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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태일2

《자유가 시인더러》 조태일, 창비시선 0060 (1987년 3월) 깊은 잠 천년을 자야 깊은 잠이지한 시간쯤은 일보다가 그대로 천년을자야 그게 깊은 잠이지. 사람은 간사해서 겨우 7, 8시간 자고도깊은 잠이라고 고래고래 소리치면서온 세상천지를 활보하는구나. 불쌍한 것들,우리가 뭐 나뭇가지에 걸린 이파리냐아스라한 실 끝에 매달린 연이냐.술잔 끝에 걸린 입술이냐자동차들의 경적 끝에 매달린 운명이냐 참으로 불쌍한 것들.스스로를 다스리지 못하면서겁을 줘도 먹지 않고法을 줘도 길들지 못하는 우리는 참으로 잘난 것들이냐.우리의 말이 없었다면우리의 글자가 없었다면우리의 마음들이 없었다면이 볼펜 다 집어던지고한 천년쯤 자다가벌거숭이로 태어날 것인데. 인간의 허영심과 나약함. 진정한 평화와 안식을 찾기 위한 성찰과 겸손이 사피엔스에게 더 필요해진 시대. 겸손하고 성찰하는 자세로 진정한.. 2024. 6. 30.
《國土(국토)》 조태일, 창비시선 0002 어머님 곁에서 온갖 것이 남편을 닮은 둘쨋놈이 보고파서호남선 삼등 야간열차로육십 고개 오르듯 숨가쁘게 오셨다. 아들놈의 출판기념회 때는푸짐한 며느리와 나란히 앉아아직 안 가라앉은 숨소리 끝에다가방울방울 맺히는 눈물을내게만 사알짝 사알짝 보이시더니 타고난 시골솜씨 한철 만나셨다山一番地(산일번지)에 오셔서이불 빨고 양말 빨고 콧수건 빨고김치, 동치미, 고추장, 청국장 담그신다.양념보다 맛있는 사투리로 담그신다.          엄니, 엄니, 내려가실 때는요         비행기 태워드릴께,         안탈란다, 알탄란다, 값도 비싸고         이북으로 끌고 가면 어쩌 게야? 옆에서 며느리는 웃어쌓지만나는 허전하여 눈물만 나오네. 1971년 작품. 1968년에 태어난 사람은 조태일 시인의 가 찡하게 .. 2024. 5.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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