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승국수 삼계탕, 제주 종달리 국수집

  멸치국수 맛집을 이야기 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 아닐까요. 갓 삶은 국수를 찬물에 헹구어 탄력을 살린 다음, 멸치로 우려낸 육수에 말아 먹는 멸치국수. 그 멸치국수가 고급스런 음식도 아니거니와 사실 금방이라도 나눠 먹을 수 있는 서민들의 음식이니 말입니다. 멸치국수는 결국 멸치국수일 뿐, 그게 무슨 대단한 음식이겠습니까. 저는 12살(한국나이) 때 동네 친구(사실은 1살 위 형)와 서오능에서 개구리 잡으며 놀다가 갑자기 내린 소나기에 그 친구의 할머니집으로 피신했습니다. 할머니는 비에 젖은 두 아이를 홀딱 벗겨 군불을 뗀 아랫목에 넣어두고, 말아주신 멸치국수를 잊을 수 없답니다. 따뜻한 김이 모락모락 피어났던 그 멸치국수보다 더 맛 있는 멸치국수를 지금껏 맛 본적이 없답니다. 제주 종달초등학교에서 올레길 따라 종달 해변 가는 길 초입에 위치한  '승승국수'에서는 멸치국수, 멸고국수, 그리고 삼계탕을 맛볼 수 있습니다. 멸치국수나 멸고국수에 제주막걸리 한 잔이면 올레길을 걷는 내내 기운이 솟구쳐 지치지 않겠습니다. 종달리를 지나다 출출하면 들려보십시요. 고기량이 적어보이는데 가격이 그만큼 착해보입니다. 그리고, 양이 많은 시장통 국수 생각하면 곤란하겠지요. 부추김치와 묵은지 김치가 별미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