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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코뿔소 (Rhinoceros)》 외젠느 이오네스꼬 작, 오증자 역, 이원기·최광일 연출, 극단 전원

by Sisnaajinii(씨스나지니) 2024. 6.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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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8년 극단 전원 제 4회 정기공연. 이오네스꼬의 대표작품인 <코뿔소> 공연. 종로 3가 피카데리극장 7층이었던가 8층이었던가, 지금과 같이 지하에 멀티플렉스로 영화관이 운영되기 전에 지상층에 영화관과 함께 공연을 할 수 있는 전용(?) 극장이 있었지 않나 싶습니다. 36년 전 일이다 보니 기억이 정확하지 않겠지요.

  이오네스꼬의 희곡 <코불소>는 1959년에 발표된 부조리극을 대표하는 작품입니다. 프랑스의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갑자기 마을 사람들이 코뿔소로 변하기 시작하는 초현실적인 사건을 다룹니다. 마을 사람들이 한 사람 한 사람 코뿔소로 바뀌고 결국 주인공 베렝제만 마을에서 유일하게 코뿔소로 변하지 않은 사람으로 남습니다. 사람이 코뿔소로 바뀌는 것은 인간의 비합리성과 광기를 상징합니다. 전 세계적으로 유행했던 파시즘과 집단주의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하는 작품입니다. 주인공 베렝제는 인간으로써의 자신의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광기에 휩싸인 집단에 편입되는 사람들과 대립합니다. 21세기 오늘 날에도 사회적, 정치적 동조와 광신, 그리고 광기. 스스로 정의의 사도이며 악을 처벌한다고 미쳐 날뛰는 이 지구별 악당들과 스스로 그 악당들과 한 편이 되어 폭력과 만행을 스스럼없이 벌이는 사람들, 우리는 저 멀리 이스라엘에서 가까이 대한민국 어느 자그마한 마을에서도 목격할 수 있습니다. 나와 당신은 어떤가요? 베렝제인가요 아니면 다른 마을 사람들처럼 스스로 코뿔소가 되어 안심을 다독거리고 있나요?

   부조리극(Theatre of the Absburd)은 20세기 중반에 유럽에서 등장한 연극 형식입니다. 존재의 무의미함과 인간 조건의 모순을 강조하는 연극의 장르입니다. 이 장르는 전통적인 드라마의 구조와는 다르게 일상적인 대화나 논리적인 플롯을 따르지 않으며, 대신 비합리적이고 예측할 수 없는 사건들을 중심으로 극이 전개됩니다. 비논리성과 비구조성, 언어의 실패, 기이하고 초현실적인 요소, 인간 존재의 고립과 소외 등이 부조리극의 특징입니다. 현재 공연 중인 사무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 외젠느 이오네스꼬의 <코뿔소>, <대머리 여가수> 등이 대표적인 부조리극 작품입니다.

  극단 전원은 1980년대 한국 사회의 민주화 운동 관련된 작품들을 많이 제작, 공연하면서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고 하는데, 이오네스꼬의 <코뿔소>는 1987년 브레히트의 <사천의 선인>과 <코타서스의 선인>이 정부 당국에 의해서 공연을 취소한 후 1988년 네번째 정기 공연으로 올린 작품입니다. 88년, 89년 몇 차례 연장 공연 및 앵콜 공연을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대학 다닐 때 미팅을 많이 하지는 않았지만 미팅한 뒤 애프터 자리(두번째 또는 세번째)로 만날 때 몇 번 <코뿔소>를 함께 관람했었었으니까요. 당시에는 영화가 1,200백원 연극이 1,500원, 영화가 1,500원 연극이 1,800원 했던 시절이었으니까 연극을 보러 가는 것이 큰 부담이 되지는 않았습니다. 공연 팸플렛이 한글 타자기로 작성되었더군요. 요즘은 볼 수 없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