이 아니라 다른 남자를 사랑했을 때 사람들이 아내에게 벌을 주지요."

"네? 그런데 그게 이 아이들하고 무슨 상관인가요?"

"무슨 상관이냐고요? 아주 간단합니다. 남편 말고 다른 남자와 사랑을 나눈 여자는 사형에 처하죠. 그 여자를 죽이려고 사람들이 돌을 던진단 말입니다. 뼈가 부러지고 머리가 깨져서 죽을 때까지."

"어떻게 그토록 잔인할 수가! 그래서 저 어이들이 돌을 던질 거라는 건가요?"

"아니요. 저기 보이는 아이들은 돈을 좀 벌어보려는 거예요. 자기가 직접 허리룰 굽혀가며 돌을 줍기 싫어하는 사람들한테 돈을 받고 돌멩이를 팔거든요."

"정말 끔찍하군요! 정말 끔찍한 죽음이에요."

"너무 걱정하지는 말아요." 토마스가 냉소를 머금고 말했다. "이 율법은 여자들한테만 적용되니까요."

"아, 그래요? 그럼 부정한 남자들은 어떻게 되나요?"

"부정한 남자라고요?" 토마스가 어깨를 으쓱해 보이고 말했다. "율법에는 부정한 남자에 관한 규정은 하나도 없답니다."

 

흰그림자

두 사람은 나무 몸통에 기대앉아 잠시 아무런 말 없이 나뭇잎을 스치는 바람 소리를 들었다.

"정말 가야 하나요?"

그는 미소 띤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더니 멀리 지평선을 가리켰다.

"내일 우리는 예루살렘으로 떠날 거예요."

"예루살렘으로요? 하지만 바리사이들이 당신을 해치우기로 맹세했다는 것을 알고 있잖아요. 바리사이들은 당신이 우리 조상들의 율법을 존중하지 않는다고 말하는걸요. 당신이 예루살렘에 가면 그네들은 당신이 사람들을 동원해서 반란을 일으킬 거라고 로마인들에게 말할 거예요. 그렇게 해서 로마인들이 당신을 체포하도록 만들 거라고요."

그녀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애원하기 시작했다.

"가지 말아요..."

그는 다시 고개를 저었다.

그녀는 그가 이미 마음을 굳혔음을 알았지만, 애원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가지 말아요..."

"나는 예루살렘에 가야 해요. 그래야만 해요."

그때 그녀는 처음으로 그의 눈에 어리는 두려움을 보았다.

"나는 여기 있어요." 그녀가 말했다. "내가 늘 여기 있을게요 약속해요."

그녀가 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가만히 몸을 기대고 머물렀다.

해가 저물고 새날이 밝아올 때까지

 

되찾은 말들

그들은 모든 것이 성전에서 시작되었다고 확신한다. 사제들은 자기들의 수입이 위협을 받게 되자 두려움을 느꼈다. 그날 예수와 친구들은 제사에 바칠 짐승들로 북적이는 통로를 재빨리 가로질러 성전에 도착했다. 거대한 건물 내부는 비둘기, 양, 소가 울어대는 소리에 장사꾼들 고함이 뒤섞여 북새통을 이루었다. 상인들이 기도를 방해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 예수는 분노했다.

 

올리브나무 동산에서

"나의 하느님" 그가 별을 향해 고개를 든다.

"나의 하느님" 그가 무릎을 꿇는다.

"나의 하느님" 그가 흐느낀다.

"나의 하느님"

차츰, 그를 짓누르던 무게가 조금 가벼워진다.

숨도 고르게 쉬어진다.

두려움도 천천히 멀어진다.

멀리서 병사들이 다가온다.

그가 몸을 일으킨다.

그는 자신이 이루어야 할 일을 알고 있다.

그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다.

그는 더 이상 두렵지 않다.

 

길 위에서

그들은 모두 예수가 살아 있음을 보았다. 마리아 막달레나가 일러준 그대로였다.

그리고 아이들처럼 모두가 예수 주위에 모여들었다.

이전에 그랬던 것처럼.

예수가 그들에게 이야기했고 그들은 들었다.

예수가 그들에게 이야기했고 그들은 깨달았다.

이번에도 모두 버려두고 가야 했다.

이번에도 떠나야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각자가 다른 방향으로 이 드넓은 세계를 가로지르는 것이었다.

그들은 예수가 한 말을 전하고, 예수가 치유해준 사람들과 행한 경이들을 이야기해야 한다.

그들은 사람들이 그를 어떻게 사랑했고, 또 어떻게 죽었으며, 그가 어떻게 다시 살아났는지 말해야 한다.

그들은 바람이 퍼뜨리는 씨앗이 되어야 하고, 물살에 흘러가는 나뭇잎이어야 하며, 폭풍에 흩어지는 모래알이어야 한다.

 

 

 

 

머리말

왜 이 책 <바이블>을 쓰는가?

성경을 이야기한다는 건 우리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수천 개의 신화와 설화와 전설로 이루어진 하나의 이야기.

이 모든 이야기가 없었다면 세상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아브라함, 골리앗, 시바의 여왕, 마리아 막달레나를 알지 못한다면

어떻게 세상을 파악할 수 있을까?

우리 사회의 신화적 토대를 알아보지 못한다면

예술과 건축과 문학을 어떻게 해독할 수 있을까?

성경은 오로지 종교에만 속하는 것이 아니다.

성경은 우리 모두의 자산이다.

신자이든 아니든, 원하든 원치 않든,

성경의 신화들은 우리 사회를 형성했고,

우리 일상의 삶에 개입하며 우리 무의식 안에서 순환한다.

이 글을 쓰면서, 나는 우리 각자가 자신에게 속한 것을 되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바이블>은 '그 성경'이 아니다.

<바이블>은 되풀이되며 다시 지어가는 이야기들로 만들어졌다.

우리가 하는 이야기들.

우리에게 이야기하는 이야기들.

- 필리프 르세르메이에르

 

 

아파치 추장에게, 애정을 담아 - 레베카 도트르메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