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그림책

《행복한 청소부》 모니카 페트 지음, 안토니 보라틴스키 그림, 김경연 옮김, 풀빛(2000년 11월)

by Sisnaajinii(씨스나지니) 2024. 11. 16.
728x90
반응형

  어느 날 한 엄마와 아이가 파란색 사다리 옆에 멈추어 서지 않았더라면 계속 그랬을 거야.

  "엄마, 저것 좀 보세요! 글루크 거리래요!"

  아저씨가 막 닦아 놓은 거리 표지판을 가리키며 아이가 외쳤어.

  "저 아저씨가 글자의 선을 지워버렸어요!"

  "어디 말이니?"

  엄마가 깜짝 놀라 위를 쳐다보며 물었어요.

  "저기요, 글뤼크 거리라고 해야 하잖아요?"

  독일어로 글루크는 아무 뜻이 없지만 글뤼크는 '행복'이란 뜻이 있거든.

  엄마가 대답했어.

  "그렇지 않아. 글루크는 작곡가 이름이야. 그 이름을 따서 거리 이름을 붙인 거란다."

  버스 한 대와 트럭 두 대가 덜커덕거리며 지나갔어. 그바람에 엄마의 목소리가 묻혀버렸어. 다시 조용헤졌을 땐 엄마와 아이는 이미 그 자리를 떠나고 없었어.

  아저씨는 당황해서 다시 한번 표지판을 쳐다보았어. 문득 글루크라는 사람에 대해 그 아이만큼 아무 것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

 

  이렇게 아저씨는 멜로디를 휘파람으로 불며, 시를 읊조리고, 가곡을 부르고, 읽은 소설을 다시 이야기 하면서 표지판을 닦았어. 

  지나가던 사람들이 그것을 듣고는 걸음을 멈추었어. 파란색 사다리를 올려다보고는 깜짝 놀랐지. 그런 표지판 청소부는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었거든. 대부분의 어른들은 표지판 청소하는 사람 따로 있고, 시와 음악을 아는 사람 따로 있다고 생각하잖니. 그런데 그렇지 않은 아저씨를 보자 그들의 고정 관념이 와르르 무너진 거야. 그들의 고정관념은 수채통으로 들어가, 타버린 종이조각처럼 산산이 부서졌어.

 

※ 97년 12월 태어난 아들에게 읽어주려고 인연을 맺었던 책. 몇 번이나 읽어 주었던가. 이젠 제가 다시 읽는군요. 생각하는 인간, 호기심 많은 인간. 때때로 아무 생각없이 왔다갔다 하기도 하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