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일1 《아흔아홉개의 빛을 가진》 이병일, 창비시선 0399 (2016년 5월) 물소리는 도반(刀瘢)을 낮은 곳으로 흘러가는 물줄기는 빠르고 평평하다묶어둘 수가 없으니 한사코 곡선을 버리지 못했다 밤새도록 저 물줄기가 예리하게 반짝이는 건모래가 되지 못한 별들이 죽어물빛이 되지 못한 나무들이 죽어밝음 쪽으로 기울어지는 사금이 되었던 거다 그러니까 앞앞이 흘러가는 것들이 날을 간다그 날에 찔리고 베인 물고기들이 가끔 죽는다고 했다 물고기들은 물줄기에 찔리지 않으려고제 몸속 가시로 물결을 먼저 찌르고 떠서 지느러미를 깎는다 물살 뒤집어질 때마다여러번 베이고 찔려도 죽지 않는 건 물소리다일찍이 수면 바깥으로는 벗어난 적 없었으니까물소리는 물소리로 도반을 숨기고 있으니까 이병일 시인의 "물소리는 도반을"은 자연의 흐름과 그 안에 숨겨진 고통, 생명의 순환을 통해 인간 존재와 고통을 은유적으.. 2024. 8. 3. 이전 1 다음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