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운기1 《나는 이 거리의 문법을 모른다》 고운기, 창비시선 0208 모국어 학교 들어가 한글 겨우 깨쳤을 때, 한달에 한번 아버지에게 가는 어머니 편지 쓰는 일은 내 몫아 되었다. 천부적인 사투리의 여왕인 어머니가 불러주는 말들이 국어 교과서의 철자를 능멸하는 것이어서, 국민학교 일학년 실력이 감당하기 여간 곤혹스지 않았지만, 전쟁통에 혼자 된 어머니가 만난 아버지는 무슨 선물인 양 아이 하나 두고 멀린 떠난 다음. 곧이곧대로 받아쓴 사투리로 장식된 편지를 읽는 일이 한순간 즐어움이었단다. 무정한 아버지.침 묻힌 힘으로 살아나는 연필심이 어머니 고단한 세월으 가시 같은 아픔으로 돌아서서 어린 손끝을 찌르곤 했던 걸 아시기나 했을랑가. 내가 만났던 첫 모국어. 어머니의 언어는 떠나간 아버지에게 전달되는 유일한 수단이었고, 이 편지는 아이에게 힘든 일이지만, 어머니.. 2024. 5. 19. 이전 1 다음 728x90