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2 《피뢰침과 심장》 김명수, 창비시선 0055 (1986년 8월) 돌고래를 위하여 - 분단된 이 땅의 철조망 아래, 안타까이 숨져간 미물들의 넋을 위해 1985년 1월 18일캄캄한 밤 11시 15분경에경상남도 삼천포시 해안초소 앞바다먹이를 찾았을까갈 길을 잃었을까코 둘레도 정이 가는 돌고래 한 마리가해안으로 물살쳐 헤쳐오고 있었다 어디에 살았던 포유류였는지지난 봄 대공원 수족관에서어린 딸이 손뼉 치고 환호하던 그 돌고래재롱을 부리던 또 다른 한 마리의형제였을까 동족이 총 겨누고 마주보는 이 땅에싸늘한 해안초소경비를 알 수 없던아직도 다 자라지도 못했다는그 돌고래 한 마리는두 사병에 의해무참하게 사살되어 떠올랐다 하는데 차라리 읽지 않아도 좋을 석간의 기사여 ...... 분단된 이 땅의 철조망 아래안타까이 죽어간 미물들의 넋들이어찌 너 한 마리뿐이랴마는 1985년 1월 .. 2024. 6. 27. 《하급반 교과서》 김명수, 창비시선 0039 (1983년 5월) 후렴 여름방학을 맞아 내 아들이 가져온 성적표를 보면음악과목이 낙제점수다나는그러리라 짐작하고 있었다섭섭하게도 내 아들은 노래를 부르지 못하니까목소리는 제법 우렁차지만아들의 노래는 고음에도 걸리고 저음에도 걸린다제 목소리 하나도 조정하지 못한다모처럼 노래를 시켜보아도남이 부르던 노래귓전에 익숙하고 입에 익은 가락만 흥얼거린다누구일까, 내 아들의 음성을 망치는 자는?노래를 못 부르는 조상의 피 탓일까아니면 흥에 겨워 스스로 흥얼거리는 자신의 탓일까악보 하나도 제대로 읽지 않고오선지 한 줄도 제대로 보지 않는변성기도 아직 먼 내 아들에게후렴만 부르게 하는 자는 누구일까 초, 중, 고 음악시간 치르는 음악시험으로 곤욕을 치루곤 했지요. 이론 시험은 내용을 이해하면 100점, 처음에 노래 시험이 어려웠으나 KBS.. 2024. 6. 15. 이전 1 다음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