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날1 《푸른 별》 김용락, 창비시선 0062 (1987년 3월) 푸른 별 안마당무더운 한여름 밤이 빛을 틔워가면타작 막 끝낸 보리 북더기 위에서개머루 바랭이 쇠비름 똥덤불가시풀 들이서로의 몸을 비비며마지막 남은 목숨 모기불 만들기에 한창입니다피어오르는 연기 너머로초저녁 샛별이 뜨고연기 맵고 극성스로울수록울양대 넌출 세상 수심보릿대궁 한숨소리 깊어갈수록별은 더욱 깊어 푸르러갑니다올 여린 멍석 위할머니 무릎 베고 누워 옛이야기에 취하다 보면어느덧아버지의 야윈 어깨 위로 걸리는 초생달이밤이슬에 반짝이고달맞이꽃 개울물에 목욕 갔던누나들의 발짝 소리가쿵쿵 좁은 골목길을 흔듭니다나는 할머니 이야기의 숨결을 마저 이으며안간힘을 쓰다가 못내 잠이 들면 "밤이슬은 몸에 해롭다방에 들어가서 자그래이"나는 누군가의 포근한 품에 안겨 어디론가 가고내 누웠던 그 자리엔덩그로니 별 하나 떨어.. 2024. 7. 31. 이전 1 다음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