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여름1 《까치독사》 이병초, 창비시선 0397 (2016년 4월) 그 허구헌 날 방구석에 처박혀뭘 하는지 알 수 없었다보험회사를 다녔다는 말도 있고중고차 매매센터를 했다는 말도 있지만어떤 말도 그의 말 뒤를 다 캐지는 못했다 태풍 볼라벤이 과실을 싹 쓸어간 뒤풀밭인지 콩밭인지가늠이 안 가는 신발에 그가 나타났다시키잖은 풀을 뽑기 시작했다밭고랑에 무릎 잇대고 뽑은 풀들뿌리째 뽑혀서 시들시들해진 것들을푹 썩어서 거름 되라는 듯콩대 밑에 깔고는 했다그래도 콩밭인지 풀밭인지가늠 안되기는 매일반이었다풀을 뽑다가 뽑다가 그야말로흙좆이 된 그도 지쳤는지허리를 쭉 펴며 한 말씀 내놓는다 “풀 말고도 뽑아버려야 할 것들이이 세상에는 꼭 있는 것 같당게” 이 세상에 "풀 말고도 뽑아버려야 할 것들이" 딱 있으니 호미로 파내든 낫으로 싹둑 자르든 재초제를 확 뿌려 씨를 말리고 싶은 시절입.. 2024. 8. 16. 이전 1 다음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