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년1 《사월에서 오월로》 하종오, 창비시선 43 마음 마음먹은 대로 몸을 변신시킬 수 있다면상계동 골짜기 맑은 물이 되어서부모들 행상 나간 뒤 비탈진 골목에서흙 만지며 노는 아이들 깨끗이 씻어주고 봄날엔 홀연히 많은 고액권이 되어서삭월세 사는 주민들의 전세금으로혹은 너른 땅을 사서 골고루 나눠주어한 채씩 집을 짓게 하고겨울날엔 옷과 밥이 되어따뜻하게 지내게 해주고 그러나 그 일을 하기 전에 오늘밤에는중동취업을 꿈꾸는 남편들에게입사서류가 되어 배달되거나포장마차 마련을 꿈꾸는 아내들에게리어카와 연탄불이 되어 찾아가거나학교 못 다니는 쓸쓸한 소년소녀에게책이 되어 찾아가 공부하게 하고 그러나 마음먹는 대로 몸을 변신시킬 수 있다면이 세상에서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은한나절 싸우고 우는 아이들에게장난감이 되어 함께 놀다가사랑이 되어 포근히 안아주다가 하종오 시.. 2024. 5. 2. 이전 1 다음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