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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book)/그림책

《수수께끼 동시 그림책》 조이스 시드먼 글, 베스 크롬스 그림, 신형건 옮김

by Sisnaajinii(씨스나지니) 2024. 7.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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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슴푸레한 빛 속에서 

 

새벽에 

어둠 속에서

어슴푸레한 빛 속에서

해가 막 떠오르기 전, 잎이 오므라드는 서늘한 공기 속에서

비밀스럽고 고요하고 눈부신 광경이 펼쳐져요.

덩굴마다 투명한 구슬들이 조롱조롱 맺히는.

 

풀 위에

새싹 위에

나무들의 껍질 위에

작고 투명한 벌의 날개 위에

거미줄 위에, 그리고 거미들의 무릎 위에

새벽의 보석들이 모습을 드러내요.

차가운 산들바람이 살랑살랑 불 때.

 

그리고 해가

자줏빛 아지랑이 너머로

얼굴을 내밀 때

살짝 곁눈질하며 투명한 보석들을 건드리고

나른한 햇살이 투명한 물방울들을 어루만지면

여름 낮 동안 이것들은 하나하나 스러져자요.

 

 

수액의 노래

 

나는 오르고

내려가요.

뿌리부터

꼭대기까지

쌍둥이같이 

튜브 세트같이

물을 나르고

음식을 날라요.

줄기마다

찬찬히 살피면

아주 조금이나마

날 볼 수 있어요.

위아래로

개미같이 오르내리는

나는 식물의

혈관이에요.

 

 

자외선

 

이 날벌레들의 눈은

우리보다 더 많은 걸 보아요.

그들은 주홍색을 사랑하고

분홍색을 아주 좋아하고

주황색을 보면 가슴이 설레고

도르르 말린 긴 혀로

노란색을 살살 핥아요.

하지만 그들이 가장 좋아하는 건

밸렌타인데이의 카드처럼

작은 날개에 흩뿌려진

아주 특별하게 반짝거리는

비밀스런 색깔이에요.

그리고 우리들 눈은

그들 눈과 다르기 때문에

우리는 전혀 볼 수 없지만,

마치 표적처럼 그들이

가장 좋아하는 꽃들에게

그 색깔이 칠해져 있어요.

그것은 바뢰 자외선이에요.

 

 

"아이들에게 시 좋아하는 사람 손들어 보라고 하면 아마 거의 없겠지만, 수수께기 좋아하는 사람 손들어 보라고 하면 분명 한꺼번에 손을 번쩍 치켜들 것입니다. 이 그림책은 시에 수수께끼 형식을 도입하여 아이들의 궁금증을 한껏 불러일으키고, 해답으로 생태계에 대한 풍부한 지식을 제시합니다. 시와 수수께끼와 그림과 지식의 결합은 아주 새롭고도 흥미로운 시도이며, 아이들에게 큰 즐거움을 선물하리라 여겨집니다. 처음엔 시가 조금 어려워 보이기도 하겠지만, 그림을 함께 보며 수수께끼 풀 듯 시를 읽다 보면 저절로 고개를 끄덕이거나 무릎을 탁 치게 될 것입니다" - 신형건 <옮긴이의 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