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슴푸레한 빛 속에서
새벽에
어둠 속에서
어슴푸레한 빛 속에서
해가 막 떠오르기 전, 잎이 오므라드는 서늘한 공기 속에서
비밀스럽고 고요하고 눈부신 광경이 펼쳐져요.
덩굴마다 투명한 구슬들이 조롱조롱 맺히는.
풀 위에
새싹 위에
나무들의 껍질 위에
작고 투명한 벌의 날개 위에
거미줄 위에, 그리고 거미들의 무릎 위에
새벽의 보석들이 모습을 드러내요.
차가운 산들바람이 살랑살랑 불 때.
그리고 해가
자줏빛 아지랑이 너머로
얼굴을 내밀 때
살짝 곁눈질하며 투명한 보석들을 건드리고
나른한 햇살이 투명한 물방울들을 어루만지면
여름 낮 동안 이것들은 하나하나 스러져자요.
수액의 노래
나는 오르고
내려가요.
뿌리부터
꼭대기까지
쌍둥이같이
튜브 세트같이
물을 나르고
음식을 날라요.
줄기마다
찬찬히 살피면
아주 조금이나마
날 볼 수 있어요.
위아래로
개미같이 오르내리는
나는 식물의
혈관이에요.
자외선
이 날벌레들의 눈은
우리보다 더 많은 걸 보아요.
그들은 주홍색을 사랑하고
분홍색을 아주 좋아하고
주황색을 보면 가슴이 설레고
도르르 말린 긴 혀로
노란색을 살살 핥아요.
하지만 그들이 가장 좋아하는 건
밸렌타인데이의 카드처럼
작은 날개에 흩뿌려진
아주 특별하게 반짝거리는
비밀스런 색깔이에요.
그리고 우리들 눈은
그들 눈과 다르기 때문에
우리는 전혀 볼 수 없지만,
마치 표적처럼 그들이
가장 좋아하는 꽃들에게
그 색깔이 칠해져 있어요.
그것은 바뢰 자외선이에요.
"아이들에게 시 좋아하는 사람 손들어 보라고 하면 아마 거의 없겠지만, 수수께기 좋아하는 사람 손들어 보라고 하면 분명 한꺼번에 손을 번쩍 치켜들 것입니다. 이 그림책은 시에 수수께끼 형식을 도입하여 아이들의 궁금증을 한껏 불러일으키고, 해답으로 생태계에 대한 풍부한 지식을 제시합니다. 시와 수수께끼와 그림과 지식의 결합은 아주 새롭고도 흥미로운 시도이며, 아이들에게 큰 즐거움을 선물하리라 여겨집니다. 처음엔 시가 조금 어려워 보이기도 하겠지만, 그림을 함께 보며 수수께끼 풀 듯 시를 읽다 보면 저절로 고개를 끄덕이거나 무릎을 탁 치게 될 것입니다" - 신형건 <옮긴이의 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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